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 스님
추수 끝난 가야의 논길을 걷는다
안개 속이라 잘못 든 길이다
소나 쟁기 농부들 보이지 않는다
큰 벼낱가리만 몇 개 폐사지의 탑처럼 쌓여있다
걸을수록 배부른 지주처럼 안개가 길을 걷어간다
쇠똥을 밟았는가
작은 웅덩이에 빠졌는가
도시에서 묻어온 발걸음들
도무지 중심을 잡지 못한다
앞서가던 동무의 등 뒤는 먼 산이다
낡고 오래된 오두막 하나
궁시렁궁시렁 마른 논두렁길
궁시렁궁시렁 티베트 중들의 탄뜨라 외우는 소리
안개는 차라리 숲속의 사원이다
대지는 이미 붉은 개미들의 오래된 집이다
정말 우리는 흙에서 왔을까
도시의 저 많은 길들 불빛들도
이 흙의 자식들일까
내달리거나 뒷걸음치거나
안개 속에서
돌아갈 집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