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혈압은 항상 변해야하고 측정할 때마다 혈압이 동일해서는 안 된다.
기계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시시때때 혈압이 변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식후에 혈압은 올라가고 약 1시간 동안 이 상태가 지속된다. 자세에 따라서도 변화하는데, 누운 자세·앉은 자세·선 자세의 순으로 높아진다. 운동을 하거나, 마음이 조급하거나, 감기기운이 있거나, 수면이 부족해도 혈압이 변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혈압변화는 아침에 잠을 깨면 그때부터 조금씩 오르다가 오후부터 차츰 내려가며 하루 최대 50~60mmHg 정도 등락폭을 보인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 없이 이보다 더 큰 등락폭으로 혈압이 오르락내리락 한다면 변동성 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하루 50~60mmHg 정도 보다 높은 주기로 하루 여러 차례 혈압이 변할 땐 변동성 혈압으로 진단한다. 변동성 혈압은 고혈압과 정상혈압 저혈압 사이를 무작위로 널뛰기 하듯 왔다 갔다 하는 현상을 보인다. 일정하게 혈압을 유지하는 능력이 망가진 것이다.
변동성 혈압은 일반적인 고혈압과 구분된다.
혈관에 심한 충격을 주는 것이 특징인 변동성 혈압은, 혈압이 불규칙적인 주기로 큰 폭으로 변화하여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뇌나 심장에 더욱 큰 부담을 준다. 이런 이유로 변동성 혈압이 고혈압이나 저혈압보다 더 위험하며, 중풍, 치매 등 합병증 위험이 높은 데다 치료에 대한 효과가 좋지 않다. 변동성 혈압이 한 번이라도 나타났다면 고혈압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으로 본다.
변동성 혈압이 활동 외의 시간대 즉, 수면 중이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타나는 사람에게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아진다. 수면 상태일 때, 혈압은 활동시간보다 10% 이상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잠이 든 상태에서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야간 또는 수면 시에 혈압이 높거나 기상 직후 혈압이 급격히 오르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폭염이 반복되는 여름철은 변동성 혈압을 더 부추긴다. 더위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면 급격한 혈압의 변화를 초래하여 뇌경색과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체는 더위를 느끼면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활발해지는데, 하루 동안에 혈압이 들쭉날쭉 오르내리는 혈압 변동을 일으켜 혈관에 무리를 주면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고혈압 환자들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혈압 높은 사람이 냉탕과 열탕을 오가거나 더운 날씨에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또는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어 체온이 뚝 떨어지는 것도 좋지 않다. 확장된 혈관이 찬 온도에 갑자기 수축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열탕에 급하게 입욕하는 것도 혈압을 오르게 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되도록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게 좋고 실내외 온도 차이가 4~5도가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여름철 탈수 또한 혈압을 높이거나 내릴 수 있으므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수분 섭취를 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좋다.
 
드물지만 질병으로 인한 변동성 혈압도 있다.
갈색세포종은 혈압을 자극하는 질병으로, 콩팥 윗부분에 붙어있는 부신에 생긴 종양이다. 갈색세포종은 고혈압을 유발하는데, 이 경우 변동성 혈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수술이 해결책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변동성 혈압을 어떻게 치료하는가?>
한의학 관점에서는 변동성 혈압의 원인을 허와 실로 분류한다.
실즉사實則瀉 허즉보虛則補라는 원칙에 기초를 두고 치료한다. 몸에 잉여물로 쌓인 것은 깎아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라는 대원칙인데, 이는 변동성 혈압치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언뜻 보면 단순한 치료원칙 같지만 변동성 혈압의 원인을 정확한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내려지면 혈압은 놀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
허증으로 인한 변동성 혈압은 면역력과 기능저하를 기저에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이탈사인, 즉 혈압 체온 맥박 등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갱년기여성은 얼굴에 열이 오르거나 땀이 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면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과 더불어 혈압에 변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호르몬 부족으로 시작되는 이런 변동성 혈압을 한의학에서 음허陰虛로 인식하여 보음제補陰劑를 처방한다. 노인의 원기허약으로 인한 변동성 혈압도 마찬가지다. 원기가 약해지면 항상성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혈압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원기허약으로 변동성 혈압이 오는 경우에는 양기陽氣 부족으로 허열이 떠서 오거나 음허로 오기도 하므로 사례에 따라 적응증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이런 허증 타입의 변동성 혈압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치료해야 하며, 혈압약을 써서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일시적인 효과에 멈출 뿐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혈압저하로 어지럽거나 전신에 무력감이 생기는 증상이 오기도 한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사물탕 보중익기탕 팔물탕 육미지황탕 자음강하탕 등의 보제를 처방하여 변동성 혈압을 치료한다.
실증으로 오는 변동성 혈압은 체내의 흐름이 막혀서 온다.
마치 하수구가 막히면 오수가 하수관으로 흐르지 못하고 도로 위로 역류하는 것처럼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혈맥血脈이 막혀 급작스런 혈압의 상승을 초래하는 것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급체는 실증성 변동성 혈압을 초래한다. 급체로 인하여 위가 멈추고 간 담 등 소화기관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면서 혈압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또 열이 가슴이 울결되었거나 대변불통이거나 소변이 시원치 않거나 등의 울체로 인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실증인 경우에는 막힌 것을 뚫어주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증을 허증으로 오진하여 보제를 처방한다면 혈압은 더 악화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홍삼 인삼을 복용해서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혈압이 오르는 사례도 실증성 변동성 혈압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죽엽석고탕 승기탕 함흉탕 도적산 등의 막힌 것은 뚫어주고 남아도는 것은 덜어내는 처방으로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