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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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다시오기 힘든 환희와 감동의 연속

윤자모궁
구룡사 신도

대만불교성지순례를 다녀와서


10월16일부터 20일까지 4박5일 동안 아산 정우큰스님과 함께하는 대만불교성지순례에 함께하는 영광스런 기회를 가졌다. 그래서였을까? 16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그러한 마음은 나만의 일만은 아닌 듯했다. 함께한 일행 50여 명의 불자들 얼굴에도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얼굴 표정은 화사하고 밝아보였다. 그렇게 들뜬 마음을 안고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대만공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시간이었다. 서둘러 입국수속을 마친 뒤, 기다리고 있던 현지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불광산사로 향했다.
불광산사로 향하는 길에 현지식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고대하던 불광산사에 도착했을 때는 주위에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불광산사의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은 우리 순례객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었다. 마중 나온 스님의 안내에 따라 숙소를 배정받아 첫날의 여독을 풀었다.
불광산사에서의 첫날은 새벽 5시 30분부터 진행되었다. 5시 30분 새벽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회주 정우스님의 뒤를 따라 대웅보전 법당에 들어섰다.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첫 느낌은 장엄함과 웅장함이었다. 그 장엄함과 웅장함 속에서도 정연함과 경건함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압도된 분위기 속에서 예불을 올리기 위해 입장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가지 말라고 재롱과 투정을 부리는 사랑스런 손자들을 뿌리치고 왔지만, 역시 잘 왔다는 생각과 법당에서 느낀 벅찬 감동이 한꺼번에 내 눈물샘을 자극한 모양이다. 감히 문자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환희와 법열로 가득 찬 새벽예불 시간이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세면을 한 뒤 아침공양을 하기 위해 공양간으로 향했다. 우리 일행이 아침공양을 한 곳은 스님들만 할 수 있는 공양간이었다. 그런데 공양간도 그냥 공양간이 아니었다. 스님들의 행동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봉사자들의 모습은 마치 이곳이 공양간이라기 보다 부처님 법석의 자리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일게 했다. 또 한 번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광경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환희로움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세계화의 상징이요, 문화를 통한 불교포교,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자선을 통한 사회봉사, 수행을 통한 심신정화의 불광산사의 4대 종지를 공양간에서도 한눈에 체험할 수 있었다.
아침공양을 마친 후에는 거대하고 웅장한 불광산사 구석구석을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불광산사에는 대중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성운대사께서 제창하신 ‘좋은 일을 하자, 좋은 말을 하자, 좋은 마음을 갖자’는 삼호운동이 그대로 젖어들어 있는 듯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알게 모르게 행동하고 느꼈던 시기심과 질투심, 미워하는 마음, 성내는 마음 등이 일순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불광산사 산문 입구에는 산문을 나서는 이들에게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불광산사를 떠나면 어디로 가서 머물 것인가? 언제 다시 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생각을 바꾸면 거기가 곧 피안의 세계’임을 나에게 화두로 던져주고 있는 듯했다.
불광산사를 일일이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같아 대략적인 것만 소개한다.
불광산사는 30만평의 대지 위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각종 전각이 수십 개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1천여 명이 동시에 법회를 볼 수 있는 대법당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고, 사방의 벽은 섬세한 조각들과 1만4800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또 4500여 명이 동시에 숙식하며 기도하고 회의할 수 있는 운거루를 비롯해서 미술관, 도서관, 출판사, 홍보전시관, 수행센터, 학교, 노인요양소, 병원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36미터 규모의 거대한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480명의 부처님 모신 대불성은 불광산사를 더욱 웅장한 모습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토굴식 참선법당, 몇 백 명이 동시에 참선을 할 수 있는 여래전, 염불수행 전용공간인 옥불루, 사경수행자를 위한 사경당 등도 있다.
