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
아들의 편지
생일날 부모님 은혜를 생각합니다
신강호 육군 이등병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아빠께!
‘엄동설한이라는 말을 처음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갑자기 날씨가
무척 추워졌네요.
엄마 아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은 어떠신지 걱정이 앞섭니다. 무탈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도 항상 엄마 아빠의 기도 원력과 염려 덕분에 군복무에 충실하고 있어요.
며칠 후면 제가 엄마 아빠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세상에 태어난 지 21년째가 되는 날이네요.
아직도 철없고 엄마 아빠 옆에서는 어리광만 부릴 것 같은데, 이렇게 군대에 들어와 군 생활에도 잘 적응을 해가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해요.
군대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4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어요. 입대한 날보다 제대할 날이 까마득하게 멀리 있지만,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하다 보면, 입대해서 지난 3개월이 ‘어떻게 흘러갔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전역하는 날에도 ‘어떻게 22개월이 이렇게 훌쩍 흘러갔지?’ 하고 생각하는 날이 오겠지요?
1년이란 기간을 생각해보면 참 긴 것만 같은데, 작년 제 생일을 생각하면 짧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제 생일이 방학 기간이라서 엄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었는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네요. 엄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은 함께 먹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어느 해 생일보다 맛있게 먹겠다는 마음을 담아 미역을 함께 보내드릴게요. 제 생일 미역국을 저와 함께 먹는다는 생각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제 생일을 여기서 한 번 더 보내야 되지만, 돌아오는 엄마 아빠 생신 때는 휴가를 나가서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1년 전 10개월 동안 배에 품어주시고 보살펴주시고 아픈 곳 하나 없이 낳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제 어엿한 대한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으니, 제 걱정 너무 하지 마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건강 잘 챙기시고, 저희들보다는 엄마 아빠를 위해 하시고 싶은 일 많이 하셔서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동생 창호도 열심히 살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일만 가득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제 생일을 앞두고, 지난해 여름방학 때 아빠께서 구룡사의 『부모은중경』 책을 만드셨다고 한 권 집으로 가지고 오신 일이 생각나 싸지방(군부대 내에 있는 PC방)에 가서 부모은중경을 검색해봤어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모님의 열 가지 은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하루를 보낼게요.
첫째, 배 안에서 열 달 동안 길러주신 은혜(회탐수호은懷耽守護恩)
둘째, 해산할 때 고통받으신 은혜(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셋째,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신 은혜(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넷째, 쓴 건 삼키고 단건 뱉아 먹여주신 은혜(인고토감은咽苦吐甘恩)
다섯째,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주신 은혜(회건취습은廻乾就濕恩)
여섯째,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일곱째, 더러운 것 씻어주신 은혜(세탁부정은洗濁不淨恩)
여덟째, 먼길 떠난 자식 걱정하던 은혜(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아홉째, 자식 위해 모진일도 다하시는 은혜(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열째, 끝까지 사랑하시는 은혜(구경련민은究竟憐愍恩)
엄마 아빠! 저를 이 세상에 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요, 우리~~~♥♥♥
 
엄마의 답장
작은 별 하나 품에 들다
수월화 박경희 구룡사 불자
매서운 겨울이 올해는 게으름을 피우나 싶더니 요새 며칠 호남지방을 하얗게 뒤덮은 폭설이
참 얄궂게 다가오는구나. 뉴스에서 보니 온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는 눈은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를 내려앉히고, 여기저기 안타까운 사고를 연발하게 하고,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닌 듯싶구나.
자연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해 주기도 하지만 때론 힘들게 하기도 하는 듯싶다.
예전엔 눈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걱정이 먼저 앞장을 선다.
그래도 다행히 네가 있는 부대 쪽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추위도 하루 이틀 정도 머무르다 물러갈 기세인걸 보니 다행이다 싶다.
이번 주부터는 혹한기 훈련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추위가 조금 물러가서 어쩜 안심이 된다.
아들!
