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유사
수덕사 이야기, 세상으로 나오다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수덕유사』
설정 스님 구술 | 김광식 지음
488쪽 | 양장 제본
값 30,000원
도서출판 중도(02-2278-2240) 펴냄
덕숭총림 수덕사는 1,700여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선지식이 머물며 수행과 교화를 이어온 도량이다. 덕숭산의 깊은 산중에는 이름으로 남은 기록보다 더 많은 수행자의 숨결과 사연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특히 경허스님, 만공스님을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이 수행을 한 터전이다.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 기억 속에만 머물렀던 수행의 자취들을 한데 모아 엮어낸 책 『修德遺事수덕유사』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덕숭총림 방장과 수덕사 주지를 역임한 설정 스님의 구술을 토대로, 근현대 한국불교사 연구의 권위자 김광식 교수가 2년여에 걸쳐 20여 차례의 면담과 채록을 통해 완성한 역작이다. 단순한 문헌 정리를 넘어, 살아 있는 증언과 기억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수덕유사』는 구술사口述史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이 책은 기존에 널리 알려진 『경허집』, 『만공법어』 등 문헌에서 담지 못했던 수행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비사秘史, 그리고 수행자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원력까지 담아내고 있어, 덕숭문중의 정신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덕숭산의 큰스님」에서는 경허 스님을 중심으로 근대 선불교의 부흥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선풍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던 시대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법등을 다시 밝힌 경허 스님의 행적과, 그 법맥을 이어받은 만공 스님의 치열한 수행과 교화 활동이 상세히 그려진다. 이어 혜암, 벽초, 원담 스님에 이르기까지 덕숭산 선맥을 계승해 온 큰스님들의 수행 이력과 가풍이 한 흐름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한 시대의 수행 정신이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2부 「덕숭산과 인연을 맺은 스님」에서는 수덕사와 정혜사, 견성암을 중심으로 정진한 다양한 수행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금봉, 춘성, 동산, 경봉 스님 등 당대 불교계를 이끌었던 인물들은 물론, 기록이 부족했던 중은 스님(만공탑 설계)과 법희·일엽·선복·선경·수연·수범·만성·수옥·만선·지명·본공·덕문·정화·응민·법성 스님 등 비구니 수행자들의 삶까지 함께 조명하고 있다.
특히 견성암에서 수행 정진한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이력과 정신을 다룬 부분은 그동안 미진했던 비구니 수행자의 전통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한국불교 수행사의 균형을 되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3부 「수덕사의 현대사」에서는 사찰의 수행 전통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6·25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법맥을 지켜낸 이야기, 선맥 수호를 위해 설립된 선학원의 역사, 그리고 10·27 법난과 1994년 종단개혁 등 현대 불교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를 통해 수덕사가 단순한 수행 도량을 넘어, 한국불교사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음을 웅변하고 있다.
또한 부록에는 만공 스님의 항일정신과 관련된 다양한 구술과 문건이 수록되어 있어, 수행자이자 시대의 지성으로서의 면모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선학원 창립 발언, 일제강점기 언론 인터뷰, 제자들의 회고와 증언 등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살아 있는 역사로 다가온다.
설정 스님은 간행사를 통해 “기록이 없으면 아무리 위대한 삶과 업적도 세월 속에 묻히고 만다”며, 이 책이 후학들에게 수행의 지침이자 거울이 되기를 발원했다. 실제로 『수덕유사』에는 신심과 원력, 공심으로 살아간 선지식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의 수행 정신과 선농일치의 가풍 또한 생생하게 전해진다.
저자 김광식 교수는 펴내는 글에서 이 책자의 가치와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이 책자는 근현대기 수덕사 불교문화콘텐츠의 기반으로 활용될 것이다. 기존에 나온 『경허집』과 『만공법어』에 누락된 것이 보완되었으며, 새로운 비사와 증언이 다수 수집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 책자는 수덕사, 정혜사, 견성암에서 수행하였던 수많은 수행자들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기초가 될 것이다. 즉 이 책자를 통해 새로운 연구가 시도될 수 있다.
셋째, 이 책자에는 구술 증언자인 설정스님의 역사의식, 문화의식, 수덕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집약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자에 담긴 설정스님의 안목을 통해 한 수행자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는 ‘기억의 복원’에 있다.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이야기와 증언을 모아 자료집으로 엮음으로써, 수덕사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수행자와 불자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요컨대 『수덕유사』는 수행자에게는 깊은 울림과 발심의 계기를, 불교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기초 자료를,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한국 선불교의 살아 있는 역사를 만나는 귀한 인연을 제공할 것이다.
천년 고찰 수덕사의 산문을 따라 흐르는 수행의 숨결, 그리고 선지식들의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