건물의 모습에서 느끼는 감동에 이어 또다른 감동을 주는 것은 사람을 볼 때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웃음을 보내며, 늘 봉사하는 자세로 다가서는 불광산사의 스님들과 봉사자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말없이 마당을 쓸거나 공양간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가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고, 언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포교당과 자선기관으로 달려 나갈 만발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전각과 성보 참배를 마치고 저녁공양을 했다. 저녁공양은 불광산사 주지스님의 환영만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저녁공양시간은 환상적이었는데, 이날 저녁 내 개인적으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저녁 환영만찬에 대한 감동을 오랫동안 만끽하고자 숙소 주위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산책하는 길에서 성운대사를 친견한 것이다. 담요를 덮고 휠체어를 타신 채 산책을 하고 계시던 성운대사님이 담요 속에서 손을 내밀며 자비로운 미소로 먼저 내게 악수를 청해오신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과도 같은 감동과 환희심을 맛보았다.
성운대사님과 악수를 하면서 나는 진심으로 성운대사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그리고 따뜻한 미소와 인자한 인품에 절로 머리가 숙여짐을 느꼈다.
성운대사님의 “신심은 항상 느긋하게 품고 만나는 이에게 미소로서 대하니 느긋함은 곧 우리의 심신을 건강하게 함이요, 미소를 띄움은 피차의 우의를 손쉽게 증진시킬 수 있다.”는 법어 말씀이 마냥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3일째 되는 날도 회주스님을 따라 새벽예불을 마친 뒤 스님들만 공양하시는 공양간에서 아침공양을 했다. 이 역시 회주스님에 대한 불광산사의 배려가 나에게까지 이어진 샘이다. 회주스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공양을 마친 뒤 룸메이트로 배정된 일행과 함께 큰법당에서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그리고 관음정근 기도를 올리며 신심을 다잡았다.
이처럼 큰 환희심을 일으키게 해준 불광산사와 성운대사, 우리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음 여정지인 제원사로 향했다. 제원사에 도착하니, 인품이 넉넉해보이는 주지스님이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셨다. 제원사는 23년 째 불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직 불사가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화엄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 자금성이 연상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석굴암을 연상케도 했다. 제원사의 방대하게 진행되고 있는 불사의 현장에서 회주 정우스님께서는 제천 부처님마을의 운조암 불사를 앞당겨야겠다는 다짐과 각오를 하셨다고 한다. 회주스님을 존경하는 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죄스러운 마음과 함께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제원사 주지스님의 따뜻한 환대 속에 사찰참배와 융성한 점심공양을 받고 우리 일행은 다시 대만불교 현대화의 성지 원조사로 향했다.
원조사에 도착하니,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일주문과 대법당 전각 앞에 수많은 불자들이 도열하여 우리 일행을 뜨겁게 맞아주었다. 주지스님의 안내로 대법당을 참배한 후 지하 2층의 <불교문물관>에 전시 중인 귀중한 불교 문물과 불교회화를 감상했다.
원조사에서도 역시 정성스럽게 준비한 융숭한 저녁공양을 마친 뒤, 설법당에 마련된 환영행사에 참석하였다. 환영행사는 원조사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환영공연으로 진행되었는데, 시립합창단의 음성공양을 필두로 선녀춤과 원주민춤, 어여쁜 소녀의 호금독주, 실내악 연주, 이중창, 수화노래 등이 공연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특히 공연 말미에는 비구니스님들이 우리노래 과수원길과 아리랑을 수화로 공연하여 더욱 감동케 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 원조사의 주지스님이 즉흥적으로 일어나 무반주로 노래를 선사하자, 회주스님도 장밋빛스카프를 답가로 부르시며 흥을 더욱 돋워주셨다. 이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을 것같다.
원조사에서의 환희심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다시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만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립 고궁박물관에는 70여만 점에 이르는 중국 최고, 최대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시설의 한계로 인해 한번에 15,000점밖에는 보여주지 못한다고 한다. 전시품은 역대 중국 황제들의 개인 소장품이 주류를 이루는데, 대부분 옥, 금, 칠기, 자기 등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한자문화를 알 수 있는 많은 책과 서화 등도 있다.
성지순례 마지막날은 대만의 대표적인 등신불이 모셔진 자항사와 시내의 대표적인 사찰 용산사 및 야시장을 순례했는데, 가는 곳마다 대만불교의 웅장함과 대만불자들의 불심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번 성지순례는 내 일생에 있어서 다시 찾아오기 힘든 환희와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선근인연을 맺게 해주신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께 가슴 깊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성지순례에 함께한 모든 분들에게도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