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갈음하는 분쟁해결제도(2) -소송상 화해와 화해권고결정-

장길석
여래사 불자, 법무법인 한별 법무실장·jang-kswi@hanmail.net

<지난호에 이어서>
4. 소송상화해

가. 소송상화해의 의의

소송상화해란 소송계속 중 양쪽 당사자가 소송물인 권리관계의 주장을 서로 양보하여 소송을 종료시키기로 하는 기일에 있어서의 합의입니다.

1) 계속 중인 소송기일에서 할 것을 요하기 때문에, 기일외 즉, 법정 밖에서 하는 재판외의 화해(민법상의 화해계약, 민법 제731조 이하)와는 구별됩니다. 원래 소송상화해라고 할 때에는 판결절차개시 후 그 기일에서 하는 경우를 가리키지만, 결정절차가 개시된 뒤 그 기일에서 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보전절차나 집행절차의 심리기일에서 본안소송의 소송물에 대하여도 소송상의 화해가 허용되는 것이 실무입니다.

2) 소송물에 관한 주장을 서로 양보할 것을 요하기 때문에 양보가 한 쪽 만이고, 한 쪽이 다른 쪽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한 경우에는 청구의 포기·인낙이지 소송상화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양보의 정도·방법에 대해서는 법률상 제한이 없으며 유연성 있게 분쟁해결이 가능합니다.
ⅰ) 원고가 청구의 전부를 포기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서만 피고로부터 양보받는 화해도 가능합니다. 다만 단순하게 소송종료만 합의하는 것은 소의 취하와 그 동의로 볼 것이지 화해로 취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ⅱ) 소송물 이외의 권리관계도 덧붙여 화해·조정을 할 수 있고(대법원 1981. 12. 22. 선고 78다2278 판결), 소송물 아닌 권리 내지 법률관계를 화해권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5다42880 판결). 그 한도 내에서 제소전화해가 있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화해의 효력이 생기려면 그 권리관계가 화해조항에 특정되거나 화해조서에 부가적으로 그 권리관계가 기재되어야 합니다(2011. 9. 29. 선고 2011다48902 판결, 2011. 9. 8. 선고 2009다90903 판결, 조정에 관하여도 마찬가지인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1다3329 판결 참조, 화해권고결정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66 판결).

3) 소송상화해에는 당사자가 아닌 보조참가인이나 제3자가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제3자 개이의 화해, 대법원 1981. 12. 22. 선고 78다2278 판결, 1985. 11. 26. 84다카1880 판결). 화해조서의 내용에 따라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칩니다.

나. 소송상화해의 요건

(1) 당사자에 관한 요건
화해하는 당사자가 실재로 존재하여야 하고 소송능소송을 갈음하는 분쟁해결제도(2) - 소송상 화해와 화해권고결정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대리인에 의한 화해에 있어서는 특별한 권한수여가 있어야 하며(법 제56조 제2항, 제90조 제2항), 특히 주식회사에 있어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사항에 관하여 제소전화해를 할 때에는 특별결의를 요합니다(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다584 판결). 필수적공동소송에 있어서 화해는 공동소송인 전원이 일치하여야 하며(법 제67조 제1항), 독립당사자참가소송에서 원·피고간만의 화해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독립당사자도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법 제71조,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26924 판결, 1999. 7. 9. 선고 99다12796 판결). 또한 화해는 상대방이나 제3자의 형사상 처벌받을 행위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법 제451조 제1항 제5호).

(2) 소송물에 관한 요건

(가) 처분가능권리 : 화해의 대상인 권리관계가 사적 이익에 관한 것이고, 당사자가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것으로서 소송상화해의 소송물이 될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ⅰ) 행정소송에 있어 법원의 권고에 의하여 피고(행정청)가 행정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한 다음, 원고가 소취하하는 방식의 사실상 조정(행정소송법
제26조)

ⅱ) 선거관계소송

ⅲ) 최근 판례는 재심사건에서도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조정이나 화해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조정이나 화해는 당연무효라고 합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97846 판결).

