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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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의』증보판

서 재 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대승불교의 정수 「보현행원품」
「보현행원품」은 보현보살의 열 가지 서원을 담고 있는 『화엄경』의 한 품이다. 하지만 「보현행원품」은 불자들이 날마다 독송하는 『반야심경』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경전이다. 『반야심경』이 반야부 경전의 핵심사상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면, 「보현행원품」은 『화엄경』의 핵심사상과 이상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현행원품」의 위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현행원품」은 『화엄경』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엄경』은 크게 60권본과 80권본, 40권본으로 분류된다. 60권본은 동진시대 때인 5세기 초 불타발타라가 양주에서 한역한 것이며, 80권본은 당나라 때인 7세기 말에 실차난타가 낙양에서 한역한 것이다. 그리고 40권본은 8세기 말 반야가 한역한 것으로 60권본과 80권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입법계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테면 40권본은 대본의 핵심 내용을 압축한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보현행원품」은 바로 그 40권본 중에서도 마지막 결론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처럼 「보현행원품」은 방대한 『화엄경』의 결론이자, 『화엄경』의 핵심 내용으로 구성된 「입법계품」의 정수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현행원품」은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을 담고 있는 경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화엄종을 대성시킨 현수법장은 『화엄경』을 ‘원교圓敎’라고 분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가장 뛰어난 경전이라고 평가했다. 대승불교의 수많은 경전 가운데 최고의 경전이 『화엄경』이라는 것이다. 「보현행원품」은 그 『화엄경』의 결론이다.
둘째, 「보현행원품」은 광대한 보살의 실천을 담고 있는 경전이다. 『화엄경』은 크게 1부 화엄과 2부 화엄으로 분류된다. 1부 화엄은 「입법계품」 이전까지 내용으로 이 부분의 주된 내용은
‘부사의한 해탈의 세계(不思議解脫境界)’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2부 화엄은 「입법계품」 이후에 나오는 내용으로 ‘부사의한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보살의 광대한 실천’을 다루고 있다. 그 광대한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실천의 길이 바로 보현행원普賢行願이다.
셋째,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은 선재동자의 지난한 구도행각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구도행각은 「보현행원품」에서 끝을 맺고 있다. 여래의 해탈세계로 들어가고자 했던 선재동자의 구도행의 종착지가 다름 아닌 「보현행원품」에 나타난 열 가지 실천행이라는 것이다. 문수보살의 설법을 듣고 구법여행을 떠난 선재동자는 긴 여정을 거쳐 마지막 53번째로 보현보살을 만난다. 선재동자는 마지막 선지식으로부터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듣게 되니 그것이 바로 「보현행원품」이다. 따라서 「보현행원품」은 오랜 구도행을 마감하는 최후의 법문이며, 광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열 가지 보살행이다.


광덕 스님과 「보현행원품」
상기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보현행원품」은 매우 중요한 경전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래서 「입법계품」에서 따로 떼어낸 「보현행원품」의 한문본은 신라시대부터 별쇄본 형태로 널리 유행되었다. 특히 균여대사가 지은 향가 중에 「보현십원가」가 있다는 것만 보아도 당시 「보현행원품」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조선시대에도 언해본이 빈번하게 간행되고 있어 「보현행원품」의 위상은 여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보현행원품」은 한국불교에서 매우 위상이 높은 경전이었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한글 번역본이 나오지 않는 등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광덕 큰스님에 의해 한글 번역본이 출간되고, 이에 대한 자세한 강의본이 출간되면서 예전의 그 명성을 다시 되찾았다. 광덕 큰스님은 평소 「보현행원품」을 휴지에 필사하여 지니고 다니며 법회에서 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1968년 해인사에서 『한글본 보현행원품』을 출판하게 되었다.
당시 성철 큰스님은 『해인사판 보현행원품』 서문에서 “심현오묘한 이 진리를 요약한 보현보살의 행원품은 불교의 골수요, 대도의 표준”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난해한 한문 속에 갇혀 있는 것을 광덕 스님의 원력으로 국역이 완성되어 모든 사람 앞에 널리 개방되었다”며 광덕 스님의 공덕을 칭송했다. 따라서 현대에 와서 보현행원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일상적으로 널리 읽힐 수 있는 경전으로 재발견 한 분이 바로 금하 광덕 큰스님이다.
「보현행원품」에 대한 광덕 큰스님의 열정은 한글본 출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1976년 11월부터 월간 『불광』을 통해 「보현행원품 강의」를 시작했다. 이 강의는 78년 10월까지 2년에 걸쳐 연재되면서 「보현행원품」에 대한 스님의 해석이 녹아들었다. 그리고 1978년에 발간한 「보현성전」에 ‘보현행자의 서원’을 발표하였고, 이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보현행원품」에 대한 광덕 스님의 이와 같은 열정과 정성이 집대성 된 것이 바로 1989년 9월 불광출판부를 통해 발간된 『보현행원품 강의』이다. 이 책이 발간되면서 「보현행원품」은 일반 불자들에게 널리 읽혀지기 시작했고, 예전의 그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광덕 스님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보현행원품」의 내용을 가사로 작사하여 1992년 4월 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을 발표하면서 문화적 접목까지 시도하는 열정을 보였다.


