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頂宇) 스님
본지 발행인
통도사 주지
구룡사 회주
백중을 우란분재라 하는데 여기서 우란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거꾸로 매달려있다는 뜻입니다. 불안전하다, 불확실하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오이, 고추, 토마토 등 대다수 식물의 과일들은 그렇습니다. 또 동물 중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박쥐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 눈으로 볼 때는 박쥐가 매달려 있지만 박쥐의 눈으로 볼 때는 우리가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보면 거꾸로 보이듯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現狀)들은 이렇듯 생각하기에 따라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한 사람에게 상자에 독사 네 마리를 넣고 키워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독사에게 먹이도 주고 물도 주면서 오랫동안 정들여 키웠으니 독사하고도 친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상자에 손을 집어넣었다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독사는 자신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느끼면 본능적으로 물것입니다.
이 네 마리 독사가 다 물수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비유법을 들어 법을 설하신 것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를 설명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지수화풍 사대(四大) 중에서 한 가지만 문제가 생겨도 노,병,사(老, 病, 死)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꿈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인생이 꿈과 같음을 알아차려서 집착(執着)을 줄여나갈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이들을 대함에 있어서 늘 따뜻한 마음을 내야합니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보면 사자후보살이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어보는 대목이 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무슨 연고로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까지 가서 받게 됩니까? 부처님이시여, 또 어떤 사람은 지옥에서 받을 과보를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기도 합니까?」
이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을 말하기 전에 요즘 우리 사회현상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국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민 대다수가 어떤 식으로든 빚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빚을 낼 수도 없는 신용불량자에 가까운 사람이 5백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한 명 정도는 신용불량에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통계를 보면서‘세상이 힘들기는 참으로 힘들겠구나??하는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이가 찾아와 이를 보여주면서 이가 다 빠져서 이를 해 넣고 싶은데 돈이 없다며 좀 도와 달라는 것 이었습니다. 초면이었지만 행색이 불쌍해서 내가 알고 있는 치과에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찾아가보라고 하고 보냈습니다. 그리고 치과의사에게 전화를 해서 이만저만한 일로 4, 50대 정도 되는 사람이 찾아오면 틀니라도 해주라고 당부했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지옥에서 받아야 할 업이 있다 하더라도 어리석지 않으면 금생에 다 정리할 수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합니다. 오는 8월 15일, 음력으로는 7월 15일 백중, 우란분재일까지 그러한 마음과 자세로 백중기도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몇일이 지났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주머니에서 틀니를 꺼내 보여주면서 자기도 틀니는 있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의사에게 그냥 돌려보내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인과를 믿지 않고 윤회(輪廻)를 부정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전생에서 내생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오면서 모든 사람들은 인연관계(因?關係)에 따라 주고 받고 주고받고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현세에서 받을 수도 있는 것을 지옥(地獄)까지 가서 견뎌야하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에게 빚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그리고 누구에게 빌렸는가를 마음속으로는 늘 갚아야 한다는 생각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 중에는 빌린 돈을 갚지 않으려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남에게 돈을 빌려줘야 할 일이 생기면 그 돈을 줘도 어렵지 않을 만큼만 빌려주라고 합니다. 또 보증을 서더라도 잘못돼서 보증으로 돈을 대신 갚아야 할 때 갚을 능력이 있는 만큼만 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만일에 꼭 빌려줘야 한다면 줘버리라고 합니다. 말은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빌려줬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 입니다.
인생은 꿈과 같다고 했습니다.
꿈속에 있는 동안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비결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낼 수 있고, 그런 마음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처요, 성품이요, 마음이요, 바라밀입니다. 그것이 바로 보살행(菩薩行)의 덕목(德目)인 것입니다.
