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동 불교신문 편집차장
실용정부 순항 위해선 방지법 제정하고 차별상쇄 차원서‘불자발탁’도 고려해야
2008년 7월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법회가 봉행됐다. 1000여명에 달하는 스님들이 가사장삼을 수하고 예불을 올리고, 108참회를 하고 거리행진을 했다.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를 지원하고, 불교계 내부에서 잇단 종교편향 정책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기 위한 법회였다.
불교계가 주관한 시국법회는 다른 행사와 달리 종교편향을 비판하는 이슈가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불교계에서는‘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 회의’라는 조직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청와대 수석에 목사를 임명해 물의를 빚더니 최근에는 행정관에까지 목사를 포진해 놓았다. 이만하면 정말‘막가자는 것’이 아닌가 싶다.
종교편향은 역대 정권에도 있었지만 MB정부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실례로 불교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5년 동안 일어난 종교편향 사건이 19건인데 비해 취임한지 5개월도 안 되는 MB정부에서 발생한 종교편향은 16건에 달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일어난 종교편향 가운데는 서울시장으로 봉직하고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일으킨 종교편향 사건도 있었으니 이를 빼면 수치는 비슷해진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심각성은 대부분이 정부 주도로 자행된 점이다. 2008년 4월 청와대가 정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종교조사를 실시한 것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으며, 매년 주요 사찰에 보내오던 부처님오신날 축전을 제 때 보내지 못해 해명까지 했다. 또 조찬기도회에 참석해‘대통령과 국가발전을 위해’라는 주제로 특별기도를 한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사법계는 물론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공직자들의 행보도 지탄을 받아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뉴라이트 김진홍 목사를 초청해 청와대에서 직접 예배를 봐 논란을 일으켰다. 또 주대준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은“정부부처의 복음화가 꿈”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촛불집회 참가자를 ‘사탄’으로 몰아 논란이 됐다. 지난달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개신교 기도회 포스터에 사진을 게재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교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취임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편향 사례가 쏟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소위 이명박식 코드인사의 산물이 종교편향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에서 비롯된 코드인사는‘소망교회 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국정을 운영하는 인사들이 하나님 운운하며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은‘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종교를 중심으로 한‘코드인사’가 단행되니 정부 부처에서도 '알아서 엎드리는’행태가 발생 하기도 했다. 최근 국토해양부의‘알고가’지도에 전체 사찰이 사라지고 교회만 수두룩한 것이나 송파구에서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한 것이 그런 것들이다.
당연히 이런 종교편향의 피해자인 불교계의 반발이 일어났다. 지난 6월 26일 조계종 종교평 화위원회와 포교ㆍ신도단체들을 중심으로‘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가칭)’가 결성돼 각 종단과 전국의 모든 불교단체에 발생 하는 사안에 대해 공동대응 하기로 한 것. 조계종 중앙종무기관도 지난 6월 27일 회의를 갖고 현안에 대한 대응과 대안마련에 나섰다. 이와 함께 서울시내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주축이 돼 지난 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국법회를 열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종교편향을 일삼는 현 정부를 규탄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남ㆍ전남지역 본말사 주지스님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고 나섰다.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진행된 조계종 본말사 주지연수에 참석한 직지사, 은해사, 해인사, 쌍계사, 고운사 등 영남지역 스님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종교편향 중지를 촉구했다. 7월 5일에는 백양사,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 선암사 광주전남 5개 교구본사소속 스님들과 광주불교사암연합회 등 20여 개 단체 불자들도 원각사에서‘국민주권 수호를 위한 광주 전남 시국법회에 참석한 스님과 불자들이 108배를 올리고 있다.
범불교도 시국법회’를 봉행했다. 스님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 정부에 △종교편향행위를 자행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주영기 경기여고 교장의 파면 △종교편향 방지 위한 공직자윤리법, 총리훈령, 각급 공기관에 공문시행 등 재발방지대책 수립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 참회 등을 요구했다.
강원지역과 충청지역 스님들도 7월 14일 김포 중앙승가대학에서 열린 본말사 주지연수에서 성명을 발표하고“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으며 권력의 힘에만 기대어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며“공직자들의 종교편향 행위를 이대로 둔다면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 염려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종교편향 피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까지 불교계는 개별 사건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시국법회 추진위를 상시조직기구로 개편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피해 당사자의 경우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활동도 병행돼야 한다. 최근 구성된 종교편향 종식을 위한 불교연석회의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을 책임질 기간 동안 쏟아져 나올 종교편향 사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능동적인 대처를 위한 모니터링이 진행돼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공직자들에 의한 종교편향 피해를 막는 것을 주요 골자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7월 15일‘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불교연석회의’가 국무총리에게 건의문을 전달했다니 예의주시해야 하겠다. 현 정부는 불교계의 분노를 냉엄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차별을 상쇄하는 의미에서 인사발탁 시 불자들을 염두 해두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5개월도 안 돼 흔들리는 실용정부의 순탄한 항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