『보현행원품 강의』 증보판 발간의 의의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의』는 1989년에 초판 간행이후 현재까지 34쇄가 인쇄되었으며, 약 5만 3천권이 보급되었다. 이런 성과는 단순히 광덕 스님의 책이 널리 보급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보현행원품」과 관련된 다양한 저작들이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의』가 출간 된 이후 현재까지 약 25종에 가까운 「보현행원품」과 관련된 책들이 발간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의』는 우리들에게 「보현행원품」을 알게 해 준 가장 앞선 책이며, 「보현행원품」의 유통과 독경을 촉진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표지와 편집 등이 시대적 정서에 뒤떨어지고 읽는데 다소 불편한 책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눈에 보이는 외형일 뿐 스님의 말씀과 가르침은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변함없이 광채를 발하는 진리의 보장寶藏 그대로이다. 이에 스님의 가르침을 더욱 편리하고 읽고, 쉽게 접하도록 하기 위해 스님의 정신을 담아 『보현행원품 강의』 증보판을 발간하게 되었다.
「보현행원품」은 「대방광불화엄경입부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大方廣佛華嚴經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이라는 긴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 제목에는 『화엄경』 중에서 신비로운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보현행원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화엄경』은 광대한 부처님의 세계를 꽃으로 장식하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보현행을 실천하는 우리들의 거룩한 실천이야말로 광대한 부처님의 세계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불교하면 이지적 종교, 수행의 종교, 깨달음의 종교로 이해한다. 그래서 선방에서 평생 수행하는 것을 불교로 알고, 책으로 심오한 불교사상을 이해하는 것을 불교로 알고, 최근에는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 불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를 이렇게 이해하는 순간 보살의 지난한 실천은 방기되고, 삶의 공간을 거룩한 불세계로 바꾸고자 하는 꿈도 사라지고, 오로지 혼자만의 안위를 추구하는 이기적 불교가 되고 만다. 「보현행원품」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 우리가 실천해야할 수행의 길을 제시한다.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끝없이 중생들을 위해 헌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와 같은 이타적 실천이야말로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로운 문이라는 것이 「보현행원품」의 요지이다.
광덕 스님은 “불법은 이론이나 관념에 있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행에 있다”고 했다. 그와 같은 실천을 할 때 “생활과 환경을 조화와 번영으로 전개하는 것이며, 나아가 인류역사를 평화와 환희의 평원으로 펼쳐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바세계를 떠나서는 정토도 없으며, 고해를 떠나서는 해탈도 없다. 보살은 삶의 현장을 해탈을 위한 수행처로 삼는다. 보현행원은 은둔의 장소, 삶을 떠난 수행처가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하는 수행이다. 우리들의 삶 자체를 수행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보현행원이다. 그래서 광덕 스님은 “행원은 닦아서 장차 여래공덕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고 행하는 순간순간 완전한 성취이며, 현실 위에 여래청정 공덕이 창조된다.”고 했다. 보현행원을 실천하는 매 순간순간 여래의 무한한 공덕은 성취되며, 광대한 해탈의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을 수행의 삶으로, 사바세계를 보살의 원대한 꿈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자는 환희심 넘치는 메시지가 『보현행원품 강의』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