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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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때 대나무 숲을 걸어보세요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와 닮았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이발사는 비밀을 더 이상 간직하지 못하고 대나무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숲에서 목청껏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며 외쳐야 했다.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서 마음에 울화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에는 소나무 참나무 잣나무 등 수종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그 이발사는 하필이면 대나무 숲에 가서 비밀을 외쳤을까?


한의학에서는 대나무와 관련된 약재를 많이 사용한다.


대나무 잎을 죽엽,
대나무 속을 긁어 말린 것을 죽여,
대나무를 구워서 만든 진액을 죽력이라고 한다.


이런 약재들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열을 내리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성질이 차며 맛은 달고 독이 없는 이 약재들을
한의사들이 열증熱證 치료에 자주 사용한다.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낫게 하며,
가래를 삭이고 경련을 진정시킨다.
상체로 기가 역류하여 얼굴이 붉어지는 상기증에 잘 듣고
기침이나 번열을 없애고 소갈증을 멈춘다.
열로 인한 두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가슴의 열감을 해소시킨다.


열이 심하여 갈증이 오거나 경련이 올 때,
열로 인한 진득한 가래가 생길 때도 잘 삭혀주며
입안에 구내염이 생길 때에도 잘 듣는다.
열을 내림으로써 진액을 생성하고 이뇨에도 효과가 있다.


대나무 숲을 걸어보면
청량한 기분이 들고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생긴다.
평소 스트레스가 쌓여 울화가 자주 치밀고
가슴에 번열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대나무 숲을 자주 산책해 보는 것도 치유의 방법이 된다.


이발사가 대나무 숲에 달려갔던 이유는
발설하지 못함으로써 생겼던 가슴의 울화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본능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