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련화
보명사 불자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흑백 영화 ‘로마의 휴일. 주인공 ‘앤.공주 그리고 단두대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도 되어보는 ‘서유럽 3국. 문화답사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 여행을 목적으로 매월 불입하던 적금의 만기 약정일이 되기도 전에 M여행사 여행박람회에서 착한상품이 유혹하는 바람에 산적해 있는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발권 예약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은 컸다. 하지만 지금,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자찬한다.
출발일 새벽. 연수구청 앞에서 모인 우리 여섯 도반들, 예약된 승합택시에 승차 후 새로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향한다. 6시 55분 여행사 인솔 가이드와 미팅 후 탑승권(환승용 스위스 취리히 행 포함) 2장을 받고 위탁수하물은 자동인식이라 각자 본인이 손수 수속을 마치는 경험도 한다. 보안검색 까다로운 출국 심사 통과 후 면세점도 둘러보고,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로 허기를 채운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행 에어프랑스, 연착 없이 정확한 제시간 출발이다. 창가 좌석 덕에 커튼 올리고 내려다보는 만달고비와 울란바토르 상공,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이 설렌다. 12시간 가까운 비행으로 기내식이 두 번 있다. 맛이 좋아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즐긴다.
8시간 느린 시차로 파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었고 취리히 행 비행기 환승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 낯선 환승장 의자에 앉으니 고운 색 마카롱이 눈에 들어와 침샘 자극하는 인사를 건넨다. 2시간가량 비행 후 도착한 스위스에서 또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도로 산길을 올라 인터라켄으로 향한다. 앞좌석에 앉았어도 멀미가 난다. 명품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답게 상점에 진열된 손목시계가 먼저 반긴다.
숙소 호텔에서의 석식 ‘스위스 코스 요리.를 속이 불편해 아깝지만 남기고 말았다. 건물 지상 첫 층이 0층 부터 시작되는 유럽. 여행 첫 날, 밤을 맞는다.
여행의 꽃, 호텔 조식은 기대 이상이었고 맛 또한 상상 이상으로 훌륭해 여섯 도반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첫 일정은 알프스의 영봉 융프라우요흐(3454m)를 톱니바퀴식 등반 열차를 타고 등정해 아름다운 얼음 궁전과 스핑크스 테라스에서 만년설을 밟아보고 감상하는 것이다. 설원 열차를 두 번 환승해 오르며 난코스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스키어들의 아찔함에 눈이 절로 감긴다. 때 맞춰 내리는 눈이 설산에 더해지는 풍경은 숨 막히는 눈부심이다.
여러 컷의 인증을 남긴 후 전망대에서 추위를 덜어주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과 기념품도 구매한다. 하산하며 보는 알프스는 더 아름답고, 꿈 속 같다. 어디엔가 소녀 ‘하이디.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라 혹시 내 시야가 놓칠까 시선 고정이다. 숙소 호텔에 맡겨 두었던 캐리어를 챙겨 스위스 청정우 설렁탕 한식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그리고 이태리 밀라노로 이동하기 위해 5시간 버스 탑승이다.
‘세상에 이렇게 깨끗한 도시가, 나라가 있을까!?.
엽서 속, 그림과 사진 속 목가적 풍경이 눈앞에 있다. 고속도로 화장실이 유료인 휴게소를 지나 국경을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치형 유리지붕이 우아한 빅토리아 임마누엘 회랑과 스칼라 극장, 이탈리아 최대 고딕 양식 건축물 두오모 성당 외관을 둘러본다. 많은 컷의 사진을 남기며….
저녁은 이태리 피자를 와인과 함께 맛본다. 우리 입맛으로 퓨전화된 불고기 피자가 생각나는 그냥 담백한 이태리 빈대떡 맛, 느끼하지 않아 좋은 맛이다. 이태리 숙소의 샤워부스 크기에 놀라며 이틀째 밤을 맞는다.
호텔 조식에 또 한 번 놀란다. 빵과 우유, 씨리얼, 쨈, 치즈, 햄, 모닝커피 정말 간단하다. 오늘 일정은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이다. 겨울철이 우기라는 유럽. 밀라노에 비가 온다. 우비를 챙겨 나서는 발길이 다소 무겁다. 베니스로 건너는 유람선 승선 전에 한식 불고기와 계란찜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유학 중인 여학생 현지 가이드의 똘망똘망 야무진 설명에 넋 놓고 듣는다. 베니스 수상 가옥의 수로 골목을 누비는 곤돌라 체험 후 베니스의 상징인 산마르코 광장과 성당 두칼레 궁전으로 향한다.
