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불교의 첫 새벽, 도리사
신라불교의 첫 새벽을 만나다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신라불교의 첫 새벽, 도리사』
이성수·이지범 외 8인역음
216쪽 | 무선 제본
값 20,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신라불교의 첫 새벽, 도리사』는 경상북도 구미에 자리한 도리사와 그 인근 지역의 불교 문화사를 살펴본 인문 교양서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 화상이 창건한 도리사를 중심으로, 신라불교가 처음 싹튼 현장과 그곳에 깃든 역사, 설화, 문화유산을 풍성하게 담아냈다.
삼국시대에 전래된 불교가 고구려, 백제, 신라에 각각 어떻게 이식되고 퍼져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당시를 전하는 1차 사료가 많지 않고, 불교 전래에 관한 기록 또한 대체로 간략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비교적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나라는 신라다. 특히 신라불교 공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이차돈의 순교는 극적인 내용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마음을 형성한 중요한 정신적 바탕으로 불교를 말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불교 역시 대개 신라불교다.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원효 대사, 사랑에 빠진 선묘 낭자가 죽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의상 대사, 산에서 길을 잃은 여인을 자신의 암자에 받아들인 노힐부득, 한 여인을 향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다 꿈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조신, 눈먼 아이가 다시 빛을 보기를 바라며 분황사 천수관음보살에게 기도했던 희명 등이 모두 신라불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남긴 신비롭고 때로는 애틋한 이야기들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의 정서와 신앙, 문화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라불교의 시작이 천년고도 경주가 아니라 구미 도리사라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 물음에서 출발한다.
아도 화상이 창건한 도리사와 그 인근 지역은 신라불교가 처음 싹을 틔운 현장이다. 그래서 이곳은 한국인의 마음이라는 유장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침내 닿게 되는 원천과도 같다. 『신라불교의 첫 새벽, 도리사』는 도리사와 구미 일대를 신라불교의 고향이자 한국 불교문화의 뿌리로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신앙의 의미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잠든 1,600년을 깨우다’에서는 도리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살펴본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던 도리사 금동사리기와 세존사리탑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리사를 한국의 손꼽히는 수행처로 자리매김하게 한 태조선원, 옛 기록 속에 남은 도리사의 모습을 되짚는다. 또한 도리사 승려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나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경환 스님의 삶도 새롭게 조명한다.
2부 ‘복숭아꽃 속에 깃든 천년의 시작’에서는 아도 화상과 모례, 그리고 경주를 무대로 전개된 불교 전래기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신라불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땅에 뿌리내렸는지, 그 첫 모습을 역사와 설화의 경계에서 섬세하게 추적한다.
3부 ‘낙동강 물길 따라 피어난 미소’에서는 오늘날 구미시에 남아 있는 불교 유적과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간다. 구미는 신라시대에는 일선군, 얼마 전까지는 선산군으로 불렸던 지역이다. 모례가 살았고, 아도 화상이 거쳐 갔으며, 도리사를 품고 있는 이곳은 신라불교의 고향이라 할 만하다.
책은 금오산에 남아 있는 여러 사찰과 불교 유적, 죽장리 오층석탑과 낙산리 삼층석탑, 주륵사지 폐탑, 사방 공사 중 출토된 금동불상 세 구를 비롯해 후삼국 통일을 마무리 지은 일리천 전투, 고려 말 충신이자 유학자였으면서도 불교와 깊은 교분을 나누었던 야은 길재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를 통해 구미와 불교가 맺어 온 깊은 인연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강은 물길을 따라 흘러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강은 주변의 들판을 적시고 또 적시며 오늘의 생명으로 되살아난다. 과거의 사람과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시간 속으로 멀어져 다시 돌아오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어르고 깨우며 오늘의 정신으로 되살아난다.
『신라불교의 첫 새벽, 도리사』는 그 소박하지만 분명한 이치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도리사와 구미 일대에 피고 진 불법의 꽃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신라불교의 첫 새벽이 단지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여전히 밝아 오고 있음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