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산의 원만한 대중생활(18)

성운대사 지음
조은자 옮김

제 일생에는 너무도 많은 대중이 있었습니다. 출가한 도반이건, 동문이건, 제자이건, 신도이건, 직원이건, 봉사자건 저는 항상 대중 가운데 있었으며, 대중 가운데 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격 덕분에 저는 사람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도 저를 필요로 했으며,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하면 저는 반드시 그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금권과 권력의 분리

저는 어려서부터 집안이 가난했으니 용돈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습니다. 출가 이후 총림의 학습이라는 것은 나무 해오고, 물 긷고, 불 때고, 밥 짓는 등 모두 힘든 노동이었고 고행이었습니다. 돈도 없었고 권력도 없었으니 재물과 권력은 저와 어떤 인연도 없었습니다. 은사 스님의 성격상 절대 제가 돈을 향유하지 못하게 했으며, 제가 중국 대륙에서 은사 스님을 따른 10년의 시간 동안 딱 5원을 제게 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는 타이완으로 건너올 때 제게 12원 정도를 주셨던 것 외엔, 생각해 보면 부모님도 제게 돈을 주신 적이 없고 신도 또한 제게 돈을 공양한 적이 없으니, 돈도 인연도 없는 그 세월을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타이완에 도착해 불교의 각종 홍법사단을 설립하여 청년회는 어떻길 바라고, 홍법대는 어떻길 바라고, 학생회는 어떻길 바라고, 합창대는 어떻길 바란다는 등 여러 가지 주장을 내놓아 마치 제가 무슨 권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단체들은 봉사적 성질일 따름입니다. 많은 청년 단체가 있어도 그들이 오지 않겠다면 저도 어쩔 수가 없고, 그들이 기분 나빠 현장에서 바로 떠나버려도 저는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월급을 줄 수도 없고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도 없습니다. 돌고래와 같은 많은 동물은 공연을 한 뒤 주는 물고기 선물 때문에 공연하길 원합니다. 저를 따르는 수많은 친구들은 저를 위해 이렇게 고생했는데도 물고기는커녕 새우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 밥이 없고, 노력 없이 얻는 일도 없습니다. 황제라도 자신의 병사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제게는 재물이건 권력이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저에게는 법보法寶가 좀 있었던 듯합니다.
첫째, 제게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성심성의껏 사람들을 이끌었는데, 이것은 인사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에게 당신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게 해줘야 상대는 당신과 함께 어울릴 것입니다.
둘째, 제게는 그래도 부富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사람과의 인연이었습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었고, 심지어 기이하게도 어느 노인들께서는 국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제가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알아듣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참 신묘한 일이었습니다. 객가어(중국어 방언 중 하나로, 객가족이 주로 사용함)를 배운 적도, 타이완어(중국어 방언의 하나인 민남어를 말함. 청나라 때 중국 민남 지방에서 타이완으로 도래해 온 이들이 사용했던 언어로 푸젠성·타이완 등에서 많이 사용됨)를 배운 적도 없는데, 타이완에 도착한 뒤 저도 빠른 시일 안에 객가어와 타이완어를 조금 알아들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말을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대화할 정도는 되었습니다. 심지어 영어·한국어·일어도 배운 적이 없지만 인사말 몇 마디 정도는 자연스럽게 합니다. 저는 음치이고 언어에 뛰어나지도 않지만, 응용면에서는 큰 효과와 효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금전과 재물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조직 안에서의 권력이 있어야겠지만, 재물과 권력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있고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있어야 하고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니,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이치입니다. 누구는 사람은 있으나 마음이 없고, 누구는 타인과 잘 어울리지만 인연이 없습니다. 마음이 있고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런 일일 뿐입니다.
후에 불광산을 개산하고 사찰을 세웠을 때, 저는 재물과 권력은 장차 사업의 발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재정까지 관장하면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니 사찰과 공공단체에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재물을 가진 사람이 다시 권력까지 갖게 되면 여기저기 마음대로 사용하고 휘둘러 시방의 깨끗한 보시들이 진정 불문을 위해 쓰일 수 없게 합니다.
불광산 건설 초기, 저는 고심 끝에 대중에게 권력을 가진 사람은 주지나 관리자를 하니 돈을 가져서는 안 되고, 단계가 낮은 초학자는 권력이 없으니 금전관리를 그들에게 맡긴다고 분명하게 알렸습니다. 권력과 재물은 분리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권력을 가졌으면서 금전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적당한지를 숙고해야 합니다. 낮은 간부가 금전을 내놓으면 이치에 맞고 합법한지 알아야 합니다. 높은 사람은 아랫사람이 관장하고 있는 금전 재물에 대해 함부로 남용하거나 허비하지 않도록 감독·지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금전 재물은 합당하게 운영하기만 하면 아무리 많아도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아도 부당하게 사용하면 도리어 해가 됩니다. 금전 재물 자체에는 좋고 나쁨이 없지만, 운영하는 데에 선악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권력 역시 그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지만, 당신이 옳게 사용하면 인심을 얻게 되고 인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재물과 권력을 나눠 관리하는 것 역시 관리학 방면에서 제가 직접 체득한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