쏟아지는 비바람 속에도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기념사진 촬영 후 명품 거리도 돌아보고 진하고 깊은 맛 초콜릿도 한 잔 맛본다. 비에 젖은 옷과 신발, 추위가 달아난다. 베니스에서 무도회 가면 자석 기념품도 고르고 비로 인해 안타까웠지만 낭만 곁들인 베니스를 가슴에 품고 승선해 갈매기와 손인사를 한다.
어제와 같은 크기의 샤워부스 숙소의 엘리베이터. 세상에 얼마나 적던지, 이렇게 작은 승강기도 있구나 싶다. 캐리어만 싣고 사람은 계단을 이용해야 할 것만 같다. 호텔 석식은 스위스에서처럼 코스요리였지만 닭가슴살은 남기고 신선한 채소 셀러드만 먹기로 한다. 인솔 가이드가 쏜 레드 와인도 한 잔 하고 올라와 푹 쉰다.
베니스 숙소에서 르네상스의 발원지 피란체로 향하는 길. 날씨가 엄청 좋다. 비가 그치고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아침을 연다. 인솔가이드에게 우리 여섯 도반 명칭은 템플팀으로 불러 줄 것을 요구해 우리는 템플팀이다. 구월동 모녀팀, 주안 모녀팀, 청주 부부팀, 안산 간호사(경화씨). 13명 정말 오붓하고 단출한 여행팀이다. 인솔 가이드 하팀장도 계양구에 거주한다니 완전 인천 거주자 모임 여행 같은 느낌이다.
부처님, 예수님, 천지신령님, 조상님…. 모든 님들의 도움과 기원으로 비가 그쳐 다행이다. 피렌체를 흐르는 강, 아르노강엔 어제 내린 비 덕에 수력발전 댐을 연상케 하는 수위로 흐른다. 피렌체 관공서와 주택가 골목의 단테 생가도 들러보고 시뇨리아 광장,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 산타마리아 델 피어레도 관광한다.
점심은 이탈리아 전통 스파게티와 오묘한 향의 돼지갈비찜이다. 식당 일을 돕는 분, 할아버지 연세가 엄청 많아 보여 혹시 접시 들고 오시다가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특이한 향이 입에 맞지 않아 남기고 과일 오렌지만 먹었다. 그리고 도둑님이 많다는 피렌체 골목을 나와 피렌체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 여러 컷의 기념사진을 남긴다. 전 세계, 유럽을 공포로 떨게 하는 테러 탓에 이태리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 송아지만큼 큰 검색견과 함께 거리를 순찰중이다. 퀴즈로 이탈리아 역사를 복습시키는 현지 훈남 가이드 덕에 많이 웃고 즐겁다. 퀴즈를 맞추면 로마 상징물 유리 모형을 준다. 인상 깊은 진행의 현지 가이드의 기억이 오래 머물듯하다.
다시 버스 이동이 시작되고 이제 로마행이다. 붉은 저녁노을에 물들고 있는 고속도로변 산꼭대기 요새에 지어 진 고대 도시의 평화로움이 여행 중임을 인식하게 한다. 저녁 식사는 버섯 불고기 한식이다.
로마에서의 하루가 시작됐다. 교황의 여름 별장이 있다는 로마 근교 언덕에 위치한 숙소. 커다란 크루아상과 쨈, 크레커, 커피, 우유로 시작하는 조식이 이젠 낯설지 않다. 오늘 일정을 위해 맛있게 먹어 둔다. 세계 최소 독립국 바티칸 시국 방문, 바티칸 박물관 견학 관광, 미술교과서에서 보았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으로 유명한 시스티나 예배당과 가톨릭교의 본산지 성 베드로 성당 관광이다.
공항에서 나눠 준 여행사용 수신기에 이어폰을 연결해 설명을 듣는데 바티칸 박물관에서는 또 다른 수신기와 이어폰을 준비해 나눠 준다. 로마 현지 가이드가 낸 퀴즈, 가톨릭 성화엔 문외한인 내가 맞추고 놀란다. 우째 이런 일이…. 기분 좋은 본상, 선물도 받는다. 벤츠를 타고 로마 시내 일주로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앤공주가 되어 본다. 미남 이태리 기사님의 환대가 싫지 않다. 고대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과 로마제국 ‘포로 로마노.와 트레비 분수 등 로마 유적지 시내 관광 후 계단 난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영화 속 앤공주처럼 우리도 입맛 취향 따라 젤라토,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부드러움을 맛본다.
