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숲해설가
모든 만물이 변화하듯이 숲도 변화한다.
고등생물군집이 존재하지 않는 사구나 암석지 등에는 이끼와 같은 선태류 등의 하등식물이 먼저 터를 잡고 유기물을 축적하기 시작하여 그 지역의 환경에 적응하는 식생을 만들어 간다. 인위적 또는 자연적인 교란요인에 의해서 훼손된 자연식생은 원래의 상태로 복귀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와 같이 한 시점의 생물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다른 생물상으로 변화하여 궁극적으로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생물상의 변화가 거의 없어지는 안정 상태로 발전하는 진행과정을 ‘천이(ecological succession)’라고 한다.
생물상은 환경 적응의 결과이고 환경, 특히 미세 환경이 생물상에 의해서 조절되는 원리를 고려하면 생태 천이는 생물상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도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이 숲에 의해서 주도되거나 산림군집에서 일어나는 경우를 ‘산림천이(forest succession)’라고 한다.
한 시점에서의 식생이 점차 다른 식생으로 교체되어 가는 천이의 개념은 그 시점의 환경조건에 적응한 식생이 단계적으로 다음 환경으로 이어져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생이 없는 초기상태에서는 하등식물이 가장 먼저 이주한다. 그 다음으로 초본식생, 그 후에는 목본식물의 군집단계로 변화하면서 점차 천이 진행은 마무리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물은 물리적 환경과 평형상태를 이루며 거의 변화가 없어지는 안정된 군집에 도달한다. 이러한 마지막 단계 또는 거의 변화가 없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는 군집을 극상군집이라고 하고, 식생형이 산림인 경우에는 ‘극상림(climax forest)’이라고 한다.
숲이 발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콩과식물과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 먼저 들어와 생육한다, 이와 같이 척박한 토양에 들어와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들을 개척자와 같다고 하여 선구종이라고 부른다. 초기에 들어와 생육하던 선구식물들은 그 후 여러 가지 천이단계를 거쳐 비교적 안정적인 숲의 상태에 도달한다, 이와 같은 경우를 극상 또는 천이 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극상을 이루는 수종은 서어나무, 까치박달나무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광릉 서래봉의 서어나무림이 극상림으로 유명하다.
산림천이는 발달단계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생태계 속성을 연쇄적으로 변화시키고 또한 그 변화에 의해서 천이가 영향을 받는다.
숲에서 산림천이가 진행될수록 숲의 나무들은 키가 커지고 몸집도 커지며 수직적 계층분화가 일어난다, 지상에서 산림식생 피복의 높이와 밀도가 증가함으로써 산림군집 내의 미세기후는 점진적으로 군집 자체의 성격에 의해서 변화한다, 숲이 기후 변화를 거치면서 천이 초기의 단순한 산림군집에서 천이 후기의 복잡하고 성숙한 산림군집으로 변화하고 숲속의 종 다양성도 함께 증가한다.
천이의 진행과 함께 토양도 발달하는데 토심이 깊어지고 유기물 함량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토양층의 분화가 일어나면서 성숙한 토양으로 변해 간다. 천이가 진행될수록 산림식생과 토양 속의 양분 저장량은 증가하고 식물체 내의 양분 저장 비율이 증가한다.
토양의 발달, 군집의 변화, 자원 이용 효율이 증가함에 따라 산림군집의 단위면적당 생산성, 즉 유기물의 생산비율이 함께 증가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숲의 천이과정은 현대에 이르러 환경오염이란 새로운 문제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
도시의 대기오염도는 과거에 이미 이끼들이 급성피해를 입는 단계를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도심지는 물론 도시 주변에서도 이끼를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며 이끼들이 생존했던 자국만 희미하게 바위 또는 나무줄기에 남아 있을 뿐이다.
저항성 또는 내성은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대기오염에서 특정 식물이 피해를 받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는가를 판단할 때 쓰이는 척도이다. 저항성이 큰 식물들은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도 죽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는 식물들로서 이런 식물들은 심한 대기오염이 예상되는 지역이나 대기오염 때문에 파괴된 생태계 지역에 식재하기에 적합한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록수는 낙엽활엽수에 비해 대기오염물물에 대한 저항성이 더 강하다.
현대에 이르러 세계 곳곳에서 나무들이 특정한 병이나 해충의 감염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숲에서 그 활력이 저하되고 개체의 고사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접경지역에 분포하는 전나무류와 가문비나무류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독일의 침엽수림에서도 많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구상나무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그 원인이 특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숲의 나무들의 상태가 나빠지고 나무들이 죽어가는 현상을 산림쇠퇴라고 한다. 산림쇠퇴 현상은 한두 그루의 나무에 국한되지 않고 상당히 넓은 지역의 숲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에 따른 기상 변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상기후가 빈발해진 이유는 숲의 파괴와 환경오염의 심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의 기온이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올라간다는 이론으로 이는 직접적으로 온실효과에 의하여 일어난다. 태양 복사광선은 대기를 쉽게 통과하여 지구 표면을 데우는데 이로 말미암아 복사물질 표면에서 파장이 긴 적외선이 방출된다,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는 이 적외선이 지구 밖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는데 이로 인해 지구표면이나 대기 온도가 상승한다.
1헥타르의 숲은 연평균 5.5톤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한다고 한다. 열대우림 1헥타르는 매년 10톤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수 있다. 이러한 숲의 이산화탄소 고정능력을 이용하면 지구온난화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
숲이 현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자각해야 한다.
이제 숲을 더 이상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계획을 가지고 숲의 면적을 더 늘려가면서 숲의 순 기능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고 소중하게 보전해 주어야 할 존재이다. 인간이 탐욕과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훼손한다면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현 시기 숲을 보존하고 한 그루의 나무라도 소중하게 돌보는 것은 최소한의 자리이타행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