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룡사는 佛法에 목마른 불자들이 일군 것”
- 정우 스님과 김응철 중앙승가대교수 특별대담
구룡사 회주이자 통도사 주지인 정우 스님은 일상을 초단위로 나누어 생활한다. 총림의 위용을 되찾고 있는 통도사를‘불보종찰’답게 만드는 일에 하루해가 짧고, 틈틈이 구룡사를 찾아 불자들을 만날 때면 하루 24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도심포교를 하며 한국불교의 신화를 만들었던 정우 스님을 만나‘도심포교와 한국불교의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정우 스님은“구룡사는 불법에 목마른 불자들이 일군 사찰”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그저 대중들의 요구에 맞춰 편의를 제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불교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요소로‘물질적 풍요’를 꼽은 스님은 “가난하게 살자는 말은 아니지만, 청빈의 정신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우 스님은 새 정부에 대해서도“기업을 운영해본 사람이 대통령이 됐기때문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대담은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김응철 교수의 진행으로 1월 9일 서울 구룡사 회주실에서 이뤄졌다.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서도 월간‘붓다’창간 20주년 기념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님을 모시고 ‘한국불교의 도심포교 현황과 미래 발전 방안’에 대한 고견을 듣고자 대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양재촌 기슭에 구룡사가 자리 잡을 때 주변은 막 개발이 시작될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통도사에서 모셔온 부처님 친착 가사와 자장율사 가사 친견의식을 거행하면서 불사를 시작하였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어떤인연으로 이곳에 구룡사를 창건하시게 되었는지요? 80년대 초반에 한창 강남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통도사 어른스님들께서 서울포교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종로에는 절이 많았기 때문에 일부러 강남 쪽에 마땅한 곳을 찾다가 현 구룡사 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당시 구룡사 주변은 모두 논밭이었습니다. 교수님 말씀 하신대로 부처님 친착가사와 자장율사 가사를 모시고 본격적인 포교를 시작했습니다.
1985년도에 천막법당으로 시작했고 1987년에는 임시건물을 마련해서 본격적으로 부처님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처음 시작한 불사가 만불보전 조성인데, 많은 불자들의 동참으로 2년 만에 불사가 마무리됐고, 그 후에는 21일 정진법회, 매일 1080배 정진, 백고좌 법회 등을 진행하면서 점점 시민들의 동참이 늘어났습니다. 또 극단을 만들어 다양한 문화포교를 시도하기도 했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계속하는 일입니다.
많은 시민들과 불자들의 원력이 오늘의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를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구룡사는 일산 여래사를 비롯하여 20여 개의 도심포교당과 해외포교당을 건립했는데 어떻게 하여 그와 같은 성과를 거두실 수 있었는지요?
도심포교당 설립은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불법(佛法)에 대한 목마름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목마름에 부응했을 뿐입니다. 시민들과 함께 기도하고 정진하면서 도심포교당이 점차 확대된 것입니다. 저의 노력에 비해 100배, 1000배 이상의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멀리는 원효스님부터 가깝게는 석주스님, 광덕스님과 같은 선각자들은 이미 도심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원효스님은 항상 민초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급속하게 도시화되고 있습니다. 굳이 이웃종교를 말하지 않아도 도심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통도사 어른 스님들의 관심과 출가자의 본분을 지키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포교하려 했던 것이 오늘날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현재 서울 강남 4개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 지역은 인구가 약 200만에 달하지만 개신교, 가톨릭에 이어 불교는 제3의 종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것을 남의 허물로 돌린다면 우리의 가슴앓이만 커질 것입니다. 그나마 조선 600년 동안의 탄압과 한일합방 이후 40년간의 왜색 불교, 해방이후 정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나마 위안은‘불교’이기 때문에 이만큼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강남 지역에서 제3의 종교라는 부분은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의 허물을 알고 이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많은 시민들이 강남지역의 사찰과 포교당을 찾고 있는 만큼 더 다양한 포교방법을 마련해 실천한다면 포교의 새로운 성과들은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질적 풍요가 불교 발전 저해 요소”
오랫동안 도심포교에 전력을 다하신 스님께서는 남다른 원력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한국불교가 처한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물질의 풍요 속에 개인주의 경향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사람의 마음은 피폐해지고 끔찍한 범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우리 불교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스님 개인적 으로도 그렇고 종단적으로 봐도 물질적 부(富)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불교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항상 일대일 교육을 통해 제자들과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역대 조사 스님이나 선사 스님들의 전법과정을 보아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만큼 충실하게 후학들을 제접했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통도사 주지 부임 이후 모든 대중들이 명찰을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도반으로서의 동질감을 높이고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기초부터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옛 전통을 충실하게 살리면서 현대에 맞는 교육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지난해에는 통도사 주지 소임을 맡으셨는데, 산중사찰과 도심포교 사찰은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궁금합니다. 최근 도선사 혜자스님께서 108산 사순례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평가해 주실 수 있는지요? 도시와 농촌이 하나이듯이 도심사찰과 산중사찰은 둘이 아닙니다. 저는 오랫동안 도심포교를 하다가 다시 산중사찰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산중사찰의 전통을 간직하면서 동시에 도심포교의 방법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최근에 회향한 통도사 53선지식 초청법회에는 수많은 불자들이 찾아와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이 진행하고 있는 108산사 순례는 마치 저의 일처럼 기쁜 일입니다. 마치 메뚜기떼가 황량한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금 어느 종교가 농촌의 농산물을 구입하면서 지역 농민들과 만나고 있습니까? 도시민들이 전통사찰을 다니면서 신심도 키우고 농촌을 체험하는 것은 앞으로도 불교발전의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도심포교, 색깔이 필요하다!”
최근 도심포교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정말로 불교의 도심포교는 어려운 상황인지요? 그리고 어떻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불교는 사회의 윤활유이고 비타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불교의 인간학(人間學)을 주창하신 것으로 봅니다. 철옹성같이 닫혀 있던 불자들의 마음과 가정을 열어서 시민들이 생활불교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시민들에게 가까운 절에 매일 다니면서 기도하자고 주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자들에게도 다양한 수행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선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근기에 맞게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불자들이 안심입명(安心立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포교당마다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외 유명대학만 보더라도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키워 학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성공한 도심포교당은 무엇인가‘특징’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자년(戊子年) 새해에는 불자들이 어떻게 신행생활을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전국의 불자들과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불자들이 우선 근검절약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이나 이웃들에게 인색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절약하되 나누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보시(布施)도 자연스럽게 할수 있을 것입니다. 또 불자들이 이웃들에게 항상 편안하고 너그러운 존재이길 당부 드립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끊임없이 지혜를 닦고 정진하는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기업을 오랫동안 경영하고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끌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잘 살린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예측 가능한 시대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우리 국민은 최근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를 극복하기 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습니다. 과거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금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저력이 발휘될 때 국민은 편안해지고 나라도 발전할 것입니다. 국민화합과 사회안정의 길에 불자여러분들이 적극 나서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정리 = 월간 붓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