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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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심은 수행의 씨앗

백중 우란분재일盂蘭盆齋日은 부처님의 탄생재일誕生齋日인 부처님오신날, 출가재일出家齋日,성도재일成道齋日, 열반재일涅槃齋日과 함께 불교의 5대 명절입니다. 이 5대 명절과 더불어 동지冬至와 입춘立春, 설날과 추석秋夕 등의 명절이 우리 불자들의 신심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시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란분재일은 하안거夏安居를 끝내고 자자自恣날, 음력 7월 15일에 돌아가신 조상님의 영가靈駕를 천도薦度하기 위해 재齋를 올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처님 10대 제자인 목련존자는 어머니를 아귀지옥餓鬼地獄에서 구하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 15일, 자자일自姿日에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는 『목련경目連經』과 『우란분경盂蘭盆經』에서 설說하신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신통제일神通第一인 목련존자目連尊者는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악업을 지은 과보로 아귀지옥에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천도하기 위해 부처님께 구제할 방도를 물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안거를 마친 스님들에게 ‘음식과 의복을 정성으로 공양하면 현재 살아계신 부모는 물론이고 돌아가신 조상님까지도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에 의한 것입니다. 불교의 이같은 방편은 안거 기간 청정한 마음으로 깊은 수행을 한 공덕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본래 우란분盂蘭盆이란 말은 산스크리트어인 울람바나ullambana의 말을 한자로 음역한 것으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박쥐처럼 불완전하고 불확실하다는 표현이기도 한 것입니다.
『본생경本生經』에 자신이 지은 업業에 따라 태어나는 세계를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의 삼악도三惡道와 아수라阿修羅·인간人間·천상인天上人의 삼선도三善道로 구분 지었습니다. 그러나 삼악도나 삼선도는 육도윤회六道輪廻의 세상에서 보면 서로 상관이 없는 다른 세상이 아닙니다. 상의상관相依相關의 관계로 서로 맞물려서 흘러가고 윤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합장合掌이라는 단어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합장은 서로 다른 상대적인 것이 합해져서 온전하게 된 상태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 중에 아직도 구천을 맴도는 영가가 계시다면 나와 살아있는 우리 가족의 장래도 보장을 못할 것입니다.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면 내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고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살아야 합니다. 잘 살아야 앞에 사신 분도 잘 살았을 것이고, 앞으로 살아갈 가족도 잘 살 것입니다.


가족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을 뜻한다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내 차례에 대한 예행연습이며, 현재의 삶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되돌아보라는 것입니다.
삶은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인생이지만, 죽음만은 틀림없는 인생의 매듭이기 때문에 보다 엄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모두에게 죽음의 그 자리는 공평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인생은 얼마쯤이라고 생각하는가?”
제자들이 다양하게 대답을 합니다.
“몇 년입니다. 몇 달입니다. 며칠입니다. 몇 시간입니다.”
그때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니다. 그대들은 아직 멀었다.”
그러자 한 제자가 대답하였습니다.
“인생은 호흡 하나에 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역부여시亦復如是라, 그렇고 그러하니라.”


삶에는 한두 차례 시행착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죽음에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호흡 하나에 매여 있는 그 인생을 허비하면서 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어제 산 것처럼, 그냥 오늘을 살고 오늘 산 것처럼 내일을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을 성실하게, 오늘을 정직하게, 오늘을 잘 사는 사람은 어제도 잘 살았고, 내일도 잘 살 수 있는 여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잘 죽는 일은 바로 잘 사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선인선과善人善果요 악인악과惡人惡果의 가르침입니다.


성운 대사님은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아니라 노병사생老病死生이라 하셨습니다. 태어남은 이미 받았기 때문에 노병사이고, 그 다음이 생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늙고 병들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인과를 믿고 윤회를 부정하지 않는 이라면 어떤 생을 만나야 될지를 유념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내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생각도 잃어버리지 말고 살아가야 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실망하는 일들도 많이 겪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 상실감을 해결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 상실감과 상처 안에서 지혜를 찾는다면, 고통스러운 경험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최인호 작가는 「얼굴의 흔적」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은 유전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도중에 자신의 성격대로 자신의 이미지대로 변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 얼굴의 변천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마치 매일 가는 산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면 그 풍경이 바뀌듯이 얼굴도 나이에 따라서 그 풍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이며 살아가는 현장이며 그 사람의 풍경인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자신의 성격대로 자신의 이미지대로 변해가는 것이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동소이한 모습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한국사람, 일본사람, 중국사람, 티베트사람들을 동양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을 알아봅니다. 우리 인생이 다반사로 대동소이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을 자기들만이 아는 구분 방법이 있는 것입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법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언제 제일 행복합니까. 나는 제일 행복한 때는 불자들과 구룡사에서 백고좌법회나 정진법회나 철야기도 등을 하던 시간 이였습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기도 하였지만, 불자들과 진심眞心을 다해서 기도 정진 했던 그 시간들은 가장 복된 날들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법회를 하고 정진을 할 때는 평상시보다 마음에 이타심利他心이 더 있었던 경험을 불자들도 해보셨을 것입니다.
달라이라마 스님께서도, “그 이타심은 오직 중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보리심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비심慈悲心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자비심은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자비심은 또 모든 수행의 씨앗입니다. 반대로 나만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 마음속에는 늘 고통과 괴로움만 가득 담길 뿐입니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입니다.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오늘이라는 하루하루를 진정으로 살아간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오늘인 것을 절실히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구경에 “단점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잘못한 것을 솔직히 지적해주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거든 주저하지 말고 그를 따르라. 그 사람은 나에게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려주는 사람이니 좋은 일은 있어도 나쁜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우란분재일 만이 아니라 늘 기도정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신심과 보리심으로 가족 모두가 부처님 품안에서 행복한 날들이 되시기를 염원念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