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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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홍매紅梅 핀 마음으로 신축년 새해 입춘立春 맞이 합니다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 구룡사 회주


입춘立春이 되면 월하 노스님께서 써주신 입춘 방立春榜과, 성보박물관에 모셔진 400년 전 해남 옥석玉石으로 길상다라니吉祥陀羅尼 가정화합家庭和合, 병고액난病苦厄難, 재수대통財數大通, 소원성취所願成就, 삼재팔난三災八難의 호신첩護身帖을 불자들에게 인연 맺어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이 가정화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병고액난이고 재수 대통, 소원성취, 삼재팔난을 여의어야 한다는 뜻에서 불자들에게 나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연으로 호신첩의 크나큰 복전福田이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입춘에 삼재팔난을 소멸하는 기도를 올리는데, 삼재라는 게 뭘까요.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입니다. 이것은 소우주小宇宙인 내 몸에 가름 하자면 수재는 늙음(老)이요, 화재는 병病이며, 풍재는 죽음(死)입니다.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죽음은 삼재가 든 사람만 찾아오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12년 간격으로 3년씩 삼재팔란을 조심하라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최소한 3년의 거리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고 되돌아보는 인생에서 전후좌우前後左右 살피며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선조들의 지혜와 방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흙 기운이 물과 불기운이 바람 기운으로 4대四大에는 각각 101가지의 병원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축원할 때마다 404병病 소멸하고자 하는 축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불자가 묻습니다. 입춘은 2월 4일인데 올해는 3일이 입춘이냐고요. 동지冬至도 주로 12월 22일인데, 지난해에는 21일이었습니다. 이 역시 4년 간격으로 날짜가 바뀌는데, 이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하는 시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둘레는 4만km입니다. 시간으로 계산을 해보면, 4만km를 24시간에 자전하기 때문에, 분 단위로 따지면 1분에 27.75km를 돌고 있습니다. 고속도로에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무척 빠릅니다.
그런데 지구는 4분에 111km, 1시간에 1,666km를 자전하면서 1초에 1,000km가 넘는 속도로 태양계를 공전하는 1년은 365일 5시간 46분 48초의 거리입니다. 그래서 기간을 맞추기 위해 4년마다 2월달은 윤달이 있습니다. 입춘이 4일에 들었다가 올해처럼 3일에 드는 경우도 그런 연유입니다. 그렇게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지구가 태양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때가 동지冬至이고 가장 가까이 있을 때가 하지夏至이며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은 중간 거리입니다. 입춘은 지구가 태양과의 거리가 가장 먼 동지에서 춘분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는 절기입니다. 동지를 지나 봄을 열어가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봄이면 생각나는 시 한편이 있습니다. 만해萬海 스님의 『님의 침묵』 시집에도 있고 파고다 공원 원각사지 만해 스님의 비문碑文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10대 어린 사미가 탑골공원 원각사지圓覺寺地를 참배하러 갔다가 스님의 만세운동 현장의 비석에 있는 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봄날이 고요키로 향을 피고 앉았더니
삽살개 꿈을 꾸고 거미는 줄을 친다
어디서 꾹꾸기 소리 산을 넘어 오더라


따슨 볕 등에 지고 유마경 읽노라니
가벼웁게 나는 꽃이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여 꽃 밑 글자 읽어 무 삼(무엇)하리요


대실로 비단 짜고 솔잎으로 바늘 삼아
만고청수 수를 놓아 옷을 지어 두었다가
어즈버 해가 차거든 우리 님께 드리리라.


이 시詩에 어느 부분이 마음에 와 닿으셨습니까?
어떤 이는 끝 연이 좋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중간연이 좋다하며, 또 어떤 이는 통도사 풍광이 좋았다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상향의 마음으로야 ‘대실로 비단 짜고 솔잎으로 바늘 삼아 만고청수 수를 놓아 옷을 지어 두었다가 어즈버 해가 차거든 우리 님께 드리리라’ 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인생을 살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습니다.
만해 스님은 영축산 통도사에서 3년을 사셨고, 경봉 노스님은 젊은 시절 스님께 화엄학을 공부했다는 전언도 있고 보면 『안양암』에 사시던 시절에 쓰신 시詩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날 좋은 사람이 다가와 큰사랑과 자비심으로 마음의 문을 두들겨도 내 마음의 문이 닫혀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서양속담에 ‘두드려라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는 말이 있지만, 불교에는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는 원인은 무엇입니까.
의심과 미움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의심과 미움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번뇌煩惱는 탐욕貪慾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이치를 우리들은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불교의 인본주의人本主義로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관심과 배려로 사회에 만연한 사람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불화의 씨앗들을 없애는 데 앞장서 가는 불자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인생은 꿈이 있어야 하고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
장래가 보장되어야 진정한 삶의 현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혜智慧 있는 보살菩薩은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 선지식善知識에게 묻는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는 스스로 알기 위해서 묻고 또 하나는 다른 이들을 알아가도록 일깨우기 위해서 묻는다고 하였습니다.
또 처음 마음을 낸 이와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발심자初發心者는 먼저 인생이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점을 삼아야 합니다. 형상적이고 유형적이고 물질적인 것은 모두 변한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우수雨水 경칩驚蟄에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가물면 우수 경칩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합니다. 겨울에 가뭄이 심하면 “우수 경칩 때 어지간히 바람이 불겠다”고 옛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말들을 하곤 하였습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우수 경칩에 바람이 안 부는 연유는 무엇일까요. 눈이 많이 오면 땅을 누르고 있으면서 나무뿌리가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어 고사枯死를 막아 줄 것입니다. 그러나 가물면 겨울의 온도 차이로 흙이 들썩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수 경칩이면 뿌리가 물을 당길 수 있도록 바람을 불러서 그 뿌리를 흔들어 나무가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는 이처럼 오묘합니다.
통도사에는 수백 년 된 홍매紅梅가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어떤 이는 지난겨울에 유난히 추워서 꽃을 못 피울 것이라고도 하지만, 그럴 일은 없습니다. 매화는 꽃망울만 맺히고 있으면 추위는 개화시기를 조절할 뿐, 반드시 꽃을 피워냅니다. 진달래 철쭉 동백은 된서리에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일도 많지만, 매화는 촉수만 틔어 있으면 반드시 꽃을 피웁니다. 매화꽃은 문풍지 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땐 떨어질 줄 압니다. 그래서 사군자에 들어가는 꽃이 매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봄을 맞이하면서 매화의 습성을 배울 필요가 있겠다 싶어 통도사의 홍매화의 마음을 담아 『화엄경』 「십행품」의 한 소절을 전하고자 합니다.


“중생은 내 복 밭이고 선지식이다. 찾지도 않고 청하지도 않았는데 몸소 와서 나를 바른 법에 들게 한다. 나는 이와 같이 배우고 닦아 모든 중생의 마음을 어기지 않으리라.” 그리고 발원합니다.
“내 보시를 받은 중생들은 모두 최상의 깨달음을 얻고 평등한 지혜를 가지며 바른 법을 갖추어 널리 선행을 하다가 마침내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열반에 들어 지이다. 만약 한 중생이라도 만족하지 않는다면 나는 결코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지 않으리라.”


보살은 이처럼 중생을 이롭게 하면서도 나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목숨이라는 생각, 베푼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통도사의 홍매화 핀 마음으로 신축년 새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