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운
텃밭농부
기후재난이다. 지난 7월과 8월에 우리는 연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를 넘는 더위를 경험했다. 기상청은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예상되면 폭염 특보를 발표한다. 습도마저 높아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살았다. 냉방기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웠다. 도시만이 아니었다. 전북 부안의 한 선원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스님들의 호소에 따라 급히 에어컨을 설치했으며, 전남 곡성의 깊은 산골마을에서도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 없었다.
밤에는 연일 열대야였다. 기상청에서는 올해 여름에 최장·최다의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열대야는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상태를 나타낸다. 너무 더워서 잠들기 어렵다. 사람이 의지로써 더위를 이겨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몸은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번 여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달 내내 열대야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으니 일상이 힘들었다. 가혹한 여름이었다. 시작일 뿐이다. 기상학자들은 올 여름의 기온이 가장 낮은 기록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매일 폭염특보…잠 못 이루는 열대야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고온, 이를 견뎌내기 위한 냉방기의 가동은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냉방기를 돌리려면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더 많은 발전소를 짓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니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 온난화의 쳇바퀴에 갇히고 말았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데, 더위에 지쳐 냉방기 스위치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화석연료나 우라늄이 아니라 우주가 거저 주는 태양열과 바람, 지열,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명백한 해법이다.
올 여름처럼 기온이 이렇게 높으면 농축해산물 생산이 줄어든다.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은 열대지방이 원산지인데, 이 작물들은 더위에 매우 강하지만 35도를 넘으면 생장을 하지 못한다. 병충해를 이겨내지도 못한다. 개체 보존에 에너지를 집중하느라 과실을 키우지 못한다. 내 밭의 고추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했다. 잎의 여러 곳에 흰 반점이 생기는데, 이것은 총채벌레에 의한 피해 증상이다. 이 벌레는 잎 표면을 파고들어가 알을 낳으며, 부화한 총채벌레의 애벌레는 잎의 즙을 빨아먹으며 자란다. 고추의 생장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낸 상처를 통해 병원성 바이러스가 침투한다. 전염성이 높은 탄저병, 뿌리썩음병, 모자이크병에 걸리면 모조리 뽑아내야 한다. 
식물은 자기방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고온다습한 조건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번 여름은 한 달 동안의 긴 장마에 더해 35도 이상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런 날씨 조건을 이겨낼 작물은 거의 없다. 농사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람이 개입하는 행위다. 사람이 날씨를 바꿀 수는 없으니 병을 옮기는 벌레를 몰아내고, 면역력을 잃지 않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주변의 풀도 베어주어 바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내어 습도를 낮춘다.
그런데 사람의 행위도 한계가 있다. 후텁한 날씨를 사람인들 견뎌내지 못한다. 최근 30대 초반의 건장한 두 남자 유튜버가 충북 보은의 농가를 찾아 비료를 주는 하루 일상을 올렸다. 이들의 어깨를 누르는 20kg의 비료통 무게도 버거웠지만, 정작 고역스러운 것은 무더위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적셨다. 일과를 마친 이들은 14만원의 일당을 받았고, “농사, 아무나 못합니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농가를 떠났다.
기후변화는 농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농업진흥청 녹색미래전략팀에서 발행한 ‘기후변화와 우리 농업’(강기경·이덕배·나영은, 2011)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인 먹을거리의 안정적 수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①기후변화로 인하여 농지가 유실되고 물이 부족하게 되는 등 농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으며 ②주산지가 북상하는 등 재배적지가 변화하고 있다. ③새로운 기후에서 새로운 병해충과 잡초가 등장하여 농작물을 공격하고 ④농산물의 수량과 품질 유지가 문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탄소 흡수를 위한 정책적 대응과 더불어, 기후변화 속 안정적 생산 확보를 위한 기술적 대응을 제안했다.
농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김명현 농업과학원 연구사의 ‘기후변화가 농산물에 끼치는 영향’(2020)을 보면, 농업인의 85.7%가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기후변화 유형에 따라서는 기온 변화 상승은 96.4%, 강수량 증가는 81.8%, 병해충 발생 횟수 증가는 86.4%, 이상기상 횟수는 94.7%의 농업인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사는 기후시나리오에 따른 쌀 생산성은 기준연도 대비 2090년에는 63.3~7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축의 경우에도 생산성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한우와 육우는 고온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육이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젖소는 추위에는 강하지만 더위에 약하여 고온에서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번식률이 저하한다. 씨돼지는 고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정기가 지연되고 배란수가 감소하는 등 어린 돼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란계는 28도 이상 온도에서 산란과 사료섭취가 감소하고, 면역력이 저하하여 폐사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세계생태기금, 채식을 권장하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변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2050년까지는 세계 주요작물 재배 면적의 최소 22%가 부정적 기후변화 영향을 받을 것이며,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각각 56%와 21%의 주요 작물 경작지에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선행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홍수, 가뭄, 우박, 열대성 저기압 등 극한 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여, 작물 수량의 변동성을 증대시키고, 나아가서는 식량 공급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세계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기후변화가 세계농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세계농업 146호]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의 생존과 안전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된다. 농산물 생산 저하는 정치·사회·경제 불안, 정권의 붕괴로 치달았던 경험을 지나왔다. 2011년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는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이 주원인이었다. 이집트는 주식인 ‘발라디’(빵)의 원료인 밀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이해 이상기후로 러시아는 밀 생산량이 줄어 수출을 중단했다. 이 여파로 국제 밀 가격이 70%나 급등했다. 30년 철권통치의 무바라크 정권은 기후변화로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생태기금은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 2020년 관점’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소, 전략 및 정책 개발, 식습관의 변화를 강조했다. 식습관 변화와 관련해서는 “곡물 소비를 줄이고 감자, 고구마 등 서류 소비를 늘리고, 또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류, 우유 및 유제품 대신 콩과식물(강낭콩, 병아리콩, 완두콩 등)의 소비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채식 위주의 식문화 개선은 불교를 넘어 보편적으로 제시되는 방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불교의 식생활은 일찍이 채식을 생활화했다. 동물의 살해를 통해 음식을 얻는 것은 선근을 위축시키며, 불살생의 계를 범하는 것이므로 육식을 금했다. 사찰에서는 이 가르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는 간헐적 채식을 포함하여 5% 정도이다. 불교 인구가 17%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세계적으로 채식 인구는 10%로 추정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더 다가가고, 더 이상의 기후변화를 막아내기 위해서 채식하는 불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