이탈리아 관광 안내를 이틀간 도와주었던 가이드와 작별 후 프랑스로 가기 위해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향하는 길. 유럽에서 맛보는 김밥 도시락이 석식이다. 비교적 여유로운 공항 대합실 의자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먹는 이색 즐거움에 식사가 주는 행복이 더해진다. 유럽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터라 면세 혜택은 없지만 면세 매장에서 레드 와인 한 병을 골라 구입한다. 용돈을 아껴 유로화 환전해준 아들 몫이다.
파리 샤를 드 골 국제공항에서 숙소까지 1시간가량 버스로 이동한다. 나즈막한 언덕 위 전원 주택가에 있는 숙소가 맘에 든다. ‘역시 프랑스야.. 흡족한 미소로 숙면에 든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의 아침이 상쾌해 기분 좋고 첫 일정은 에펠탑 2층 전망대 관광이다. 출입구 검색이 엄청 까다롭다. 혹시 있을 테러의 위험 예방 차원인 듯하다. 파리 현지 가이드는 전직 교사 같아 보이나 충청도 구수한 사투리로 본인 소개를 해 불어통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충남 청양이 고향이라는 신사이다.
세느강 폭이 놀랍다. 너무 좁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강 같다. 파리 상징물 개선문과 패션 문화의 거리 샹제리제 거리에서 유쾌한 포즈 치열한 인증 샷을 엄청 남긴다. 그리고 시내 식당에서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 프랑스 전채요리도 맛본다. 대접 받으셔야할 듯한 연세 지긋한 어른께서 식당일을 돕는 바람에 좌불안석이다.
만족한 점심 식사 후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 견학 관광이다. 그 곳엔 또 한 분 미모의 프랑스 여성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이 눈앞에 있다. 경이로움과 벅찬 감동에 가슴이 뛴다. 수신기로 가이드의 설명과 안내에 따라 대충 골라 관람 후 콩코드 광장으로 간다. 봄이 성큼 와 있는 광장엔 초록 잔디가 반갑게 맞아주고 눈에 띄는 특별한 한 컷을 남기기 위해 세느강 다리 위 위엄 있게 우아한 가로등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긴다. 석식은 매콤한 순두부찌개와 한정식이다. 정말 꿀맛보다 더한 우리 입맛 제대로인 한식이다.
저녁 식사 후 선택관광인 세느강 유람선 야경 즐기기. 파리의 꽃샘추위도 물리치는 황홀한 광경이다. 에펠탑에 불이 켜지고 발광을 시작하니 환호성을 참을 수가 없다. 1시간 20분 정도 세느강을 유람하며 불빛 찬란한 파리 시내의 정취를 느끼며 관광한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라 더 훌륭한 화룡점정의 시간인 것 같아 행복하다. 유람선 선착장을 향하는 선상에서 우리 일행 13명을 기다리고 있는 현지 가이드와 인솔 가이드 두 분을 향해 어린아이처럼 손 흔들며 환호했던 모습, 그리고 유람선 뱃머리 따라 마중 나왔던 두 분 가이드의 기억이 새록새록 그립다.
여행 마지막 날 밤. 준비해 간 용기라면은 짐이 되니까 먹자며 한방에 모여 웃고 떠들던 기억이 새롭고, 수하물 정량 23kg을 맞추려고 캐리어를 펼쳐 짐정리를 하던 시간 또한 자꾸 떠오른다. 여행 마지막 날 공항 행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우회도로에서 잠깐 스치듯 지나며 보았던 베르사이유 궁전의 화려한 외관, 루이16세와 마리 앙뚜아네트의 삶과 프랑스 역사도 떠올려 꺼내본다.
일행 13명의 유럽 쇼핑 면세 환급 처리를 위해 동분서주 바빴던 인솔가이드. 인천행 비행기 연착 방송을 듣고 면세점으로 뛰어가 딸 선물을 구입 후 촉박한 시간 때문에 허둥지둥 뛰어와 마지막 승객으로 탑승한 일, 만나면 좋고, 그리운 도반들과의 이웃종교문화탐방여행. 모든 분들의 덕분에 더불어 무사히 잘 다녀왔다. 맏언니 성불화보살님과 적재적소 우월 도반 수지화보살님. 그리고 절친 도반 여여심보살님, 다정다감한 동생 도반 선혜심보살님, 든든한 막내 도반 보리성보살님.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며 시도 때도 없이 셀카봉 높이 들고 참 많이도 찍었던 인증 샷….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유럽여행이었다. 모두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