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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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나무들

 


홍성범
숲해설가


불교와 관련된 나무들을 생각할 때 맨 먼저 떠오르는 나무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련된 보리수나무일 것이다. 깨달은 자의 나무로 신성시마저 되는 보리수나무, 이외에도 우리나라 절에 많이 심어지고 불자들이 사랑하는 나무들을 살펴보자.
염주의 재료가 되는 나무들, 스님들이 나물 등 먹거리를 위해 심었던 나무들이 사찰로부터 시작하여 일반인에게도 널리 애용되기 시작한 나무들, 불두화처럼 사찰 조경용으로 애용되는 나무들이 그것이다.


이중 보리수나무는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나무 중 하나인데 먼저 피나무과에 속하는 중국이 원산지인 보리수普提樹가 있다. 그리고 인도 보리수와 서양 보리수가 있는데 이중 인도 보리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나무이고, 서양 보리수는 슈베르트 가곡 ‘보리수’로 알려진 나무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보리수나무는 학명이 ‘Elaeagnus umbellats’이고 한자명도甫里樹로 인도 보리수와 전혀 다른 나무이다.
중국 원산지의 피나무과 보리수는 열대성 상록의 인도 보리수의 대용이 된 나무이며 스님들이 사찰 주변에 심으면서 이 나무에서 열리는 ‘보리자’라는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식물학자들은 같은 이름의 보리수나무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보리자나무’라고 구분 짓는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보리수나무는 10월에 붉은색의 장타원형의 열매가 열리며 열매는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나무의 높이는 대략 4m 정도로 토양과 햇빛만 좋으면 잎도 울창하게 자라며 수종도 다양하여 유사종이 60여종에 이른다.


다음으로 사찰에 조경용으로 많이 심는 불두화는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불교도의 사랑을 많이 받는 나무이다.
불두화佛頭花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불교나 사찰이 연상되는 나무이다. 5월에 산방차례방식으로 피는 흰 꽃의 무리는 마치 하나의 큰 꽃처럼 보인다.
불두화가 사찰과 연관된 이유는 흰색 꽃이 부처님오신날을 전후로 하여 필 뿐 아니라 꽃 모양이 부처의 두상을 닮았기 때문이다.
불두화 꽃은 향기가 없다. 또한 무성화로 종자번식이 불가능하여 독신 수행하는 스님들에 비유되기도 한다.
불두화는 인동과 낮은 키나무로 어른 키 높이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바로 눈 앞에서 꽃을 자세히 관찰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꽃이 비교적 귀한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꽃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불자가 아니더라도 관상수로 불두화를 심는 경우가 많다.


유사종으로는 백당나무가 있으며 백당나무는 꽃의 수가 적은 반면 불두화는 꽃의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암술과 수술이 없는 무성화 방식으로 꽃이 핀다.
백당나무와 불두화는 꽃의 형태를 뺀 다른 형질은 거의 같아서 많은 사람이 혼동을 일으키는데 차이는 학명에 잘 나타나 있다. 백당나무의 학명은 ‘Viburnum sargentii’이고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품종인 ‘V. sargentiifor. sterile’로 되어 있다.
불두화의 품종소명 ‘sterile’은 불임不姙 이라는 뜻이다. 즉, 두 종류의 차이점은 종자를 맺느냐, 맺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불두화는 종자를 맺지 못하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대신 식물체의 일부를 뿌리와 함께 잘라 내어 심는 포기나누기나 나뭇가지를 잘라 심는 꺾꽂이라 불리는 삽목을 하면 쉽게 새로운 개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열매를 맺는 백당나무는 바닥에 떨어진 잎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맺히는 식물이라 하더라도 장단점은 다 있게 마련이다.
꽃의 화려함으로 보면 백당나무보다는 불두화가 훨씬 아름답다. 5개의 꽃잎으로 구성된 작은 꽃 여러 개가 원형의 구조물처럼 만들어진 작은 꽃줄기에 달려 전체적으로는 동그란 축구공이나 눈 뭉치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어 이름도 ‘snowball tree’이다.
불두화는 ‘수국백당나무’ 또는 ‘큰접시꽃나무’라 불리기도 하고, 백당나무는 ‘청백당나무’ 또는 ‘불두화’라고도 한다. 이름에서도 서로 혼동스럽다.


사찰주변에서 자주 보는 나무로 수국도 있다.
봄이 되면 꽃이 화려하게 만발하는 수국은 일본에서 들어온 키 작은 원예품종이다. 잎 모양이 깻잎과 닮아 처음에는 별 호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한번 꽃이 만발하면 사람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수국은 오래 전부터 불교와 그다지 깊은 인연이 없었으나 꽃 모양이 워낙 성스럽기 때문에 사찰 주위에 많이 심어지기 시작했다. 주부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화단이나 화분에 많이 심으며 큰 나무 밑에 군집으로 심는 경우도 많다.
사찰에서는 보통 대웅전 앞의 계단이나 산책로 주변에 널리 심어 사찰의 정원을 빛낸다. 영주 부석사 정원의 수국은 사찰 조경의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수국은 햇빛에서 잘 자라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수국은 토양이나 기후에 따라 꽃의 색상이 달라져 푸른색 꽃이 피거나 붉은색 꽃이 피기도 한다. 번식은 초봄, 초여름, 초가을에 꺾꽂이로 한다.


염주의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도 있다.
담팔수는 인도에서 열매로 염주를 만들었다는 나무이다.
사시사철 중간 중간 붉은 빛이 섞인 나뭇잎을 뽐내는 담팔수는 마치 우산을 펼친 것처럼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독특한 나무이다. 주로 중국 남부, 대만, 일본에도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몇 그루 밖에 없는 희귀종으로 제주 천지연 폭포 계곡에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보호되고 있다.
담팔수의 잎 모양은 긴 타원형으로 싱그러운 가죽 질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뿌리 껍질은 한방에서 ‘산두영’이라 하여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타박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하여 가구재로 사용되고 껍질은 염료로 이용된다. 담팔수 열매는 먹기도 하지만 인도에서는 주로 염주로 사용하였다.
담팔수가 대만,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라면 피나무과의 우리나라 염주나무는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염주나무는 담팔수와 마찬가지로 열매로 염주를 만들 수 있고 심장형으로 생긴 잎은 여름에 좋은 그늘을 만들어 준다.
염주나무는 추위에도 강해 중부지방에서도 생육이 왕성하고 햇빛을 가리지 않아 반그늘에서도 비교적 잘 자란다. 염주나무는 우리나라 특산나무로 금강산이나 묘향산에 자생지가 있다고 한다.
번식은 꺾꽂이나 접붙이기, 종자법으로 한다.
초파일을 맞아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을 비추길 빌며 사찰을 방문할 때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의 나무와 숲도 살펴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