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2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격려사-축사
    격려사-축사
    화보
    특별기고
    특집
    특집
    특집
    특집
    특집
    특집
    다람살라소식
    금강계단
    불서
    절문밖 풍경소리
    즐거움을 뿌려라
    경전이야기
    건강한 생활
    지혜의 샘

과월호보기

스스로에게 평화롭고 관대하게 대하기

아잔 브람의 <성난 물소 놓아주기>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잔 브람(62) 스님이 1월 방한했다. <성난 물소 놓아주기>(공감의 기쁨 펴냄)의 저자다. ‘우리가 원하는 것, 삶이 줄 수 없는 것’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멈춤의 지혜’를 전한다.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보다 왜 멈추는 게 좋을까. 아잔 브람이 들려준 이야기다.
한 사내가 한 손가락을 잃은 상태로 우리 수도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연인즉슨 사내가 자기 집 물소를 끌고 풀을 먹이러 가고 있는데 물소가 갑자기 겁을 집어 먹고 마구 달아나려 했다. 그러데 물소를 묶고 있는 밧줄이 사내의 손가락을 휘감고 있어 물소를 당기는 순간 밧줄이 그만 손가락을 반토막 내버렸다. 이틀 뒤 나는 반만 남은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그 사건은 사내가 흥분해 들뛰는 물소를 다룰 줄 몰랐기 때문에 일어났다.
당신의 마음이 산란할 때도 같은 전략을 써야 한다. 그냥 놓아버리는 전략을. 그런 마음을 억제하려 하지 말라. 그 마음을 멈추려 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 그것은 더 사납게 들뛰어 다루기가 어려워진다. 그럴 때 당신이 할 일은 그저 “오케이. 마음이여, 네가 하고 싶은 게 그거라면 그렇게 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저 알아차리는 상태에서 그 어리석은 마음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가만히 관찰하면 된다.
그 마음을 멈추려 들지 말고 그냥 주시하고 이해하면서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해주라. 마음이 물소가 내달려가게 가만 내버려두라. 그렇게 하면 당신은 물소가 얼마 가지 않아 진정하고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바람에 몸을 약간 더 놀려야 하지만 그래도 손가락을 잃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 물소가 멈추면 밧줄을 다시 붙잡고 당신이 애초에 데려가고 싶어 했던 곳으로 부드럽게 끌고 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이 마구 들뛸 때, 그것이 꼭지가 홱 돌아서 온갖 어리석은 짓을 다 하고 싶어 할 때면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보내면서 놓아버려라.
이것이 아잔 브람이 마음을 놓아버려야 하는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다. 서구 출신의 명상가들이 그렇듯이 아잔 브람도 동양의 마음 세계를 서구인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해 삶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전해준다.
그는 영국 캠브리지대 물리학도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삶의 의문을 풀기 위해 타이로 건너갔다가 남방불교의 고승인 아잔차(1918~1992) 스님에게 귀의해 9년간 수행했다. 이어 그는 호주로 건너가 보디니야나 수도원을 세워 명상을 지도하며, <성난 물소 놓아주기> 말고도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마음챙김, 기쁨, 그 너머> 등의 저서를 썼다.
동국대에서 1주일간의 ‘세계 명상힐링 캠프’를 열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먼저 “명상은 무엇을 위해 하는가”라고 묻자 대뜸 앞에 있던 물 컵을 들어보였다.
“힘들 때 내려놓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들기 어렵습니다. 컵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팔이 아파 컵을 편안하게 들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내려놔야 합니다. 30초만 쉬었다가 다시 물 컵을 들면 훨씬 가볍고 쉽죠. 이렇게 내려놓는 게 바로 명상입니다.”
“이 세상을 자기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 다그치거나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놓아버려라. 자신의 몸과 마음과 자족과 세상과 싸울수록 부수적인 여러 가지 문제만 자꾸 불러일으켜 당신은 더 많은 괴로움을 겪게 된다.”
그는 “피곤할 때 단 5분만 명상에 투자하면 1시간 해야할 일을 15분 만에 끝낼 수 있다”며 명상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순백의 피부를 지닌 그는 서양인 출신답게 아주 진솔하게 말했다. 그는 “실은 잠자리를 같이하던 여자친구가 ‘섹스보다 명상이 더 재밌다’고 말해 불교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명상의 효과가 실제적인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 엘리트의 길을 버리고 수행자의 길을 택한 것은 불교의 고승인 아잔차가 서구에서 본 어떤 지식인들보다 지혜롭고 평화로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웃음이나 행동, 존재 자체만으로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있죠. 캠브리지대에 있을 때 노벨상 수상자도 여러 명 봤지만 그들보다 (아잔 차가) 더 똑똑하고 지혜롭다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불교 명상 수행 효과가 정신 건강을 넘어 육체 건강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을 강조했다.
“서구에서는 불교와 건강의 관계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불교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한 상태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명상으로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는 체험을 했는데, 이는 수많은 사례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는 많은 위파사나 수행자들 가운데서도 선정 체험을 중시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동국대에서 이끈 힐링캠프의 주제도 ‘선정 체험과 실제 깨침’이었다.
그는 ‘선정 체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챙이는 개구리가 돼서 뭍으로 나온 뒤에야 늘 있던 무언가, 즉 물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처음으로 물이 뭔지 이해하게 된다”며 “깊은 명상 경험인 선정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게 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에 묶인 막대기 끝에 매달린 당근을 쫓아 끝없이 달리는 당나귀에 현대인을 비유했다.
“당나귀는 계속 당근을 따라가지만 아무리 빨리 가도 당근은 머리 앞에 있죠. 인생의 성공과 쾌락을 좇는 게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그러나 당나귀가 멈추면 반동 때문에 오히려 당근이 입으로 쏙 들어오지요.”
그는 “자비심으로 가슴을 열고 기다리고 있으면 행복과 기쁨이 저절로 우리에게 온다”며 멈춤과 쉼이 주는 축복을 일깨워주었다.
“현대인은 가만히 고요하게 있는 법을 몰라요. ‘빨리빨리’만 있고 ‘천천히’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서둘러 일을 하려다 보면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한국 사람은 일하는 것은 잘 아는데 쉴 때는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자신을 학대하는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스스로에게 평화롭고 관대하게 대하세요.”
그는 삶에서 무엇이 고통의 원인인지를 직견하도록 한다. 결코 주어질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사람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그러므로 수행에서조차 깊은 명상과 깨달음을 얻으려고 성급하게 굴지 말라고 말한다.
“이 우주는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당신이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 고통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을 할 때든 명상을 할 때든 가끔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할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하지 말고 그대로 관찰하라. 이 세상을 자기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 다그치거나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놓아버려라. 자신의 몸과 마음과 자족과 세상과 싸울수록 부수적인 여러 가지 문제만 자꾸 불러일으켜 당신은 더 많은 괴로움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