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숲해설가
2023년 7월, 온 나라가 물 피해로 난리다.
산사태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였다. 안타깝게도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 너무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희생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숲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도 여러 생각이 든다.
숲은 큰 비가 왔을 때나 눈이 녹는 증수기增水期에 물을 저장하여 넘쳐나는 물의 양을 줄여 주어 홍수를 완화하는 작용을 하고 갈수기에는 물이 마르지 않게 일정한 유량을 유지시켜 주는 수원함양 기능을 한다.
숲에 내리는 비는 일차적으로 가지와 잎에 의해 차단되며 이 빗물은 그대로 증발하거나 일부는 나무줄기를 타고 흘러 내려 토양에 도달한다. 토양 표면층에는 낙엽과 부식물 등이 있어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하여 저장한다. 숲의 토양에는 부드러운 공극이 많아서 그 공간으로 물이 저장된다. 또 숲과 숲의 토양은 물의 여과장치로 수질을 깨끗하고 맛있게 하기도 한다.
나무는 살아가는데 수많은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숲에서 유출되는 수량은 일반 토양에 비해 약 20%정도 감소된다. 이처럼 숲의 물을 저장하는 보수능력은 물을 조절하고 수자원의 다양한 이용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숲에서 빗물이 침투되는 침투 강도는 토양공극의 차이, 지피상태, 지표경사, 토양 수분, 우량 강도 등에 차이가 있으나 지피상태에 따른 능력은 활엽수 침엽수 등 수림지가 초지의 2배, 붕괴지의 2.5배, 보도의 20배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러한 숲의 수원함양 기능은 인공댐 그 이상으로 녹색댐이라고 한다.
댐은 홍수조절, 갈수완화, 수질정화 기능을 한다. 댐이 건설되면 용수 공급, 홍수 방지 등의 기능을 하지만 그 반면에 수몰지역이 생겨 토착민의 생활기반이 상실되고 생산 감소, 자연생태계의 파괴 등 부정적인 요인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그러나 녹샘댐인 숲은 인간에게 전혀 무해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침엽수림보다 활엽수림이 높다. 그 이유는 침엽수림은 낙엽의 분해속도가 활엽수림보다 느려 토양공극의 발달이 나쁘고 바늘처럼 생긴 침엽 낙엽들은 빗물의 충격으로부터 토양의 공극을 잘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산림지역에서 내리는 물의 양은 수자원 총량 1,267억톤의 약 65%인 823억 톤에 달하고 이 가운데 수목의 잎이나 가지, 지표면에서 증발로 손실되는 양은 수자원 총량의 45%인 567억 톤이며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양은 55%인 700억 톤이다.
건강한 숲은 민둥산에 비해 3.4배나 많은 물을 토양 내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물은 숲에 의해 연중 적절히 방출되는데 건강한 숲일수록 그 조절량은 더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숲은 대부분 경사가 급하고 여름철의 집중호우로 인하여 토사 유출이 심하다.
토사 유출은 토층을 얇게 만들며 양분을 함유하고 있는 미세한 토양을 흘러내려 토지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고 재해를 발생시킨다.
숲에 나무가 부족하면 내리는 빗물을 많이 저장할 수 없으므로 큰 물 흐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가 우거져 있으면 저수능력이 강해지고 나무뿌리가 그물 모양으로 땅속에 퍼져 있어 흙과 물을 밀착시킨다. 그러므로 큰물이 급히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연간 ha당 토사 유출량은 활엽수림지에서 0.7톤, 침엽수림지에서는 1.0톤, 사방지에서는 2.2톤으로 조사되었는데 나무가 없는 황폐지에서는 ha당 연간 토사 유출량이 무려 118톤으로 양호한 산림에 비해 무려 약 130배에 이른다.
숲의 기능 중 수원함양 기능과 더불어 토사유출 방지 기능은 이처럼 엄청나다.
토사유출 방지 기능과 함께 토사 붕괴 방지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올 여름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 몇 해 전 발생한 서울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의 피해를 상기해 보자.
토사 붕괴는 대형 재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인명피해를 유발하므로 울창한 숲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무가 많은 숲은 나무뿌리가 숲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므로 토사 붕괴를 방지한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산사태 발생 면적은 나무가 없는 산림이 나무가 있는 산림에 비해 약 1.6배 높았으며 토사 붕괴량도 나무가 있는 산림에 비해 1.8배 높았다.
홍수의 피해 원인 중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언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란 태양으로부터 온 열에너지가 온실가스에 막혀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있다. 북극 빙하는 1980년 이후 10년마다 11%씩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0.74°C 상승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가장 큰 원인이며 이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벌목과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의 결과이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올 여름 폭우처럼 극단적인 이상기후를 야기한다.
1ha의 숲은 연평균 5.5톤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효과가 있다. 열대우림 1ha의 식물은 매년 10톤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수 있다. 이러한 숲의 이산화탄소 고정능력은 지구온난화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생장한다.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은 나무이며 이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 따라서 숲이 점점 많아지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점점 줄어들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나무의 무게가 0.5kg 증가하는 동안 수목은 약 0.75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0.6kg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나무가 항상 산소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고 흡수와 방출을 같이 하므로 노령화되거나 과밀한 수목과 임지에서는 나무의 성장이 느리고 따라서 산소를 흡수하는 양이 방출하는 양보다 많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소 공급과 대기 정화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면 산림면적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탄소 흡착력이 높은 속성수의 확대 조림이 필요하며 불량한 숲의 수종갱신 작업도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높은 나무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이며 소나무류에서는 리기다소나무와 잣나무이다.
숲이 지닌 지구온난화 방지 기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숲의 다른 용도로의 전용을 방지하고 훼손지 조림, 농사를 짓지 않는 농경지 조림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하여 숲의 면적을 늘려가면서 숲의 순 생산량을 계속 증대해 나가야 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 여름 기상이변에 따른 수많은 재산상 인명 피해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숲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