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수필가·문화센터 강사
그리움이 낙엽처럼 쌓여가는 계절! 나에게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으로 추억 속에서만 만남을 이룰 수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계시다. 선생님이란 존재는 어렸을 때는 거목으로 우리에게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함의 표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선생님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갖추게 되고 푸른 꿈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위력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 방향을 설정하는데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크게 작용한 경우도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작가가 되기도 하고,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학생을 나름대로 세심하게 관찰한 선생님의 말씀은 한 인간을 넉넉한 자신감의 소유자로 살아갈 수 있게도 하고, 자존감 낮은 인간으로 살아가게도 한다.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추억의 사진 속에 따뜻한 등불 같은 선생님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무척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트렌치코트가 무척 잘 어울리시고 가을 같은 쓸쓸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추억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지금 생존해 계시지 않기에 더욱 애달프다. 살면서 행복한 일이 있을 때, 또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선생님 생각이 문득문득 고개를 쭉 내민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는 작업에 보람을 느끼게 해주신 분이기도 하기에, 남다른 느낌으로 인생의 한 페이지에 선명하게 자리잡고 계시다. 그러나 사제지간이 꼭 아름다운 관계로 남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게되는 요즘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 불신으로 불협화음이 나고, 대학교에서는 사제지간이 때로는 상하 주종관계로 성립되다보니 이해득실을 따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기도 한다.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선생님이 부모에 버금가게 소중하신 존재였고, 선생님 또한 제자를 그 누구보다 자식처럼 끔찍이 사랑하는 헌신이 있었다.
친구관계, 연인관계, 부모와 자식관계 등 그 어떤 관계보다도 사제관계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순수함이 있어야 한다. 선생님은 그저 따뜻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제자를 바라보고 제자는 비판이 아닌 공경의 마음으로 스승을 바라보아야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情도 순수함을 잃은 퇴색된 관계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가르쳐주는 진정한 교사가 그립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따뜻한 선생님을 가슴 속에 품고 살 수 있게 됨에 너무 감사하다.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계실 선생님. 지금 이 순간도 따뜻하고 인자하신 그 모습으로 제자들을 지그시 쳐다보고 계신 듯 느껴진다. 선생님 그곳의 겨울은 춥지 않은가요? 우리 모두 언젠가 웃는 모습으로 만나뵈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그냥 지나치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지갑 속에 돈이 없는 사람보다 가슴 속에 추억이 없는 사람이 더욱 가난하다.”고 합니다. 선생님 저를 부자로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