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숲해설가
벚꽃 놀이, 탐매 여행은 봄과 함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매화와 벚꽃을 보러 나섰을 것이다. 봄을 알리는 여러 나무 중에서 꽃이 가장 화려하고 친숙한 나무들 중 으뜸은 대부분 ‘장미과’ 식물이다.
왕벚나무, 산벚나무, 매화나무, 살구나무, 앵도나무, 자두나무, 모과나무, 산사나무, 복사나무, 팥배나무, 야광나무, 귀룽나무, 돌배나무, 마가목 모두 장미과 교목이다.
장미과 관목으로는 쉬땅나무, 조팝나무, 황매화, 해당화, 죽단화, 홍자단, 병아리꽃나무, 피라칸타 등이 있는데 모두 꽃이 아름답다. 물론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지만 장미과 식물들의 꽃과 열매는 봄과 여름에 저마다 붉은색, 노란색, 하얀색으로 사람들은 물론 새를 비롯한 동물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장미과 중 초록색 매실이 열리는 매화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줄기 끝이 녹색 가지라는 점이다. 물론 가지가 난지 오래됐다면 초록색 줄기가 잘 안 보이기도 한다. 살구나무는 가지 끝이 붉다는 것이 특징인데 매실이 초록색이라면 살구의 열매는 주황색이다.
울퉁불퉁한 열매와 수피가 얼룩덜룩 카키색이 특징인 모과나무, 붉은 열매와 흰색의 자잘한 꽃이 특징인 산사나무, 벚꽃 비슷한 꽃과 잎이 선형으로 긴 복숭아로 친숙한 무릉도원 복사나무, 작은 빨간 열매와 주름진 잎이 특징인 앵도나무, 작게 모여 핀 흰 꽃과 붉은 열매가 특징인 팥배나무, 꽃이 총상화서(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은 화형) 형태이고 잎도 복엽인 쉬땅나무.
이외에도 꽃이 장미를 닮았고 주름이 많은 잎과 가시가 있는 해당화, 개나리가 지고 난 골짜기 마다 다시 노란 꽃으로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하는 황매화, 흰 꽃이 병아리를 닮았다는 병아리꽃나무, 봄과 여름 산에 장미과 나무들만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도 좋다.
식물의 종은 다양하다. 그래서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아름다운 장미과 식물들을 먼저 접하며 하나씩 넓혀가는 방법을 권해 본다.
4월 중순이 되면 나무 전체를 하얗게 뒤덮는 산신령 같은 나무들이 있다. 이 나무들은 꽃도 잎도 열매도 비슷하여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전문가들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꽃이 지고 난 후에는 그나마 구별하기 쉬운데 흰머리를 길게 드리웠을 때는 꽃모양, 잎 모양, 수피 모양 등으로는 구별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장미과 중에서 사과나무속 세 형제는 야광나무, 아그배나무, 꽃사과나무다.
밤에 빛이 난다는 야광나무, 아기 배를 닮은 아그배나무, 미니사과의 꽃사과나무로 구별하는 법이 재미있다.
다음 봄부터는 각자의 방법으로 나무들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애정을 가지고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우리들의 봄과 여름은 더 풍성하리라.
앞서 열거한 장미과 여러 나무들 중에서 자두나무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한다.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자두나무는 낙엽활엽교목으로 원산지는 아시아이다. 봄에 잎이 나면서 백색의 꽃도 함께 핀다. 열매를 자두라 하여 먹거나 껍질을 제거한 후 씨를 건조시켜 이뇨제로도 사용한다.
자연종은 드물고, 오늘날에는 과수로 키우고 있으며 양지바르고 배수와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키가 10m에 달하며 어린가지는 적갈색이고 윤기가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잔잎은 긴 난형 또는 타원형으로 끝은 뾰족하고 길이가 10㎝ 미만이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흰색의 꽃은 4월경에 지름이 2㎝ 정도로 잎보다 먼저 피는데 보통 3개씩 달린다. 열매는 7월에 노란색 또는 적자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둥글고 밑 부분이 들어가며, 재배종은 길이가 7㎝에 달하지만 자연종은 2㎝ 정도로 훨씬 작다. 과육은 연한 노란색이며, 안쪽의 단단한 핵은 겉이 거칠다.
자두나무와 비슷한 식물로 재배하는 것으로는 매실나무, 살구나무, 복사나무, 앵도나무 등이 있는데 모두 우리나라 대표 과일들이다.
이 꽃들은 4월초 창경궁 옥천교 부근에서 모두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꽃만으로는 여간 구분이 쉽지 않다.
자두는 자도(紫桃) 또는 오얏이라고도 한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려고 손을 위로 올리면 자두를 따려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뜻인데 자두나무는 그만큼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이다.
자두는 자두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다. 6월에서 7월 초에 수확하며 열매는 달고 과즙이 많아 널리 재배되었다.
꽃은 오얏꽃이라고 하며, 대한제국 황실과 전주 이씨 가문을 상징하는 꽃이다. 한자로는 이화李花라고 쓴다.
전주 이씨의 휘장인 이화문과 대한제국 황실의 국장도 자두나무의 오얏꽃 모양이다. 지금도 덕수궁의 전각이나 창경궁 대온실 등에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의 국장을 볼 수 있다.
자두나무는 전주이씨를 상징하기에 고려 말에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고려가 망하고 전주이씨가 새 왕조를 열거라는 목자득국木子得國이 민간에 퍼지면서 고려 조정에서는 어떻게든 이 소문을 잠재우려고 애썼는데 서울시 강북구 번동이라는 동명의 유래에도 등장한다.
고려시대 『운관비기雲觀秘記』라는 책에 “이씨李氏가 한양에 도읍하리라.”는 비기설이 있는데, 고려 말기의 왕과 중신들이 이 설에 의거 경계를 하던 중 한양 삼각산 아래 오얏나무가 무성하다는 말을 듣고 이씨가 흥할 징조라 여겨 오얏나무를 모조리 베게 하였다. 이를 전담하는 관리까지 임명하고 파견하였는데 그 직책이 벌리사伐李使였다. 이 일대는 벌리사가 파견된 지역인 벌리伐里라 칭하다가 번리樊里가 되었다고 하니 자두나무의 위세는 참으로 대단하다.
여하튼 고려 조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얏 이씨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했고 격동기 자두나무의 수난사다.
자두나무의 꽃 모양은 벚꽃, 사과꽃, 배꽃, 살구꽃 등과 꽤 흡사하다. 특히 벚나무나 살구나무와는 같은 벚나무속에 속하기 때문에 색만 빼면 꽃의 실루엣이 거의 똑같다.
맛은 전반적으로 물기가 많고 단 맛. 씨앗 주변부 과육은 매우 신 맛이 난다. 껍질 역시 약간 신 맛. 근본적으로 껍질까지 보통 함께 먹고, 크기가 작아 씨앗 주변부 과육까지 어쩔 수 없이 같이 섭취하게 되다보니 아무리 노란 과육이 달아도 신맛이 제법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자두는 기본적으로 새콤달콤한 맛이다.
자두 열매의 모양만 보면 복숭아와 비슷하다. 마치 덜 익은 어린 복숭아 같다.
물자가 풍부한 오늘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남국의 달콤한 과일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한국의 전통적인 과일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한 앵도, 자두 등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