경허록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경허록』
경허록·만공법어 편찬위원회 지음
152×225 / 311쪽
28,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근대 한국불교의 대선사이자 선불교의 중흥조
명실상부한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서 선종을 표방하는 현 조계종 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종사가 있다. 바로 경허 선사이다. 경허 선사는 기나긴 억불抑佛의 시대였던 조선을 거치며 쇠퇴의 길을 걷던 한국 선불교의 선등을 다시금 밝히고 수많은 선지식을 양성한 분이다.
『경허록鏡虛錄』은 경허 선사가 남긴 글 가운데서 선 사상의 핵심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별하여 새로이 편찬한 조사 어록이다. 기존에 간행되었던 『경허집』(선학원본)과 『경허화상집』(한암 필사본)에 수록된 내용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면서 원문의 오탈자를 바로잡고, 보다 현대적인 언어로 번역을 수정·보완하였다.
경허 선사의 가르침은 내면에 자리한 불성을 깨달아 어디에도 걸림 없는 자유자재한 삶에 이르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경허 선사의 가르침을 듣고 배워, 이를 나침반 삼아 철저한 수행을 통해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아가길 바란다.
억불의 시대,
등불처럼 빛나던 경허성우 대선사
한국의 선불교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 있다. 길고 긴 억불抑佛의 시기였던 조선 시대, 쇠락의 길로 접어들던 한국 선불교의 선등을 다시금 밝히며 그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한 경허 선사이다. 경허 선사는 생전 전국에 수많은 선원을 개원하며 선 수행 정통을 확립하고, 당대 여러 큰스님들의 행장·영찬·사찰 창건기 등을 남기는 등 불교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현재 한국불교 대표 종단이자 선종을 표방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경허 선사를 명실상부한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추앙하며 선사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다.
경허 선사는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모친을 따라 청계사로 들어가 계허 스님 밑에서 출가했다. 이후 당대 이름난 강백이었던 만화 스님 아래에서 불교 경론을 배우고, 유가와 노장 사상에 이르기까지 두루 통달하였다. 스물세 살 때 강석을 열자 수많은 학인이 몰려들었을 만큼 젊어서부터 선사의 학문 실력은 출중했고 명성이 드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전염병이 창궐한 마을에서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 지금껏 자신이 해 온 문자 공부가 아닌, 화두 참선만이 생사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깨달으며 확철대오하였다. 이후 스님의 삶은 ‘자유’ 그 자체였다. 세속과 탈속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디에도 걸림 없는 무애행을 실천했다.
『경허록』은 경허 선사가 남긴 글 가운데 선禪의 진의를 보여 주는 작품들을 위주로 선별하여 재편한 책이다. 한국불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큰스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허 선사의 사상과 수행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없었다. 여러 차례 문집이 번역되긴 했지만 오류가 적지 않았고, 2016년에 출간된 한국불교전서 『경허집』 또한 경허 선사의 작품이 아닐 것으로 판단되는 글이 다수 수록되는 등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이에 경허록·만공법어 편찬위원회가 기존에 간행되었던 선학원본 『경허집』(1943년)과 한암 필사본 『경허화상집』(1931년)에 수록된 경허 선사의 시문들을 전통적인 선어록의 체제에 따라 전면적으로 재정리해 새롭게 『경허록』을 출간했다. 원문의 오탈자를 정자로 바로잡고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어로 번역했다. 『경허록』에는 구한말 한반도를 떠돌아다니며 광풍과도 같은 걸림 없는 삶을 살아간 경허 선사의 삶과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선사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선사의 가르침을 나침반 삼아 혼란한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대자유와 깨달음을 향해 꿋꿋이 걸어가길 바란다.
홀연 콧구멍 없다는 말을 듣자
문득 삼천세계가 나임을 깨달았노라
유월이라 연암산 아랫길에
농부들이 한가로이 태평가를 부르네
-선사 오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