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사람마다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 장기의 기능 또한 차이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체질로 분류하고 진단과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 배 아프고 설사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운 음식을 먹어야 입맛이 돌고 뱃속이 개운하다는 사람도 있다. 냉장고 속 차가운 물이 시원해서 좋다는 사람이 있지만 찬물 마시면 배앓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외모가 다른 것처럼 체질에 따라 몸속 장기기능도 각양각색이다.
인삼은 체질마다 반응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약재 중 하나다.
보약의 대명사로 알려진 인삼은 몸에 힘이 없을 때, 피로회복 원기회복 큰 병을 앓고 난 후에 쓰인다. 또 의외로 혈압치료에 많이 처방하는 한약재 중 하나다. 고혈압을 내리기도 하고 저혈압을 정상으로 올려주기도 하는 쌍방향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삼이 내 몸에 맞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삼이 혈압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진료 중에 인삼 부작용으로 고혈압이 더 나빠지거나 건강했던 사람에게 없던 고혈압이 생기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인삼은 성질이 따뜻하다.
양陽이 성한 사람은 인삼을 먹고 머리가 아플 수 있다. 따뜻한 성질을 따라서 기氣가 머리 쪽으로 올라가서 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삼을 먹으면 두통이라는 반응이 생긴다. 인삼을 먹고 머리 아프다고 하면 양인陽人이든지, 속에 열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간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열이 안에서 갇히니까 인삼을 먹고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혈압이 있는 사람은 인삼에 대해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인다.
누구는 인삼 먹고 혈압이 내려가기도 하고, 누구는 인삼 먹고 혈압이 올라가기도 하는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양이 성한 사람이 인삼을 먹으면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오른다. 반면에 속이 차가운 냉성 체질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대사기능이 떨어지는 침체성 체질은 인삼이 처진 혈압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준다. 침체성 체질은 엔진의 성능이 약한 사람이다. 엔진은 소형차 용량인데 차체는 대형차처럼 크면 어떻게 될까? 늘 엔진의 힘이 달려 무기력하고 손발이 냉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소화불량 등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저하될 것이다. 엔진성능이 떨어지면 당연히 혈압도 주저앉는다. 엔진 힘이 떨어져 저혈압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삼의 효과로 혈압을 위로 쭉 올려주면서 기력까지 회복할 수 있다. 선순환의 반응인 것이다.
엔진은 대용량이면서 차체는 소형차인 체질에 인삼은 어떤 작용을 할까?
이미 엔진성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인삼을 복용하게 되면 엔진의 과열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사람의 인삼복용은 눈이 충혈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이 오지 않고 입이 마르는 증상이 오며 아울러 혈압이 급상승하게 된다. 엔진과 차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건강이 무너지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나는 인삼은 크기가 몇 배가 크지만 효과는 한국인삼에 비할 수 없고 중국 등에서 나는 인삼은 모양은 비슷하나 그 역시 효과 면에서 미치지 못한다. 인삼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나는 게 최고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맞아야 명약이 되는 것이지 누구나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삼 같은 약성이 강하고 극명한 차이가 있는 약재는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후 복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