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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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中道)는 부동(不動) 아닌 역동(逆動)

김치중 / 주간불교신문 편집차장


부처님에 대한 이해와 실현이 중도
불교문화·종교편향 문제해결 첩경
진실의 힘 바탕… 국민설득 나서야


남악 회향선사가 계시는 전법원에 도일 마조스님이 매일 좌선만 하고 있다.
“거기서 무엇하고 있는가?”
“좌선합니다”
“좌선은 해서 무엇 하려고?”
“부처가 되려고 좌선하지요”
이튿날 회향스님이 벽돌하나를 집어 절 앞 바위에서 득득 갈았다.
이것을 본 마조스님이 물었다.
“스님, 벽돌을 갈아서 무엇 하렵니까?”
“거울을 만들려고 하네”
“아니,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든다고요?”
“그래, 앉아만 있으면 부처가 될 줄 아는가?”
“스님,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소 수레가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수레를 몰아야 하는가, 소를 몰아야 하는가? 선은 앉거나 눕는 데 있지 않고, 부처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야! 집착이 없고 취하고 버릴 게 없는 것이 진짜 선이지!”
직지심체요절에 나오는 남악회향선사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불자들까지 부처님의 깨달음의 모체인 중도의 정의를 ‘없음(0)’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으신 후 아무 것도 하지 않으셨나? 성도 후 부처님은 열반에 드실 때까지 길에서 중생들을 교화했다. 불교의 중도사상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하는 싱거움이 아니다. 중도는 그저 중간이란 개념이 아닌 적극적인 실천과 의지가 담겨있는 가치다.
중도 ‘0’이 일상에서 작용하고 있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대식가의 경우 밥 3공기의 중도는 한 공기 반이 아니고 2공기일 수 있다. 술꾼의 3병의 중도는 2병이고 야구에서 10할의 절반인 5할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립하지 못한 꿈의 타율이다.
축구 골키퍼의 목표는 노 골 ‘0 지키기’이고, 야구투수의 꿈은 ‘방어율 0’이다. 교통과 건설현장의 사고건수 ‘0’은 최상의 목표이다 맥주는 ‘0도’에서 숙성된다.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낭만의 소리는 데시벨 ‘0’이다.
절집에서는 ‘원만(圓滿)회향’을 중요시 한다. <0의 행복>의 저자 이규항씨는 책에서 “원만은 행복이다. 중도의 가치는 수명이 긴 행복이다. 중도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보통의 행복을 큰 행복으로 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중도는 중간이 아닌 0의 행복이다. 행복의 황금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개신교의 불교폄훼와 함께 MB정부의 종교편향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은 지난해 템플스테이 예산 등 불교문화재 관련 예산을 4대강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삭감, 처리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그저 예산만 채워주면 될 것이라고 불교를 우습게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들이 우습게 생각한 불교가 지금 이들을 사찰에서 내몰고 자주성 회복에 나섰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0’이 아닌, 민족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민족전통문화 수호를 위해 불교가 일어난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할 줄 알았던 불교가 일어나자 세간에서는 이런 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중도사상을 실천해야할 스님들이 편을 갈라 절 출입을 금지시킨 것은 스님들이 불교 관련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소유욕 때문”이라며 조계종의 정부여당 인사 출입에 대해 ‘스님들의 소유욕’이라고 비판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봉은사 사태의 원인이 정치권의 요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했던 조계종이 정부여당의 날치기 예산통과를 계기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조계종은 국회 예산통과 후 정부의 불교문화재 관련 예산 수용을 거부했다. 성도재일을 맞아 전국사찰에서는 ‘민족전통문화 수호 및 종교평화 위기’ 동영상을 상영하는 등 종단차원의 정부규탄 및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MB정부의 4대강사업 반대를 공식 천명한 조계종은 오는 2월 정월대보름을 맞아 4대강 사업 현장에서 ‘뭇 생명들을 위한 방생법회’를 전개 한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1월 21일 제2교구본사 용주사에서 교구본사 첫 민족전통문화수호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정부 홀대로 위기에 처한 불교문화재 수호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지금 종단에서는 정부여당 인사들의 사찰 출입을 금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사회일각에서 스님들이 째째하게 출입을 금한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째째해도 우리가 하나로 단결될 때까지는 현수막을 내걸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그동안 불교계는 정부예산을 통해 대형불사를 이뤄내는 것이 스님들의 힘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산이란 달콤함을 버리고, 불자들의 힘을 통해 불교문화재 수호와 불사를 이루자는 자승스님의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종도들과 불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진실된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릴 적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들은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아이들의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런데 이 속에 아이를 꼭 낫게 하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실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신기한 효험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중도에 대해 “내 가르침 내 진리는 누구라도 여기 이 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고, 실현되며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즉, 중도는 지금 여기 현장, 주체, 역동성을 가진 개념인 것이다.
모든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중도적 삶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삶이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중도의 정신으로 올곧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수레를 몰고 가야 하나, 소를 몰고 가야 하나? 선택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