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인생의 바다를 순항하는 비법’을 설하다
달라이라마
티베트 승왕
과거의 모든 붓다께서
궁극의 깨달음을 향한 서원을 세운 바
보살도의 계율에 따라 수행의 단계를 정하셨네.
나 또한 선지식의 행적을 참구하여
오직 중생의 이익만을 위함으로
보리심을 내었으니
엄중한 계와 율의를 따라
불법에 한 걸음씩 나아가 머물고 수행함에
오늘 그 열매를 맺었노라.
붓다의 혈통에서 태어나
붓다의 자녀이자 제자가 되었으니
모든 면모에서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하리라.
또한 이 고귀하고 흠 없는 혈통을 해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겠노라 맹세 하노라.
-샨티데바 [입보리행론] 3장 가운데-
 
‘법에 근거하면 진리만으로도 파멸을 몰아낼 수 있다.’
티베트불교의 전통을 따라,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 이야기 중 한 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보살께서 현명하고 노련한 선원이었던 시절에 관한 것입니다.
보살은 노련한 항해사였기에 ‘바른 길’이라는 뜻의 ‘수파라가’로 불렸습니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황금의 땅과 무역하는 바루카체나의 상인들이 그에게 함께 항해에 오르기를 권할 정도였지요.
수파라가는 제안이 올 때마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늙은이입니다. 제가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마음은 산만하고 몸은 쇠약할뿐더러 시력도 거의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간곡히 청하건데 저희의 여정과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며 항해사의 책무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위대한 성인 수파라가는 본인이 늙고 병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비심만을 내어 배에 올랐습니다.
배는 여러 변화무쌍한 바다를 만났는데, 어느 쪽이 더 격렬했는지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상인들은 곳곳에서 다양한 두려움에 직면하였고 표현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때마다 보살 수파라가는 그들을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거대한 대양을 건너려는 이들에게는 이처럼 불길한 격동이 곳곳에서 닥쳐옵니다. 어찌하여 그런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있고, 두려움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초연할 수 있겠습니까? 슬픔은 침울함과 낙담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영리한 자는 모든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바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습니다. 급기야 선원들은 배의 통제력을 잃었습니다. 상인들은 다시 수파라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모든 존재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니셨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별 없이 구해 주신 당신, 지금이 당신의 힘을 행동으로 옮길 때입니다. 우리는 당신께 귀의합니다. 우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수파라가는, 가사를 한쪽 어깨에 걸치고 배 갑판에 무릎을 꿇고서 경건히 삼배를 올린 후 여래께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상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경하는 바다의 선원과 상인들이여, 그리고 하늘과 바다에 사는 대지의 신들이여, 부디 저의 기도를 듣고 저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제가 처음으로 의식적인 행위를 한 이후로 살아있는 존재를 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 간절한 서원의 힘으로. 저의 덕행이 축적된 힘으로. 이 배가 죽음의 늪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귀향하기를 서원합니다.”
그가 보인 진리의 힘과 공덕의 광채가 너무나도 위대하여 해류와 바람이 바뀌고 배는 원래 목적한 좌표의 길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배가 안전히 항해하는 것을 본 선원과 상인들은 감탄과 기쁨으로 환희심에 넘쳤습니다.
아리아슈라는 자타카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불법에 근거하여 진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덕망 있는 친구를 두는 것이 얼마나 큰 이익이 되는지 보여줍니다. ‘덕망 있는 벗에게 의지하는 자는 행복을 얻는다’라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달라이라마(뗀진갸초, 89) 본인은, 티베트 암도에서 라싸로 와서 수학하며 다양한 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생활을 하면서, 특히 현대과학 분야의 연구자를 비롯한 지식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붓다께서 마음과 감정의 작용, 특히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대화가 서로에게 유익하고 인류의 미래를 보다 더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배려하고 선한 마음을 성장시키고 확산시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는 보리심의 깨달음, 즉 다른 중생을 돕고자 하는 깨달음의 서원, 그리고 사물은 보이는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일깨웁니다. 이것이 제 삶의 매일 매일을 시작하는 방식이자 공개된 비밀입니다.
깨달음의 마음을 수양하면 절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주의 끝까지 중생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굳건한 자신감을 지니도록 합니다. 하지만 깨달음의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서는 ‘사물은 보이는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순수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오늘날 정신과학 분야에서 보리심과 공의 관점을 결합하는 것을 연구 주제로 삼는 것 역시 흥미로운 현상임에 주목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