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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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행복한 길을 묻는다

상인스님
파라미타청소년협의회 상임이사, 정토사 주지, 삼국유사연구원장


2010년, 대한민국에 봄은 없었다. 백호가 희디흰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와 어여쁜 꽃송이들을 온 산천에 피어나게 해 주길 기다리던 4월, 우리는 봄소식 대신 천안함 침몰소식을 들어야 했다. 조국의 푸른 바다를 지키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미확인 물체에 의해 두 동강 난 뒤 침몰 되었다. 스물 네 시간 바다에 떠서 붉은 해를 건져 올리고, 달과 별을 하늘에 걸면서 그들은 이렇게 ‘천안함가’를 외치곤 했을 것이다.
‘우리는 피 끓는 대한의 남아, 젊은 바다 사랑하여 여기 모였다. 거친 파도 몰려와 우릴 덮쳐도 굳세게 전진하여 싸워 이긴다. 우리는 자랑스런 천안함 용사, 싸우자, 이기자, 무적 천안함’
그러나 동강난 천안함의 마흔여섯 수병들은 그들이 지키던 바다에 혼을 묻고 싸늘한 주검으로 우리 가슴에 귀환했다. 따뜻한 봄, 결혼식을 올린다며 웃던 예비신랑, 쥐꼬리 만한 월급을 ‘가족의 생활비’, ‘어머니 수술비’를 위해 적금을 넣던 효자 아들, 형, 동생이었던 그들은 이제 사진 속에서만 웃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의로운 천안함 용사들은 죽지 않았다. 그들은 영원한 조국의 꽃이 되었다. 온 국민은 그들의 주검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가슴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나게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슬픔에서 깨어나야 한다. 누가, 무슨 의도로, 어떤 무기로 공격 했는지조차 모른 채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수병들이기에 국민들의 비통함은 더욱 크지만, 이제는 슬픔을 거두어야 한다.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던 것처럼 한반도의 냉엄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천안함 사태 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46명의 수병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군의 안보태세에 구멍이 뚫렸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군은 천안함 사태와 같은 비극이 절대 재발되지 않도록 기강을 바로 세우고,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정비하는 것도 과제다.
최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연초부터 중국방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현실화된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그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이은 흉작과 외국의 원조마저 끊겨 올 봄 식량 상황은 90년대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식량 원조를 받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경제가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북한과 남북으로 마주해 공존해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로서 김정일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난세 아니었던 때가 없다. 그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현실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미지수다. 정치는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어야 하는지 되묻곤 하지만 정답은 없다. 그러나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채 길을 헤매고 있는 우리는 옛 문헌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시대도 다르고 고뇌하는 사람과 내용이 다소 다른 듯하지만,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똑같은 고민을 그때 그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란한 시대 상황을 어찌하면 극복하고 안정과 평화를 향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은 보각국사 일연 스님께서 저술한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날 신라 경덕왕이 충담사(일연)에게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대도(大道)>를 묻게 된다. 충담사는 향가인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왕에게 바친다.


임금은 아버지며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며
백성은 어린 아이라고 한다면
백성들이 그 사랑을 알 것입니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백성들
이들을 잘 먹이고 다스리면서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한다면
나라 안이 잘 다스려짐을 알 것입니다.
아,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 안이 태평해질 것입니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정세와 거기에 따르는 긴장과 갈등은 늘 아슬아슬한 곡예의 연속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과 미래의 경쟁 속에서 진정한 희망이 무엇인지 되물어보고 싶다.
고뇌하는 이들에게 오늘은 <안민가(安民歌)>를 들려주고 싶다. 어려운 때일수록 조급해서는 안 된다. 천천히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누구나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때 이 시대에 합당한 <안민가(安民歌)>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