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여름철 대표 제철 과일인 수박은
한의학에서 단순한 과일을 넘어 ‘천연 백호탕白虎湯’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효능을 인정받는 훌륭한 약재로 본다.
백호탕은 한의학에서 몸의 극심한 열을 내리고
갈증을 물리칠 때 쓰는 대표적인 처방인데,
수박이 그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청열淸熱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본 수박의 효능과 임상적 이점,
그리고 주의해야 할 성미性味적 특징을 정리해 본다.
1. 수박의 한의학적 성미와 효능
수박이 맛은 달지만 성질이 매우 찬 편이며 다행히 독은 없다.
주로 심心, 위胃, 방광膀胱 기능에 영향을 준다.
*청서해갈淸暑解渴
여름철 더위를 먹어 기운이 가라앉고 가슴이 답답하며
입이 마르는 상서傷暑 증상을 치료한다.
찬 성질이 있어 열기를 빠르게 내려 진액(체액)을 보충해 준다.
*이뇨소종利尿消腫
방광에 작용하여 몸속의 습열濕熱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신장염이나 부종, 요로감염 등으로
소변이 시원치 않고 붉을 때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해주독解酒毒
숙취 해소에 좋아서 술을 마신 후 수박을 먹으면
몸에 쌓인 열독을 내리고 소변을 통해 알코올 성분의 배출을 촉진하여
숙취로 인한 갈증과 두통을 줄여준다.
2. 버릴 것 없는 약재
수박 속의 붉은 과육만 중요시 여기고 껍질은 버리지만
한의학에서는 흰색 껍질 부분을 더 귀한 약재로 여기고
이를 서과취피西瓜翠皮라고 부른다.
붉은 과육은 성질이 너무 차가워 많이 먹으면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반면,
껍질은 성질이 상대적으로 평이하면서도
이뇨 작용과 청열 작용은 오히려 과육보다 우수하다.
여름철 땀띠가 심할 때 수박껍질 흰 부분을 삶은 물로 씻어내거나
팩을 하면 열성 피부 질환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시면 여름철 부종을 빼는 데 유용하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효능이 확실하고 성질이 뚜렷한 수박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평소 소화기가 약해 찬물을 마시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
대변이 묽은 사람은 수박의 찬 성질이 비양脾陽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과다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신장의 양기가 부족해 몸이 찬 환자나,
현대의학적으로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진 신장 질환자의 경우
과도한 수박 섭취가 수분 대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수박은 이뇨 작용이 강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밤에 오줌을 싸는 소아나 야간뇨가 심한 성인은
저녁 시간 이후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