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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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현담 스님



우연히 본 거울에서
어디서 많이 본 남자를 만났다
나 같기도 하고 나 아닌
어느 허름한
이웃 같기도 한 인간이 희미하게 웃고 있다
분명히 깍은 머리였는데
채플린 모자는 아니고
인도에 와서 카레를 많이 먹어서인가
구루의 그 머리 그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수염이나 좀 기르고 마른 지팡이 하나 들면
오래 묵은 구루 그대로인데
이대로 아예 강구토리 너머 설산으로 들어가야 하나
바라나시 화장장의 집사가 되어야하나
기왕 영화에 나오려면
저 나일강을 헤엄쳐가는 그 눈 까만 오마 샤리프
그의 고향집 룩소르 사막의
여왕의 궁전에서
차를 마시는 그런 그림이 좋은데
여기서 사하라까지는 너무 멀고
다음 영화는 어디서 찍어야하지
길
그리고 이름 모를 강들이 만들어준
이 모자
추운 서울에 가서도 쓰고 다니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