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티베트력 1월 15일 법문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
달라이라마
티베트 승왕
오늘은 티베트력 1월 15일, 티베트의 새해와 함께 시작되어 2주간 진행되는 연례 대기도 축제(뮌람 첸모)의 절정에 이르는 날입니다.
진심 어린 기도를 통해 쌓은 공덕을 모든 중생의 평안을 위해 하나의 마음으로 합하는 전통에 따라, 올해도 변함없이 세상의 평화와 서로 간의 안녕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보는 일은 나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깁니다. 이미 늦었다고 여겨지는 지금이라도 인류가 자행한 폭력의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분쟁에서 결국 가장 무거운 짐을 지는 쪽은 무고한 사람들이며, 이들은 두려움에서 많은 것을 상실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으며 한 치 앞의 일을 알 수 없는 도전과 분투해야만 합니다.
우리 모든 인간이 고통으로부터 피난처를 구하고 궁극의 행복을 원한다는 점은 단순 명료한 진리입니다. 자신의 안녕이 모두의 안녕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합니다. 나를 포함한 지구 인류의 공통점과 동일성을 인식한다면 아무리 다루기 힘든 갈등이라도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에 기꺼이 나서려는 긍정적인 의지가 필요합니다. 폭력이 없는 보다 자비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모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호소합니다.
기도와 소원을 담아.
2025년 3월 14일
14대 달라이 라마
“기적과 같은 하루를 살아요”
티베트력 나무 뱀의 신년 그 열다섯 번째의 날, 양력 3월 14일은 기적의 날 입니다. 석가모니 붓다께서 여섯 명의 영적 수행자의 도전에 응하여 슈라바스티에서 기적을 행하신 바를 기념하였습니다.
행사의 기원을 거슬러 오라가 보면 1409년 티베트 라사의 조캉에서 제 쫑카파 대사가 제정한 대기도제(묀람 첸모)의 일부였습니다. 한때 이 축제는 중단되었지만, 2대 달라이 라마 겐둔 갸초 시대에 다시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축제는 매일 이른 아침 기를 시작으로 법문을 열고, 정오 기도와 오후 기도의 네 가지 세션으로 나뉩니다. 경축 행사 기간 내내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아리아슈라의 ‘탄생 이야기 화환(자타카말라)’을 읽는 데 전념했습니다. ‘화환’은 부처님의 전생 중 가장 유명했던 34명의 삶을 4세기 무렵에 시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 축제의 15일째 되는 날, 보름달이 뜬 날, 제 쫑카파 대사는 보리심을 발현하는 대규모 공개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보리심은 모든 존재의 이익을 위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서원입니다.
오늘의 태양은 산 위로 비추면서 온화한 날씨를 선사하는군요. 우리가 모인 이곳 축라캉과 그 안뜰은 약 6천 명의 사부대중으로 여법한 법석이 마련되었습니다. 반야심경이 봉독 되는 법회장에 들어서는 내내 대중의 서원에 담긴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오늘은 대기도제의 마지막 날로써, 티베트에서는 게셰 하람파에 해당하는 마지막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습니다. 데붕, 세라, 간덴 사원의 세 위대한 승원에서 유능한 학승들이 대토론회에 도전했습니다. 저는 게셰 하람빠 학위에 수승하는 학승들과 학업에 매진하였고 라싸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당시 저는 신비한 꿈을 꾸었습니다. 제 앞에 서 계신 붓다를 보았는데, 그는 저를 부르셨고 저는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저를 마주하며 매우 기뻐하셨지만, 저는 그에게 줄 것이 작은 초콜릿 사탕 외에는 없다는 것에 부끄러워했지요. 제가 붓다에 대한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은 제가 평소에 얼마나 진지한 붓다의 제자인가 증명하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변곡 속에서 열강국의 정치적인 이유로 나라를 잃고 인도와 다른 곳에서 흩어져 망명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지에 망명정부를 수립하여 지내는 동안 서서히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붓다의 가르침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현대과학자들과 붓다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열린 관점에서 논의했고, 그들의 지식과 토론할 때 저도 마치 불교 과학자인 것과 같은 환희심 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망명 생활 동안 저는 최선을 다해 붓다의 가르침과 선지식의 가르침을 섬겼고, 꿈에서 110세 이상 살 수도 있다는 징조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남은 세월 동안 맡은 바 최선을 다해 불법과 일체 생명 지닌 존재들을 섬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제 쫑카파 대사께서 그의 ‘깨달음의 길 단계에 대한 대논’의 마지막에 쓴 기도문에서 받은 감동을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붓다의 음성이 퍼지지 않은 곳에서나
그리고 퍼졌지만 쇠퇴한 곳에서나
크나큰 자비심에 감동하여
일체중생을 위하는
탁월한 행복의 보고를 분명히 밝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