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보현행원으로 완전해지는 화엄의 지혜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이종린 지음
153×225 / 400쪽
25,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생명이 용솟음치는 실천의 세계, 화엄!
모든 삶과 수행의 종착지, 보현행원!
“(보현)행원품 본문 글자(文句) 하나만 봐도 그냥 선택된 것들이 아니다. 『화엄경』 전반에 걸친 수많은 글자 중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자구들만 들어있다. 그만큼 정성과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그 깊은 정성과 뜻을 알지 못하고 그저 경전 맨 끝에 나오는 간단한 결론 정도로만 알고 『화엄경』 가르침과 연관 짓지 못한 채 그냥 흘려보낸 듯하니, 어찌 아쉬움이 없지 않겠는가.”
- 본문 중에서
불교 사상의 최고 정수로 꼽히는 『화엄경』은 그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한문으로 번역된 판본만 해도 60권본, 80권본, 40권본의 세 가지가 존재하는데, 이는 불자들에게 이 경전의 이해와 전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광대한 경전 중에서도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보현행원’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의 주인공 선재동자는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하며 수행하는데, 그 여정의 마지막에 보현보살이 전하는 가르침이 보현행원이다. 이는 보살도의 실천이자 부처의 행을 이루는 열 가지 서원을 의미한다.
저자는 보현행원의 의미를 “보살행을 특별한 몇몇 거룩하거나 고매한 행이 아닌, 어디서나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행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보살이나 오랜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 누구나 실천 가능한 보편적인 수행법이 곧 화엄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임을 강조한다.
“『화엄경』 전편에 넘쳐흐르는 불보살의 무량한 자비, 무량한 서원, 광대무변하고 불가사의한 방편과 중생 제도의 구체적 실천이 바로 보현행원이다.”
보현행원의 열 가지 실천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찬탄하는 것, 공양을 올리는 것,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것, 타인의 공덕을 기뻐하는 것,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시길 청하는 것, 부처님의 설법을 청하는 것,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배우는 것, 중생을 수순하는 것, 모든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현행원의 실천이야말로 차별과 대립을 없애고, 모든 중생을 섬기고 공양하는 수행의 종착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는 화엄의 실천법인 보현행원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쉽게 풀어낸 안내서다. 열 가지 행원의 구체적인 수행법을 현대 독자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하며 염불, 위빠사나 등의 수행법과의 연관성도 함께 짚어본다.
보현행을 강조한 큰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평생을 보현행자로 살아온 저자의 깊은 탐구와 실천의 결실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종교의 경계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르침으로서의 보현행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화엄은 살아 있는 세계이며 생명이 용솟음치는 세계다. 따라서 화엄법계는 실천의 세계요, 실천하지 않고는 화엄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화엄의 실천은 보현행이다. -20p
보현보살이 부처를 이루는 실천행이 보현행이며, 또한 중생 이익과 구호의 서원을 이루는 구체적 방법이 보현행원이다. -24p
보현행원은 보살행을 특별한 몇 개의 거룩하거나 고매한 행이 아닌,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으로 확대한 데 의의가 있다. 보살만이 할 수 있는 행이 아니라 범부중생도 할 수 있는 행인 것이다(普遍廣大). 보현행원은 저 어려운 화엄교학과 장엄한 화엄세계가 우리의 일상을 떠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범부중생의 일거수일투족이 바로 화엄세계요 화엄법계를 여는 열쇠다. -26p
불교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른 가치나 가르침처럼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방법,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금강경』에서 ‘불법이 불법이 아니다(所謂佛法者 卽非佛法)’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진정한 불자라면 궁극에는 불교마저 넘어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떤 곳에도 머무르지 말아야 하니 깨달음에도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52p
수행은 불지佛智, 즉 깨달음으로 가는 고매한 것이요 공양은 부처님 밥이나 짓는 노동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공양주는 그저 복이나 짓는 거고 깨달음은 고요한 곳에 가서 참선 장좌불와 해서 오는 걸로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십지품」 게송에서 말하듯 공양은 단순한 노동이나 복 짓는 행이 아니라 온갖 괴로움을 멸하고 바로 깨달음으로 가는, 비할 수 없는 행이다. -198~199p
육바라밀의 주요 항목이 모두 일상이다. 보시는 주는 것이고 인욕은 참는 것이고 정진은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다만 어떤 마음으로 주고 어떤 마음으로 참고 어떤 마음으로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수행이 되느냐(無爲法) 아니면 그냥 일반행으로 끝나느냐(有爲法)가 갈린다. -3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