며칠 전에 퇴근길에 우편함에 다소곳이 꽂혀있는 군사우편을 보고 네게서 온 편지인가 하고 열어보니 거기엔 봉지 미역과 너의 편지가 들어있어서 한참을 웃었단다.
네가 사서 보낸 건지 부대에서 이벤트로 보내 주신건지 편지에 써주질 않아서 더 궁금했었는데, 후에 안 사실이지만 부대장님의 깜찍한 이벤트 중의 하나라고 하니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더구나.
그때만이라도 부모님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테니 말야.
올해는 처음으로 네 생일을 너 없이 보내는 해가 되었구나. 그래서인지 너에 대한 소중함이 더없이 절실하게 느껴지는구나. 그러면서도 내년에 한 번 더 네 생일을 너 없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심란해지는구나. 그래서 내년에는 생일에 맞춰 휴가를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게 된다.
편지에 건강하게 낳아줘서 감사하다고, 네가 태어난 지 벌써 21년이 지났다며, 어리광피우는
철부지로만 생각했던 네가 벌써 군대에 가고 어른이 되어가는 게 엄마도 이상하고 대견하고 좋단다. 친지분들이 간만에 우릴 보시면 같이 늙어간다고 하시며 세월이 유수같음을 말씀하시는데 엄마는 너희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는 게 더없이 행복하단다.
한참 네 편지를 읽다보니 문득 네가 태어나던 때가 생각이 나는구나. 일주일을 병원에서 지내고 퇴원을 하려는데 신생아 황달이 와서 너만 병원에 입원시켜놓고 외가에서 몸조리를 해야 했단다. 그렇게 너를 병원에 두고 와서 네가 보고 싶어 날마다 눈물바람을 하고 있었는데, 너의 외증조할머니께서 며칠을 눈물바람 하던 엄마 손을 지긋이 잡으시며 “애가 죽었냐?” 하고 물으셔서 한참 동안 이야깃거리로 식구들끼리 회자됐었단다. 아마도 엄마는 그때부터 우리 아들 바보였나 싶다.
지금은 곁에 안 계시지만 엄마를 무척이나 아끼시고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가 많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효도도 부모한테 보고 배운다고 하지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베푸는 법도 진정한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더 베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는 부모의 너무 과한 사랑이 자식을 망친다고 하지만 엄마는 넘치는 사랑, 과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은 줄수록 더 커지고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인생을 살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들,
엄마의 빛나는 별로 와줘서 너무나도 고맙다. 일등이 아니어도, 최고가 아니어도, 착하고 인간다운 사람으로 자라줘서 고맙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네게 늘 감사할 뿐이다.
너의 생일을 즈음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리다보니 엄마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깊이만큼 너희들에게는 해주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라서 많이 미안해지는구나.
앞으로도 건강하고 무탈한 군 생활이 되기를 바라고, 겨울에 태어나 맑고 영롱한 기운을 가진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사랑하는 마몽드에게…
나 다시 태어나 너의 따뜻한 심장이 될 수 있다면 오늘 하루 행복할텐데
나 다시 태어나 너의 해맑은 눈동자로 자리한다면 좋은 것만 보고 살 수 있을텐데
나 다시 태어나 하늘을 나는 새가 된다면 네가 다니는 길목에 둥지를 틀고
오늘도 내일도 너의 그림자 위에서 행복할텐데
나 다시 태어나 모르는 남이 되어 만나도 너의 향기 너의 미소 잊지 않고 기억해
나의 사랑 천년 후에도 전해주련만
나 다시 태어나 하늘에 구름이 되어도 너를 볼 수 있는 그곳에서 웃을 수 있으련만
엄마도 오늘은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려야겠구나. 눈발이 하나씩 두 뺨을 간지럽히는 날인데도, 며칠 전의 추위 때문인지 많이 춥다는 생각이 덜한 날이다. 여기저기 폭설로 인해 상심하고 있는 분들의 빠른 안정을 바라면서 따사로운 봄이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
찰나 찰나 수고로운 네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