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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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행복하기…

이금현 _ 자비의 집 사무총장


예년과 달리 올해는 마른장마라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이 서서히 한반도를 아열대지방으로 잠식해 가고 있다고도 한다.
어찌 되었던 해마다 장마철이면 많은 비로 인해 비닐 하우스가 아닌 노지의 야채는 몽땅 녹아버리고 야채 값
은 금값이 되었을 텐데 다행이라면 억지를 쓰는걸까?

비가 안 오니 과일은 당도가 높아져서 피부로 느끼는 삶은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도 같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먹고 입고 그리고 숨쉬며 쉴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이 있으니 그야말로 행복지수 100%여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론과 달리 행복지수는 풍요로움과 반비례 하고 점점 더 인간의 삶은 황폐해져서 온갖 정신적 질
환으로 불행을 만들어 가며 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 같다.
국민 연소득 100달러정도의 작은 수입에도 방글라데시 등 저소득국가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언론보도를 보
며 풍요로움만큼 인간의 행복을 갉아먹는 균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의식주와 모든 생활여건이 너무도 넘칠 정도로(?) 편하게 살아온 우리는 어느새“풍요로움”이라는 단어가
“모자람”으로 바뀌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기며 깡보리밥이라도 온가족 배 안 곯고 먹으면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어릴 적 성장기를 온통 채우며 읽던 책들은 거의가 힘듦 속에서의 반짝이는 행복 이야기였고 보리밥이 아닌 이밥을 먹고 살 거라는 희망으로 충만한 시대였다.

복권이 당첨될지 모른다는 아주 작은 희망에도 그리고 신데렐라가 되고 싶다는 망상에도 마냥 행복했던 정
말로 햇빛이 따갑도록 즐거운 날들이었던 것 같다.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 상대적 빈곤으로 숨 막히는 지금 깡보리밥을 세끼도 못 채우던 그 시절보다 더욱 견
디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 아주 작게 가슴속에 키우던 욕심을 금메달에 도전하듯 무한대로 키운 탓이 아닐까?
이웃이 중형차를 타면 나는 가슴이 아파 대형차를 타야만 치유가 된다.
또 한집 건너 다른 이웃이 큰 차를 타면 나는 또 유명 브랜드의 외제 대형차를 타야만 된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성적이 뒤지면 고액의 돈을 투자해서라도 성적을 올려야만 한다.

내게 있어 이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본질은 바뀐지 오래인 것 같다.
그 아이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 생각 자체가 잘못 인식 되어진 것이다.
내가 못해본 인생을 대신 해달라고 내 아이의 행복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이 생기고 온가족이 화목으로 웃음꽃이 필 때 가정은 비로
소 제 역할을 하는 유토피아가 되는 것이다.

주부는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며 맛있게 먹을 가족들 생각에 행복해 하고 남편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줄 가정의 웃음을 기다리며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즐겁고….
하루 종일 안팎의 일에 지쳤을 아내를 위해 깜짝쇼를 준비하는 남편의 작은 마음속에서 행복은 모락모락 피
어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유머를 보며 이미 사라진 가정의 행복을 그리워한다면 별수 없이 쉰세대라는 소리를
면키 어려울 것 같다.
“하루종일집에서밥한끼도안먹는남편은(영식님)”
“하루 한 끼를 먹는 남편은 (일식씨)”
“하루 두 끼를 먹는 남편은 (이식놈)”
“하루 세 끼를 다 먹는 남편은 (삼식쉐끼)”

사랑 하는 가족의 밥도 책임지기 싫다는 이런 풍자는 과연 행복과 사랑 중 어떤 것과 연관이 있을까?
지금은 세계적으로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오일 값이 폭등하고 달러가 하락하고….
그리고 생명의 근간을 좌우하는 곡물 값이 폭등하고….
어려운 시기라고들 한다.
오죽하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이 당선되었을까?

잘 살겠다는 욕심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다이아로 치장한 채 식탁에 놓인 미국산 쇠고기, 그리고 유전자 변
형식품들을 바라보며 먹지 못하는 중병환자를 자원하는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빈곤층 어르신들 급식소를 책임지고 있는 필자는 도매시장에 자주 나간다.

상인들 말인즉 업소 등의 도매는 잘되고, 가정에서 소비되는 소매는 잘 안된다며 잦은 외식으로 가정에서
밥해먹는 횟수가 많이 적어졌다고도 한다.
너무 많이 먹고 비대해진 몸을 주체 못해서 그 좋아 하는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힘들게 땀 흘리며 체중 조
절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시간도 없겠지만 모든 가사는 전자제품들이 대신하고, 한 발짝도 걷기 싫고, 에너지는 축적되어 살은 찌지만 근육은 추욱 늘어지니 다시 또 투자를 해야만 하고….

나를 돌아보아야 할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외부적으로 전 세계가 어렵다고 하는 지금 내부적으로도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버리자!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사랑만 빼고 모든 것의 20%만 버려 보자.
조금씩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놓고 가족과 함께 행복
해 보자.
내 아이들도 입시지옥에서 20%만 해방시키자.
책도 보고, 뒹굴기도 하게 내버려 두자.
빨래도 가끔은 손으로 하고, 청소도 손으로 해보자.
고기도 줄이고 요즘 싼 호박, 가지로 잔치를 하자.
가족에 대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했던 집착도 조금은 버려보자.

애초부터 부족했던, 내버려서 모자라던 그 조금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희망으로 온 집안이 가득 찰 것이다.
20%를 채우기 위해 집안에 꽃을 피우자.
남의 집 행복을 훔쳐볼 새가 없도록 내 집에 환하고 예쁜 즐거움이라는 꽃을 가꾸자.
토마토가 붉게 익으면 의사의 낯빛이 파래진다는 서양속담처럼 가정에 행복의 꽃이 핀다면 정신과 의사들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것 같다.
우울증 그런 병도 있나요?~
꼬옥 채워 넣으면 들어올 것이 없다고 한다.
조금씩 버려서 새로 얻을 것을 기다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숨통을 틔우자.
즐겁고 넉넉한 마음으로 이 어려움을 이기는 슬기가 정말로 현대를 값지게 살아가는 현명한일이 아닌가 싶다.

아! 나도 집에다 예쁜 꽃 피워 행복을 잔뜩 채워야겠다.
20% 남길까 말까?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 요놈의 욕심쟁이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지.
힘들다. 행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