다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으로 돌아가서 사자후보살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불자들이여, 모든 중생들이 다섯 가지 일을 갖추었으면 현세(現世) 에 받을 가벼운 업보(業報)를 지옥에서 받게 되느니라. 무엇이 다섯인가. 하나는 어리석은 탓이요, 둘은 선근이 적은 탓이요, 셋은 악한 업이 무거운 탓이요, 넷은 참회하지 않은 탓이요, 다섯은 근본 선업을 닦지 못한 탓이니라. 또 다섯이 있으니, 하나는 나쁜 업을 닦아 익힌 탓이요, 둘은 계율의 재산이 없는 탓이요, 셋은 모든 선근을 멀리 여긴 탓이요, 넷은 몸의 계행과 마음의 지혜를 닦지 아니한 탓이요, 다섯은 나쁜 것을 친히 가까이 한 탓이니라. 이런 연고로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무겁게 받게 되느니라.」
이렇듯이 이 다섯 가지만 갖추게 되면 금생에 가볍게 받고 그걸로 끝날 수 있는 일인데도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죄는 마치 고리대금 이자 불어나듯이 더 늘어만 나게 되는 것입니다.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에 보면「자락(自樂)을 능사(能捨)하면 신경여성(信敬如聖)이요, 난행(難行)을 능행(能行)하면 존중여불(尊重如佛)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즉, 스스로의 즐거움을 버리고 산 사람은 성인과 같으므로 성인처럼 존경해야 하고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신 분은 부처님과 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옛 스님의 말씀 중에, 「사람이 죽어서 발바닥이 뜨거운 이는 지옥에 떨어질 업」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보통 사람들이 죽게 되면 머리도 손끝도 발끝도 모두 식어 있습니다. 그런데 발바닥이 식어 있지 않고 뜨겁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다섯 가지 연고로 지옥에 떨어져 아등바등 뛰어 다녀야 하니 발바닥이 얼마나 불이 나겠습니까? 그래서 그 지옥에 떨어질 것 같아서 발바닥이 뜨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돌아가시려고 하는 분들은 발부터 이불 밖으로 꺼내 놓으라고 했던 것입니다. 발을 식혀서 억지로라도 그 지옥에는 못 가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 입니다.
또 돌아가신 다음에 눈이 따뜻한 기운이 있으면 천상락(天上樂)을 얻을 것이요, 심장 왼쪽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있으면 사람 몸 받을 것이며, 허리 부위가 따뜻하면 아귀지옥(餓鬼地獄)에 떨어질 것이요, 무릎이 따뜻하면 축생(畜生)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금생에 우리가 정리할 것을 정리하지 못하고 지옥(地獄) 아귀(我歸) 축생(蓄生)이라는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져서 고통과 괴로움을 겪게 되는데, 그 원인 중 첫째는 어리석은 탓이요, 둘째는 본래 우리 심성이 곱고 착한데 선근(善根)이 적어서 심성(心性)이 못되고 모질어져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사람은 인과(因果)의 도리(道理)도 믿지 않습니다.
셋째는 악한 업이 무거워서 죄업을 많이 지은 탓이요, 넷째는 죄를 지었으면 참회(懺悔)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참회하지 아니 하는 탓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섯째는 근본 선업을 닦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살생하지 아니하고 방생(放生) 하며 도둑질하지 아니하고 보시(布施)하며 사음(邪淫)하지 아니하고 청정하며 망어(妄語), 기어 (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하지 아니하고 진실되고 실다운 말을 하며 탐욕(貪慾)을 이끌어 내지 아니하고 계율(戒律)을 지니며 성내지 아니하고 선정(禪定)을 닦으며 어리석지 아니하고 지혜롭게 살아야만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또「불자들이여, 만일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아 익히기를 말한 바와 같이하면 모든 법이 허공과 같은 줄을 관찰하면서 지혜도 보지 않고 지혜로운 이도 보지 않고 어리석음도 보지 않고 닦음도 보지 않고 닦는 이도 보지 않으면 그런 이는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능히 이런 사람은 몸과 마음과 계율과 지혜를 닦을 것이며 이런 사람은 지옥에서 받을 업보를 현세에서 가볍게 받게 되느니라.」하셨습니다.
남에게 주었다고 해서 복이 없어지고 덕이 없어지고 지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었으니까 상응(相應)하는 대가를 받으려고 해서만 받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근을 잊어버 리지 않고 계율 속에서 지혜로운 삶을 살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지옥에서 받아야 할 업이 있다 하더라도 어리석지 않으면 금생에 다 정리할 수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합니다. 오는 8월 15일, 음력으로 7월 15일 백중, 우란분재일까지 그러한 마음과 자세로 백중기도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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