ⅳ) 가사소송사건(가사소송법 제17조. 단 다류사건 제외). 인지認知청구권의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화해(대법원 1987. 1. 20. 선고 85므70 판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청구(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므2757·2764 판결), 단 이혼 및 재산분할사건이나 파양사건 등에는 예외적으로 화해가 허용됩니다.

ⅴ) 회사관계소송, 예를 들면 주주총회의 결의의 하자를 다투는 소송(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8047 판결), 다만 주주대표소송과 증권관련집단소송(주민소송도 같습니다.)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재판상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3조,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35조).

(나) 제소전화해가 인정되기 때문에 소송요건의 흠이 있는 소송물이라도 원칙적으로 화해가 허용됩니다.

(다) 강행법규에 반하거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경우에도 소송상화해가 허용됩니다.

화해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대법원 1999. 10. 8. 선고 98다38760 판결, 2002. 12. 6. 선고 2002다44014 판결) 또는 화해에 이른 동기나 경위에 반윤리적·반사회적인 요소 및 착오·사기·강박 등이 내재되거나(대법원 1975. 3. 11. 선고 74다2030 판결,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통정허위표시 등 실체법상의 하자(대법원 1991. 4. 12. 선고 90다9872 판결, 1992. 10. 27. 선고 92다19033 판결 등)가 있어도 화해가 무효가 아니라는 것이 판례입니다.

(라) 조건부화해의 허용여부 : 소송상의 화해에 있어서 그 내용을 이루는 이행의무의 발생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무방합니다(예를 들어 언제까지 금○○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고는 원고 앞으로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절차를 이행한다는 등). 또한 소송상화해 자체의 성립이나 그 효력발생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가(제3자의 이의가 있으면 화해의 효력이 실효된다는 조건 등)에 관하여 보면, 판례는 재판상 화해가 실효조건의 성취로 실효된 경우에는 화해가 없었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합니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2다56056 판결, 1996. 11. 15. 선고 94다35343 판결 등). 그렇게 되면 화해에 의하여 생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은 없어지게 되고, 구소송의 소송절차는 다시 속행됩니다. 즉, 처음에는 소송이 있었다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으로 소송이 종료되었다가 또다시 옛소송이 되살아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3) 시기와 방식에 관한 요건

(가) 시기 : 화해는 소송계속 중 어느 때나 할 수 있습니다. 상고심에서도 화해가 가능합니다. 법원은 소송정도 여하를 불문하고 사건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화해를 권고하거나 수명법관·수탁판사로 하여금 권고하게 할 수 있습니다(법 제145조 제1항). 소송대리인이 선임된 사건에서는 화해를 위하여 당사자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습니다(법 제145조 제2항).

(나) 방식 : 화해는 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출석하여 말로 진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구술화해). 기일이면 변론기일·변론준비기일·화해기일 뿐만 아니라, 증거조사기일이라도 무방합니다.
다만 법은 서면화해제도까지 채택하였는데, 불출석하는 당사자가 제출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는 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화해의 의사표시가 적혀 있고 그에 공증사무소의 인증까지 받은 경우에, 상대방 당사자가 출석하여 그 화해의 의사를 받아들였을 때에는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봅니다(법 제148조 제3항).

다. 소송상화해의 효과

(1) 화해조서

당사자 양쪽의 화해의 진술이 있을 때에는 법원 또는 법관은 그 요건을 심사하여 유효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사무관 등에게 그 내용을 조서에 기재시킵니다(법 제154조 제1호). 변론조서·변론준비조서에는 화해가 있었다는 기재만 하고, 별도로 화해조서를 작성하여야 합니다(규칙 제31조). 조성의 정본은 화해가 있은 날부터 1주 내에 당사자에게 송달하여야 합니다(규칙 제56조). 조서에 기재하기 전에는 화해의 진술을 철회할 수 있지만 철회의 진술은 양 당사자가 일치하여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2)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법 제220조).

