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수필가·문화센터 강사
구두쇠하면 ‘자린고비’라는 단어가 생각나고, 구두쇠를 주제로 쓴 전래동화를 어릴 적 많이 읽은 기억이 난다.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곳에 쓸 때 쓰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적당히 아끼고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나, 먹을 거 안 먹어가며 꼭 써야할 때 안 쓰고 긴축하며 돈만 모으는 것은 수전노에 가깝다.
이렇듯 구두쇠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좋은 의미보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단어로 우리에게 조심스레 와 닿는 것 같다. 그런데 감정 구두쇠는 어떤가? 전혀 상대를 칭찬하거나 격려할 줄 모르고 폄하하고 나쁜 쪽으로만 얘기하는 사람들, 또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몰라 상대를 외롭고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야말로 감정을 제대로 적당히 표현할 줄 모르는 감정 구두쇠가 우리 주위에 너무 많은 것 같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흔한 말을 익히 알고 있지만,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하고 인간난로가 필요해 추워하고 있는 누군가를 따뜻하게 하는데 감정표현이 많이 부족한 우리들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기도 하고, 격려는 귀로 먹는 보약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감정표현을 너무 필요 없이 아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느낀 대로 거침없이 표현하고 행동하는 서양 사람들처럼 우리도 힘차게 사랑을 표현하고 상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좋겠다.
비록 내일 오늘의 감정과 다르고 사랑이 식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느낀 대로 바로바로 표현하면 되로 주고 말로 받기를 원하는 욕심 많은 사람도 훗날 후회와 아쉬움은 적을 것이다. 물질의 구두쇠가 될망정 적어도 감정의 구두쇠는 되지 않아야겠다. 감정표현에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도 감정표현만큼은 넉넉히 할 줄 아는 감정부자가 되도록 하자.
물질적인 부자도 좋지만, 감정의 곳간에 쌓아둔 표현 덩어리가 상해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감정도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소중하게 인연 맺은 사람들과 극단적인 표현보다는 예쁘고 고운 사랑의 감정을 넉넉히 표현하며 살도록 하자.
진실된 감정표현은 빛이 되어 우리네 인생을 더욱 반짝반짝 윤이 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