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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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인디아

 


현담 스님


양귀비꽃 다 밟아놓고
아프카니스탄의 산사나이들 단숨에 내려온 도시가 델리다
다짜고짜 굵은 칼 하나 내밀어
이것이 바로 세계라고 단정지은 무굴의 나라다
우격다짐도 때로는 오래된 성이다
지금 쉬바도 비슈누도 깊은 잠 주무신다
겨우 늙은 조랑말타고 저문 사막을 걸어가는 것은 무리다
세상의 길들 다 모이는 곳
세상의 길들 다 쉬어가는 호텔 인디아
바라나시 강가의
화장막에 불 들어가듯
가네쉬의 방에 불이 켜지고
천산을 지나고
눈 덮인 고비를 지나
히말라야를 넘어온 티베트라마들의 주문 같은
한숨소리 탄식소리
그 언어는 무엇이고 어젯밤의 길고 긴 통곡은 무엇인가
집이거나 우격다짐이거나 시장에서 날아온
일생의 짐들 다 내려놓고 비로소
허리를 들어야하는 아쉬람
저녁 연못에 수련 피어나듯 무너진 사원을 장엄하는가
어디든 축제의 날은 기쁘고 즐거운 날
꽃이든 바람이든 힌구름이든 그림 한 점은 걸려 있어야한다
회한이거나 그리움이거나 온갖 타는 욕망이거나
늦었지만 코끼리 긴 다리 하나 들어온다
집없는 노인들 어린 아이들 비로소 잠들어야하는 그
호텔 인디아에는
갠지스강 모래처럼 길들이 모이고 또 사라지고
묶인 시간이거나 닫힌 시간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