(가) 소송종료효 : 화해조서가 작성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소송은 판결에 의하지 않고 당연히 종료됩니다. 상급심에서 화해가 된 때에는 하급심의 미확정판결은 당연히 실효됩니다. 이 때의 소·비용은 특별히 정한 바 없으면 각자 지출한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법 제106조). 다만 소송상화해가 준재심의 소(법 제461조)에 의하여 취소되면 끝났던 소송은 다시 열리게 됩니다.

(나) 기판력
판례는 법 제220조와 제461조 등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화해조서에는 확정판결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경우에나 기판력을 인정할 것이며, 화해의 성립과정의 흠은 그것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어 재심절차에 의한 구제를 받는 이외에는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1962. 2. 15. 선고 4294민상914 판결, 2002. 12. 6. 선고 2002다44014 판결, 2000. 3. 10. 선고 99다67703 판결).

(다) 집행력

화해조서의 기재가 구체적인 이행의무를 내용으로 할 때에는 집행력을 가집니다(민사집행법 제56조 제소송을 갈음하는 분쟁해결제도(2) - 소송상 화해와 화해권고결정395호). 집행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와 집행력의 배제방법은 집행력 있는 판결에 준합니다. 따라서 재판상화해에 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할 물권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로부터 그 화해성립 후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받은 자는 법 제218조 제1항에서 말하는 변론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해당됩니다(대법원 1976. 6. 8. 선고 72다1842 판결, 1977. 3. 22. 선고 76다2778 판결). 한편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한 화해조서에 정한 변제기에 채무변제가 없어 집행력이 발생한 이후에 피담보채무가 변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집행법상의 구제를 받을 수 있음에 불과하므로, 이를 무시한 채 동 조서의 집행으로 이루어진 이전등기를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79. 4. 10. 선고 79다164 판결).

(라) 형성력

판례는 이 밖에 민법상의 화해계약처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를 소멸시키는 창설적 효력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소송물의 법적 성질이 물권적 청구권에서 채권적 청구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2558 판결).

(3) 소송상의 화해의 효력을 다투는 방법

(가) 화해조서의 경정, 당연무효사유, 하자의 경우 :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화해조서에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에는 판결에 준하여 경정(법 제211조)이 허용됩니다(대법원 1060. 8. 12. 선고 4293민재항200 판결). 소송상화해에 확정판결의 당연무효사유와 같은 사유가 있을 때에는 기일지정 신청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7703 판결 등). 당연무효사유는 예를 들어, 사망한 자를 당사자로 한 화해, 화해조서에 기재된 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때 등입니다(대법원 1965. 2. 3. 선고 64다1387 판결, 1972. 2. 22. 선고 71다2596 판결). 만약 소송상화해에 당연무효사유가 아닌 하자(흠)가 있고 그 하자가 재심사유에 해당될 때는 준재심의 소로 다투면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1962. 2. 15. 선고 4294민상914 판결, 2002. 12. 6. 선고 2002다44014 판결, 2000. 3. 10. 선고 99다67703 판결).

☞ 참고(준재심) :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서와 즉시항고로 불복을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서 확정된 결정·명령에 재심사유가 있을 때에, 재심의 소에 준하여 재심을 제기하는 것을 말합니다(법 제461조).

(나) 화해를 해제할 수 있는가 : 화해조서상의 의무불이행을 이유로 화해를 해제할 수 있느냐에 관하여 판례는 소송상의 화해는 민법상 화해계약이 아니므로 해제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1962. 2. 15. 선고 4294민상914 판결). 이와 같은 법리는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정조서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1다109357 판결). 또한 제1화해가 성립된 후에 그와 모순되는 제2화해가 성립되어도 그에 의하여 선행화해인 제1화해가 당연 실효되거나 변경될 수 없습니다. 선행화해가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제기된 소송절차에서 이루어진 경우라 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59028 판결). 제2화해가 준재심의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법 제461조, 제451조 제1항 제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