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나이 들면 신체기능이 떨어지면서 잦고 시원치 않은 소변 증상이 온다.
낮에 보는 소변을 ‘주간뇨’,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배뇨하는 것을 ‘야간뇨’라고 하는데, 특히 야간뇨가 잦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상 때문에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60대 중반의 남성이 야간뇨로 내원했다. 매일 밤마다 소변이 마려워서 무려 10회 이상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느라 깊은 잠을 청할 수 없다. 그 여파로 늘 피로가 쌓여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저녁에 잠든 후 아침에 일어나서 한 차례 시원스럽게 배뇨가 가능했던 젊은 시절에 비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잦은 뇨의로 무척 고단해 했다.
고령층에게 발생하는 야간뇨의 대부분은 전립선 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에서 시작한다.
전립선비대증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자다가 급박뇨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막상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줄기가 가늘거나 힘이 없어서 소변줄기가 끊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과민성 방광 증상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잔뇨감이 계속되는데, 소변 볼 때 통증이 오거나 소변을 참지 못하고 실수해 버리는 요절박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원인들로 초래되는 야간뇨는 비뇨기과 치료가 어느 정도로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 분 또한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잘 본다는 비뇨기과에 가봤고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까지 해봤으나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검사결과를 들었다. 그러나 갈수록 야간뇨 횟수가 늘어난다고 했다. 야간뇨는 반드시 전립선이 커지거나 방광염 등 소변배출에 관여하는 장기의 이상이 있어야 오는 건 아니다. 단순하게 기능의 문제로 발생하는 야간뇨도 많다. 이 남성이 전립선이나 방광에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야간뇨가 있었던 것은 이런 기능저하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원인불명의 야간뇨의 대부분은 허증이 기저에 있다고 본다.
원기가 허약하거나 신장 방광의 기능이 떨어질 때 허증성 야간뇨를 경험하게 된다. 원기가 약할 때의 야간뇨 원인을 기허氣虛성 야간뇨, 신장 방광의 진액이 부족해서 밤에 소변이 잦으면 신허腎虛성 야간뇨라고 분류한다.
기허성 야간뇨는 만성피로, 체력저하가 지속되거나 큰 병을 앓거나 대수술 이후 갑작스럽게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방광은 괄약근이 조여 주기 때문에 소변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일정한 양의 소변이 차면 괄약근에 신호를 줘서 뇨의를 전달하는데, 원기저하로 괄약근을 조이는 힘이 약해지면 소변이 약간만 차 있어도 신호가 와서 배뇨를 해야 한다. 이때는 힘이 약해서 시원하게 소변배출이 안 된다.
신허성 야간뇨는 특히 여성에게 많은 편이며, 폐경 등 호르몬기능의 저하와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체질적으로는 소양인 태양인 같은 내열이 많아 체내의 물 기운이 부족할 때 신허성 야간뇨가 잦다.
동의보감의 빈뇨에 사용하는 약재 중에 부작용 없이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약재를 소개한다.
복분자覆盆子는 귀에 익숙한 약재 중 하나다.
복분자를 먹고 소변발로 요강을 엎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기력보강제로 유명하다. 주로 기허성 야간뇨에 효과적이며 복분자주에 장어 한 점이면 없던 기운도 솟아난다고 하듯이 술로 담가먹기도 한다. 동의보감 내용을 직역하자면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음경을 단단하게 하고 길어지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환으로 만들어 꾸준히 먹으면 좋다
녹각鹿角이 효과적이다.
녹각은 녹용이 커서 저절로 떨어진 뿔이다. 허할 때 몸을 보하는 대표적인 약재로서, 기력이 약해 자꾸 소변이 새어나갈 때 근골을 강하게 해서 꽉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가정에서 감자탕 끓이듯 녹각을 고아 그 물을 먹으면 좋다.
파고지破故紙라는 약재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약재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약재를 먹으면 소변발로 종이를 뚫어버릴 만큼 강해진다고 하니 말이다. 양기를 위로 올려서 소변이 저절로 쏟아지는 증상과 야간에 소변이 잦은 야간뇨 증상에 효과적이다. 맛이 맵고 뜨거운 성질을 가진 파고지는 배가 차갑고 설사가 잦을 때, 남자들이 부족한 양기로 인하여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시리거나 음낭 밑으로 습기가 차는 낭습을 치료해준다.
육두구肉荳蔲는 향기가 강하며, 톡 쏘는 맛이 있어 약재 이외에 훌륭한 향신료이며 조미료가 된다. 대장 방광 등 하초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약효가 있어서 찬 체질의 야간뇨 요실금이나 냉성 설사에 사용한다. 속이 냉하고 변이 무르거나 설사가 잦으면서 야간뇨을 가지고 있을 때
파고지와 육두구를 같이 복용하면 아주 효과적인 앙상블이 된다.
산수유山茱萸는 신허성 야간뇨에 좋다.
기가 밑으로 새지 않게 잡아주는 고기固氣기능이 있어서 소변이 저절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폐경기에 줄어드는 여성호르몬을 보완하는 약재로서, 갱년기 여성에게 안성맞춤이며 부작용은 거의 없어서 가정에서 보리차처럼 달여 장기간 복용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