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석
여래사 불자, 법무법인 대호 송무실장·jang-kswi@hanmail.net
<지난호에 이어서>
다. 해방공탁으로 인한 가압류의 취소
질의 : 갑이 을에게 돈 1,000만원을 빌려주고 받기로 한 날에 받지 못하자 채무자 을의 부동산에 가압류집행을 하였습니다. 그 후 을은 그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하였으나 부동산에 가압류가 되어 있어 매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을은 가압류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합니까?
답 :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라면 해방공탁을 함으로써, 가압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1) 해방공탁이란
가압류는 금전채권의 집행보전을 목적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을 확보하는 제도이므로, 채무자가 적당한 담보를 제공한다면 구태여 일반재산을 가압류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가압류명령에는 가압류의 집행을 정지시키거나 집행할 가압류를 취소시키기 위하여 채무자가 공탁할 금액을 적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 금액을 해방금 또는 해방공탁금이라고 합니다(법 제282조). 해방공탁금에는 금전만을 허용하고, 유가증권에 의한 공탁을 그 유가증권이 실질적 통용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6. 10. 1. 선고 96마162 전원합의체 판결).
해방공탁은 금전채권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가처분의 경우에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으며(대법원 1956. 5. 10. 선고 4289민상26 판결), 가처분에 대하여는 같은 취지에서 특별사정에 따른 취소의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2) 신청과 취소절차
채무자가 가압류명령에 기재된 해방금액을 공탁하였을 때에는 법원은 집행한 가압류를 취소하여야 합니다.
라. 특별사정에 의한 가처분의 취소
질의 : 을은 갑의 특허권을 기간 2년, 사용료를 00원으로 정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3개월 이내에 갱신계약을 하기로 약정한 후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을은 갑과의 사이에 위 계약기간의 만료로 인한 특허권의 실시요금 인상에 따른 이견이 생겨 아직 갱신계약기간이 3개월 이내이므로 이를 미루어 오던 중에, 갑은 일방적으로 특허권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위 제품의 제조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그 집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을은 아직 갱신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위 가처분명령으로 인해 위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할 수 없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는 바, 위 가처분명령을 취소할 수는 없는지요?
답 : 특별한 사정에 해당되므로 가처분의 취소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정한 담보는 제공하여야 합니다.
(1) 의의
가처분은 금전채권의 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자가 담보만을 제공한다고 해서 곧 이를 취소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가처분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큰 손해를 입게 되거나 또는 채권자의 피보전권리가 금전적 보상으로도 종국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채무자의 피해를 경감하기 위하여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양 당사자의 이익에 부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은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채무자로 하여금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둔 것입니다(법 제307조).
이 취소제도는 다툼의 대상(계쟁물)에 관한 가처분과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 모두 적용됩니다.
(2) 특별한 사정이란
(가) 특별사정의 의의 : 특별사정이란 ① 가처분으로 보전되는 피보전권리가 금전적 보상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정 ② 채무자가 가처분에 의하여 통상 입는 손해보다 훨씬 큰 손해를 입게 될 사정을 말하며 이 두 사정 중 어느 하나라도 있으면 특별한 사정에 해당됩니다(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21188 판결).
(나) 금전보상의 가능성 : 금전보상이 가능한가의 여부는 장래 본안소송에서 청구의 내용, 당해 가처분의 목적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공사 잔대금 채권의 담보를 위한 유치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발령된 출입금지등가처분(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21188 판결), 사해행위취소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발령된 처분금지가처분(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금전채권의 처분금지가처분은 금전보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피보전권리가 담보물권(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547 판결은 근저당권에 대하여 반대 입장), 입목의 벌채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인도청구권(대법원 1966. 10. 18. 선고 66다1748 판결)인 가처분도 금전보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의장권(대법원 1981. 1. 13. 선고 80다1334 판결), 온천수의 용수권(대법원 1971. 4. 30. 선고 71다586 판결)은 그 가치가 무한에 가까우므로 금전보상이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공사금지가처분, 지식재산권침해금지가처분,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인격권침해금지가처분 등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경우에 금전보상의 가능성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치료비나 임금의 임시지급을 명하는 가처분은 즉시지급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발령되는 것이므로, 장래 금전적 보상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특별사정을 이유로 가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 채무자의 이상異常손해 : 채무자가 특히 현저한 손해를 입게 될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가처분의 종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자가 입을 손해가 가처분 당시 예상된 것보다 훨씬 클 염려가 있어 가처분을 유지하는 것이 채무자에게 가혹하고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할 것이며(대법원 2006. 7. 4.자 2006마164, 165 결정), 채무자가 입을 손해는 반드시 공익적 손해임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31210 판결).
유치권에 기한 출입금지가처분으로 인하여 공원묘원의 설치 운영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재단법인인 채무자가 공원묘원에 출입조차 할 수 없게 되어 그의 유일한 재산인 공원묘원의 보존관리 상태가 악화되고 사용권의 분양과 공원묘원의 관리 유지라는 목적사업에 중대한 지장을 받아 온 경우(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21188 판결, 2006. 4. 13. 선고 2005다56223 판결), 공사금지가처분 발령 후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지하굴착공법을 변경하였으며, 공사가 금지된 당해 오피스텔이 50% 이상 분양된 경우(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31210 판결)가 판례상 특별사정에 따른 가처분 취소가 인정된 사례이나, 하급심에서는 채무자의 이상異常 손해의 발생을 이유로 한 가처분취소를 인정한 사례가 많습니다.
(3) 심리와 재판
사건의 심리에 있어서는 피보전권리의 존부나 보전의 필요성의 유무, 즉 가처분의 당부는 심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다만, 특별사정의 유무에 관한 하나의 자료에 불과), 이에 관하여는 심리판단할 필요가 없고 오직 가처분취소사유인 특별사정의 유무만을 심리판단합니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547 판결).
법원은 특별사정을 심리한 후 그 사정이 인정되면 채무자가 제공할 담보의 종류와 금액을 정하여 미리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거나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가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며, 특별사정이 인정되지 않거나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취소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합니다. 특별사정이 없는데 담보제공만으로 가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합니다(대법원 1966. 2. 28. 선고 65다2560 판결).
이 담보는 가처분의 성질상 피보전권리 자체를 담보하는 것이 될 수 없고,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였음에도 가처분의 취소로 말미암아 가처분목적물이 존재하지 않게 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가처분채권자는 가처분취소로 인하여 입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승소판결을 얻은 후에 법 제19조 제3항, 민사소송법 제123조에 따라 그 담보에 대하여 질권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채무자의 이의신청에 대하여는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필자 註) 그런데, 법원이 자유재량에 의하여 명한 담보를 제공하고서 그 가압류 자체의 취소를 구할 수도 있는데(법 제288조 제1항 2호), 실무상 잘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