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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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부다가야의 보리수를 만나다

홍성범
숲해설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긴 명상 끝에 깨달음에 이르러 부처가 된 곳으로 알려진 곳은 인도 동북쪽의 비하르주에 속한 부다가야이다.
기원전 6세기말 고타마 싯다르타가 오랜 수행 끝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이곳에는 지금도 마하보디 사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신도들이 방문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신 곳에는 지금도 보리수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그 주변을 중심으로 마하보디 대탑을 조성하여 보존하고 있다. 불교신자들에게는 가장 신성시 되는 성지이며,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전 세계의 수행자들이 노숙을 하면서까지 기도 정진하고 있는데 그 모습들은 매우 경이롭다.
나무를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평소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이루신 나무로 신성시되고 있는 그 보리수를 직접 보고 싶었다.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으로 가는 길은 지난하다. 한국에서는 많은 불교 신자들이 성지 순례 팀을 이루어 패키지로 가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은 긴 여정이리라. 개인은 인도 델리공항에서 바라나시로 간 후 그곳에서 가야까지 간다. 가야는 부다가야보다는 큰 도시로 부다가야를 가기 위해서는 다시 택시나 오토릭샤 등을 이용해야한다. 패키지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한국 신자들에게는 별 어려움이 없겠지만 부다가야를 가는 여정은 그만큼 공을 들여야만 가능하다.
부다가야에 도착하여 보리수나무를 만나기 위해서는 마하보디 서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검색이 까다롭다. 휴대폰의 반입이 금지되어 보관소에 맡기고 입장해야 한다. 다행이 카메라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지참할 수 있었다.
마하보디 사원에 입장하면 커다란 마하보디 대탑이 눈에 들어온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신 그곳에 기원전 3세기 아쇼카 왕이 보리수나무 밑의 금강좌를 중심으로 불탑을 조성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마하보디 대탑의 최초 조성이었다.
마하보디 대탑은 현재 높이가 55m나 되는 방추형의 9층탑이다. 5세기 중국의 법현스님이 이곳을 참배하고 남긴 기행문인 〈법현전〉이나 7세기 이곳을 방문한 당나라 현장스님의 〈대당서역기〉에도 대탑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11세기에 터키의 침공 후 이곳은 폐허가 되었고 인도에서 불교가 쇠태하자 이 대탑은 힌두사원이 되어 불자들은 참배도 할 수 없게 되었다.
12세기에 이르러서야 미얀마의 왕이 이 소식을 듣고 많은 돈을 주고 이 불탑을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나서야 현재처럼 복원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18세기까지 마하보디 대탑은 폐허와 복원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인 1883년 영국의 고고학자 알렉산더 커닝햄과 베글라와 인도의 고고학자 라젠드랄 미트랄에 의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졌다.
특히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에서 불교 성역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고, 이후 간디, 시인 타고르 등이 가세하여 당시 인도 수상 네루에 의해 마하보디 대탑과 마하보디 사원은 힌두교에서 불교성지로 되돌려졌다.
마하보디 대탑 1층은 굴로 된 법당으로 불상이 모셔져 있다. 약 6평 규모의 법당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상은 1m 정도의 불단위에 모셔진 본존불이다.
보리수나무는 마하보디 대탑 담장 옆에 있는데 현재의 보리수는 부처님 당시부터 5대째 자손에 해당된다고 한다. 스리랑카의 아누라다푸라에 있는 보리수나무의 묘목으로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그 나무의 잔가지에서 기원전 288년에 차례로 번식한 것이다.
보리수나무, 정확히는 인도보리수(Peepul, Ficus religiosa) 는 파키스탄에서부터 미얀마에 걸쳐 자생하는데 특히 인도 중부와 북부에 형성된 물리적, 문화적 경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이다. 보리수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진정성을 부여하는 배경이 되었고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모두에게 신성시 되는 나무다. ‘보리수를 찾아 간다’는 말은 기도하러 간다는 표현으로 쓰일 정도이다.
수 천 년을 산다고 알려진 인도보리수는 성장이 빠르다. 줄기는 어릴 적에는 부드럽고 희미한 가로줄 무늬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조각조각 벗겨져 세로로 홈이 가고 줄기 아래쪽에 지지대가 생긴다. 공기뿌리는 종종 밖으로 빠져나와 다른 식물과 생명을 위한 힘과 안정성, 그리고 쉼터를 더한다.
낙엽성인 보리수는 한겨울에 힘을 떨어뜨린다. 4월에는 새잎이 주홍빛, 구릿빛, 분홍빛으로 생기 약동하는데, 이것은 많은 수종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곤충을 비롯한 초식 동물은 부드러운 어린잎을 선호하므로 잎이 충분히 질겨질 때까지 그 안에 값나가는 초록색 엽록소를 투자하지 않는 나무가 많다. 갓 만들어진 잎이라도 엽록소가 없으면 영양가가 낮아 덜 먹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붉은색은 생산비용이 더 들어도 곤충이 잘 보지 못하므로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다. 보리수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나무가 성숙해지면서 잎의 윗면은 초록색에 윤기가 돌고 밑면은 좀 더 탁하고 연하게 변한다. 연두색의 두드러진 잎맥은 강렬한 햇살 아래 근사하다.
보리수 잎은 손 크기의 삼각형 또는 하트 모양으로 자란다. 잎은 끝이 두드러지게 뾰족해지는데 빗물에 무기질이 침출되거나 빛을 독차지하는 군식구를 달고 있는 대신 빨리 흘러내리게 한다. 잎은 인조 가죽 질감이 나고 길고 유연한 잎자루에 달려 있는데 밤이면 가벼운 공기의 움직임에도 서로 부딪혀 괴기스럽게 재잘대는 특유의 소리를 낸다.
보리수 열매는 다른 무화과속 식물처럼 ‘가짜 열매’ 안쪽에 수많은 꽃이 피는 과육성 꽃턱으로 구성되고 작은 말벌이 꽃가루받이를 한다. 열매는 구형에 가깝고 자루가 없이 가지에 직접 붙어 있으며 연두색에서 짙은 보라색을 거쳐 완전한 검은색으로 익는다.
보리수 열매는 체리 크기로 맛은 없어서 사람들은 흉년에만 먹었다. 찌르레기와 박쥐들은 이 열매를 좋아해 씨를 널리 퍼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보리수 씨앗은 다른 나무의 움푹 들어간 축축한 구멍이나 담장의 틈새에 발아한다. 이 때문에 신앙심이 깊은 이들을 난감하게 한다. 나무가 이런 식으로 자라면 나중에 피해를 줄 것을 알면서도 어린 싹을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리수를 잘라내는 것은 성인을 죽이는 것처럼 큰 죄로 여기는 관습 때문이다. 세상에서 이와 같은 금기를 즐기는 나무는 드물다.
오랜 고행 끝에 깨달음에 이르러 부처가 된 과정을 지켜 본 나무, 그래서 불교도들에게 깨달음의 나무로 신성시 되는 나무, 그 나무를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직접 볼 수 있어 더 없는 영광이다.
사진으로나마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