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1.
금년 초부터 필자는 『월간붓다』 지면을 활용하여 신도들이 절에 다니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일들을 가능한 쉽게 설명해오고 있다. 그 제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불교를 믿는다는 것>, <신도가 절에 가서 하는 일>, <불공드리기>, <우리나라 불교철학의 골격>, <불자의 율법>, <일요법회>, <관음시식>. 이번 달에는 <신도회에 관한 종단의 법령>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역사적으로 대승불교 경전에는 ‘불자佛子’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출가불자’와 ‘재가불자’를 아우르는 대승운동의 실천이 담긴 신조어이다. 아함부 경전에는 없는 용어이다. 출가불자는 숲에 살면서 수행에 전념하고, 재가불자는 마을에 살면서 생업에 전념한다. 이 두 불자 집단이 만나 교류하는 수행의 한 양상이 ‘보시’이다. 재가자들은 생업에 종사하여 획득한 재물(음식, 의복, 수행처, 약품 등등)을 출가자들에게 제공한다. 출가자들은 수행에서 얻은 지혜를 재가자들에게 나누어준다.
전자는 재물 보시라 하여 ‘재시’라 하고, 후자는 진리의 보시라 하여 ‘법시’라 한다. 이렇게 두 대중들이 서로 협력하여 ‘불사佛事’를 추진하는 것이다.
‘불사佛事’는 ‘부처님께서 일삼으시는 것’이라는 뜻인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욕령중생欲令衆生, 불지지견佛之智見, 개시오입開示悟入, 출현어세出現於世”이다. 『법화경』의 말씀으로 인도-중국-한국에서 경론을 강론하던 역대 논사와 강사들이 누누이 주목한 대목이다. 중생들 저마다 간직한 불성을 체험하게 하려고 세존께서 사바에 출현하셨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부처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수행공동체도 생긴 것이다. 그 속에는 출가자도 있고 재가자도 있어 역할을 분담하여 협조하는 것이다.
2.
위의 정신은 불교가 각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긴 세월 유지되었다. 중국의 경우는 봉건 왕권 정치라는 상황에 맞추어 변화되었다. 국왕이나 제후나 큰 재력가 몇몇이 재물 보시를 거의 전담했다.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소위 봉건시대의 사원은 거의가 그랬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 방면의 학자들은 ‘귀족불교’ 또는 ‘왕실불교’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도 고려시대까지는 그랬다. 그러다가 조선이 유교를 내세워 불교를 탄압하면서, 왕실이나 양반가 집안에서 사원이나 승려를 지원하는 것은 극히 제한되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원은 매우 가난하지만 검소한 생활로 자급자족하는 형태로 유지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반 백성이나 왕실의 여인들에 의한 정성어린 시주들이 조금씩 늘어가기도 했다. 서민층으로 신도가 확산되고 승려의 경제 자립 측면으로 보면 조선불교는 발전이라 평가할만하다.
1948년 한반도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세워졌다. 정성어린 시주님들의 시주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 헌법에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기하여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 땅의 불교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정비된다. 1970년에는 ‘한국불교태고종’도 정부 당국에 등록을 마친다. 이렇게 등록된 종단의 대부분은 국가의 헌법에 준하는 ‘종헌’을 제정하여, ‘4부대중’으로 종단을 구성한다고 표방하고 있다. 즉 비구와 비구니로 구성된 ‘승려’와, 우바새와 우바이로 구성된 ‘신도’가 그것이다. ‘승려’와 ‘신도’가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여 ‘불사佛事’를 이루어 간다.
3.
현대에 들어 재가 시주님들의 역할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생업에 종사하며, 사찰 재정의 ‘후원자’로서의 역할도 하는 한편, 종교활동의 ‘당사자’로서의 역할도 커졌다. 이런 역할이 만나는 공간이 사원(절, 암자, 포교당)이다. 재가불자 수행의 일환인 ‘재물보시’도 더욱 확산되었고, 또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확산되면서 신도들의 모임은 활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제 불교의 무대가 완전 달라졌다. 봉건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각 사찰의 신도들은 신도회를 조직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기가 출석하는 사찰의 ‘사업’과 ‘재정’에 동참하게 되었다. 종단들도 이런 현상에 호응하여 법령을 제정하여 원활한 신행활동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운용하는 ‘신도회’ 관련 법령을 소개하기로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사이트(www.buddhism.or.kr)에 접속하면 누구나 이런 법령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중요한 조항 몇 개만 살펴보기로 한다. <신도법>은
1984년 3월 6일 제정 공포되었고, 다시 1994년 11월 9일 개정되었고, 현재는 2000년 1월 1일 시행되는 법령에 준하고 있다.
제24조(사찰신도회)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사찰은 당해 사찰에 등록한 신도 전원으로 구성되는 신도회를 두어야 한다.
② 사찰신도회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한다.
1. 사찰 제반 불사佛事 참여
2. 사찰과 지역의 포교, 교화 사업 추진 및 협력
3. 사찰의 수호와 발전을 위한 각종 사업
4. 사회문화사업과 사회 참여 활동
5. 사찰신도회 입회자의 신행 및 기본교육 안내
6. 신도의 포상과 징계에 대하여 사찰에 품신
7. 교구신도회 또는 중앙신도회가 위임한 사업
③ 사찰 주지는 당해 사찰신도회의 활동과 사업을 지도, 감독, 승인한다.
제25조(임원)에 따르면, 신도회장 후보 선출권은 신도회에 있고, 후보로 선출된 자에 대한 임명권과 해임권은 주지에게 있다. 그리고 임원은 주지의 승인을 받아 신도회장이 임면한다.
제26조(회칙 및 조직의 운영)에 따르면, <사찰신도회>의 세부사항은 ‘회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해놓고, 또 그 ‘회칙’에는 사찰신도회 전원으로 구성되는 ‘총회’가 반영되어야 하며, 그 중에서 특히 사찰신도회장 후보 선출은 ‘총회’의 의결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4.
법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신도법>을 읽어보면 대개의 내용을 이하고 그에 따라 운영을 할 수 있다. 조계종의 종도들이라면 자신의 신분이 ‘승려’이건 ‘신도’이건, 이런 법령들의 정신을 잘 이해하고 준수하여,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의 일’ 즉 ‘불사佛事’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종도라면 특히 재가불자인 신도들은 위의 <신도법>을 꼭 읽어 숙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출가불자인 승려도 신도들에게 이런 법령을 교육하고 지도해서, 신도의 역할을 잘 이해하여 불사에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여 불자로서의 삶을 사는 이상, 그리고 종단에 가입하여 ‘승려’ 또는 ‘신도’의 신분으로 활동하는 이상, 불교의 정신과 종단의 규칙을 잘 알고 적극 실천해야 할 것이다.
<신도법>을 먼저 읽어본 필자로서 몇 가지만 더 소개하여, 이 법의 입법 취지가 잘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제2조(신도의 정의)에는 “이 법에서 신도라 함은 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입교하여 본 종의 종지를 신수봉행하는 자를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제8조 (신도증 발급)에는 “신도등록 절차를 이행하여 종단 양식의 신도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제9조(신도등록부의 작성·비치)에는 “사찰 주지는 신도등록부를 작성하여 비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핵심은 ‘신도등록절차’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신도등록증을 교부 받으면 그 절 신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교무금’ 등 신도의 의무(제3조)를 지키면서 신도의 권리(제4조)를 누릴 수 있다. 각 절에는 종무소를 두어 이런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신도들은 모두 이곳을 방문하여 신도회 관련 가입 문의를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