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련화
보명사 불자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나무는 더 단단해지고 굵어져서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없게 되고
경험이 쌓이고 숙련되어
나이가 더해지면
자아는 감성과 이해를 초월해
마음을 나누고 내보일 수 있는
사람들의 수를 줄인다.
누워서 TV를 보다가 잠깐 잠이 든듯한데
휴대폰이 울린다.
도반 대덕심보살님이다.
석모대교 개통으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강화 석모도 보문사를 함께 다녀오자고 한다.
정오를 넘긴 시간 출발이라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대곶IC를 나와
김포에서 점심을 먹고 내비게이션의 경로 음성 안내로
가을 꽃,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핀 강화도의 들길을 지나
석모대교를 건너 낙가산 보문사에 도착했다.
일주문을 지나 경사로를 오르면
경내의 수령 긴 보호수 고목이 푸근한 자태에
위엄을 더하며 서있다.
극락보전과 석실 경배 후
불단에 칠성, 산신, 독성 탱화가 봉안된 삼성각도 참배한다.
수학여행과 가을 소풍 철을 맞아
여고생들과 불자들로 인산인해인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 보문사 참배를 마치고
삼사 순례를 하고자 전등사로 향한다.
고개 숙이며 익어가는 벼이삭으로
풍요로운 가을 들판을 지나 정족산 전등사에 도착했다.
처마 밑 벌거벗은 나부상 전설의 대웅전과
삼성각 경배 후 역사 깊은 천년고찰을 뒤로하고
마지막 순례지인 마니산 정수사로 향한다.
깊숙한 골짜기의 고즈넉한 절집 정수사는
세상의 속도를 뒤로한 채 인기척도 닿지 않은 듯 고요하다.
꽃살문 색채 그윽한 대웅보전과 삼성각 경배를 마치고
풍성하게 여문 가을과
눈이 부시게 나부끼며 지는 노을을 보며
산사의 가을바람을 사이에 두고 앉아
대덕심보살님이 준비해 온 과일과 음료를 마신다.
내적 기도인 침묵과 교감할 수 있는 사이
진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서로에게 무한한 고마움의 마음이 이 순간 있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행 배를 탔던
초행의 기억이 찌릿하다.
새우맛 스낵을 먹기 위해 몰려들던 갈매기와
신기한 긴장을 했던 기억 아련한 20여 년 전
김포 친구 Y
그리고 도반 대덕심보살님.
삶의 허무를 견딜 수 있는
진지한 일상에 그녀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