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혁진 불교포커스 기자
과연 대한민국을 살릴 유일무이한 대안인가, 아니면 환경·문화는 물론 경제까지 모두 파탄으로 몰고 갈 대재앙인가.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아니 다분히 의도가 섞인 채 논란 국면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발표 후 6%로 낮추기는 했지만, GDP 대비 7%의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 건 이명박 당선자는 일사천리로 경부운하 사업에 과속을 붙이고 있다.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마당에 경부운하 사업의 타당성과 여론은 이미 수렴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에게 표를 던진 국민 모두가 한반도 한가운데에 제방을 쌓고 물길을 낸다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찬성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대단한 오판이다. 물론 사업을 추진하려는 측의 입장에서는 반대의견은 단순한 걸림돌로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밀어붙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진정으로 한반도 대운하가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우려 섞인 의견을 귀담아 듣는 일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에 터널 뚫어 한강 낙동강 연결 일단 한반도 대운하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간단하게 말해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나라 4대강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물줄기를 연결해 뱃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영산강과 금강을 잇는 호남운하, 금강과 한강을 잇는 충청운하 등 남한 쪽의 12구간 2,100여km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통일이후 북한에도 17개 구간의 운하 총 3,100km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그야말로 어마한 계획이다.
그 중에서 경부운하는 서울 한강 하구의 김포대교부터 양수리를 지나 남한강을 거쳐, 연결구간인 백두대간 조령산을 훌쩍 넘어 낙동강 상류에서 하구까지 연결되는 구간으로 약 550여km 정도 되는 구간이다. 경부운하 찬성측은 사업비 16조원의 공사비로 4년, 당선자 임기 내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물류를 운송함으로써 100원을 투자해 230원을 남기는 국가경제 파급효과, 30만 명의 고용 창출효과, 공간개선효과 등을 따지면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강바닥의 모래를 걷어내 팔면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판매수익도 남는 사업이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신륵사 수몰…불교문화재 수백점 위기
그러나 한반도대운하 공약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국 18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운하가 통과하는 전국 주요 예정지 주변의 지가가 벌써부터 요동을 치는 등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운하 계획의 부작용은 전국에서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면서“경제성장이라는 미명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당장 한반도대운하 건설계획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재청이 지난 1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경부운하 구간인 충북 충주시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제6호) 등 국보 1점, 경기 여주군 여주 창리 삼층석탑(제91호) 등 보물 6점 등이 경부운하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적 15점, 천연기념물 3점, 중요민속자료 1점, 시도 유형문화재 10점, 시도 기념물 19점, 문화재자료 15점 등이 경부운하 예정지 주변의 지정문화재다.
매장문화재는 역촌토성 등 한강 유역 118곳과 고모산성 등 낙동강 유역 59곳이 경부운하 예정지에서 반경 100m 이내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하가 건설된다면 이들 문화재들은 물에 잠기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한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접한 불교계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책모임인 보림회와 금강회는 대통령 선거 이전인 지난해부터 경부운하, 특히 조령대수로터널 건설계획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스님들은“충주 괴산의 석회암지대에 대규모 터널을 뚫고 100미터가 넘는 리프트를 건설 하겠다는 것은 국토를 절단 내는 예비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한강 수로 갑문건설로 여주 신륵사가 물에 잠기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남한강과 낙동강을 인위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겠다는 발상은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문화유적지를 파괴하는 대재앙이자 무모한 공사로 인해 국토를 불구로 만드는 일이다. 조령산, 주흘산, 월악산을 관통하는 연장 22km 상당의 장대광폭도수터널을 양방향 쌍굴 터널을 뚫기 위해서는 16개 이상의 공사용 보조터널을 뚫어야 한다고 토목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터널안과 양 방향 저수지에 수백만 톤이상의 물을 저장해야 한다. 그 물은 어디서 끌고 올 것인가. 게다가 남한강과 낙동강은 수천 만 국민의 식수원이다.
경제·고용효과도 미지수 이명박 당선자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장점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효과와 30만 고용창출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천 준설과 교량 철거, 수중보와 댐 건설은 필수다. 이명박 당선자 측은 기존 교량을 철거하고 재개설해야 할 교량은 총 11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자료에 따르면, 사업 구간 전체 교량 115개 중 운하 출발점인 김포대교를 시작으로 다리 90개(78%)를 재공사해야 한다. 배가 다닐 수 있도록 멀쩡한 다리를 뜯어내고 새로 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강 유역 국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취수 시설도 대부분 옮겨야 한다. 그 비용은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서 제외됐다.
공사가 시작되면 30만 명이 일자리를 얻는다고 주장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주장대로 공사기간이 4년이라면 4년짜리 비정규 일용직 노동자 30만 명을 양산하겠다는 것은 아닌가. 이명박 측이 경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를 운영하는 데는 고작 380명의 인원만 필요하다.
이명박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경부 운하를 100% 민간자본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예산은 쓰지 않고 운하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현재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GS 건설·대림산업 등 5개 대형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제성 분석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윤 추구가 지장목표인 기업 입장에서는 공사비는 어떻게 해서라도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 투자에 따른 불투명한 수익성은 정부가 보장해 줘야 공사를 진행할 것이다. 각종 고속도로등 여타의 민간유치 사업이 그러했듯 14조원의 100% 민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운하의 핵심기술과 장비는 또 다시 외국 기업에서 빌려와야 한다. 그 비용은 우리나라의 이익이 될 수 없다.
추부길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착공이 늦어지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강과 낙동강 운하를 각각 운영할 수 있다”며“제1공약인데 어떻게 접느냐”고 말했다.
여론이야 어떻든‘일단 삽질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벤치마킹 하겠다는 운하의 나라 독일의 하우프 전 교통부장관은“운하는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 대운하는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작은 개울을 건너는 데도 돌다리를 두려보라고 했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우리 땅 우리 강을, 우리 국가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전면 백지화 하고 재검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불자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