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송주 / 보명학원 원장
올 수능 고사도 작년처럼 EBS 연계 패턴으로 출제하리란다. 그러나 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지난 해 본원의 몇몇 수험생의 성공기, 실패담을 이번 호에서 다뤄 볼까 한다. 올 고3 수험생들에게 적잖이 도움이 될까 해서다.
1. 대기 만성형
서울의 S고교를 이번에 졸업하는 박 모 학생은 그야말로 대기만성형이었다.
고1 5월의 첫 중간고사에서는 반에서 20등을 했던 학생이었는데, 고1 여름방학을 분수령으로 집중학습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2학기 첫 중간고사에서는 반에서 1등을 했는데, 주변에서는 혹시 내신과 관련한 약간의 부정(?)이 있지 않았나 하는 시각이 많았다. 필자 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큰 오해였다. 고2, 고3 때 줄곧 전교 10등 이내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중3 때 사춘기를 겪으며 중3 과정을 상당히 등한시하며 보냈다. 대체적으로 중3 과정과 고1 과정(특히 도구 과목인 수학과 과학)이 유사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 관계로 중3 때 학업을 소홀히 한 학생은 고 1때도 좀 헤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학생은 고1 여름방학 때부터 변별력이 심한 수학과 과학과목에 대한 집중적인 시간을 투입했다. 고1 2학기 때 고2에서 배우는 수1, 수2를 다 선행학습하며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결과는 좋아서 이번 수능에서 400점 만점에 389점을 받아(자연계) 모 의과대학을 가게 되었다.
이 학생은 고1 중간고사 때 만약 방황하고 낙담한 채로 그대로 끌려갔다면 결코 지금의 그를 만들어 놓지는 못했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시련기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그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열심히 밭갈이를 하는 학생만이 성공하는 사례를 필자는 입시현장에서 누누이 경험한다.
2. 하락 가속형
J여고를 이번에 졸업하는 김 모 여학생은 고3의 3월 첫 모의고사에서 400점 만점에 369점이나 얻어 자타공인 서울대를 갈 수 있을 것으로 점친 학생이었다. 성실하고 성적의 큰 기복이 없는 그 동안의 실적이 그런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4월엔 반에서 5등, 6월엔 반에서 13등…
뭔가 원인이 있을 터인데, 외관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미지수 X가 있을 터인데…. 여름 방학 때 쯤 이 학생의 베스트 프랜드에게 그냥 스쳐지나가는 소리로, “요즘 네 친구 말이야, 걔 고민 있다고 하지 않든?” 하니, 그 친구 왈, “걔, 요즘 남친 생겼잖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고3생에게 하루는 고1 때의 1주일과 학습효과 면에서 맞먹는다. 더욱이 이성교제를 하면 여러 가지로 에너지 로스가 많이 생겨 마음집중이 안 된다.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이미 필자가 알았을 당시에-그 때까지도 그 학생의 부모님들은 모르고 계셨고, 그냥 건강이 안 좋은 줄 알고 보약이나 지어주고 계셨단다.- 정신적 충격을 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은 이번 수능에서 350점 정도 받고 재수생 학원으로 바로 직행하였다.
그 남자친구는 자기 속셈 다 차려가며 공부했는지 원하는 목표대학에 쑤욱 들어갔단다. 바보 같은 이 여학생만 피해를 보았고, 결국 이 학생은 남자친구와 결별하여 독한 마음으로 재수의 길을 걷고 있다.
3. 큰 파도 형
잘 할 때는 전교 최상위, 못 할 땐 반에서 중간 수준, 이런 학생들의 성적을 일컫는다.
가장 위험한 경우이다. 기복이 심하면 왜 나쁜지 알아보자. 수능고사는 한 문제를 출제 할 때 2~3개 단원에 걸쳐진 융합형 문제를 많이 낸다. 이때 어떤 학생은 로그단원은 잘 푸는데, 부등식단원의 기초가 미약하다면 이 둘을 융합한 로그부등식을 출제 해버리면 중간쯤 풀다가 틀리는 게 다반사이다. 그러면 득점에 연결 안 된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인데, 한 학생이 그러한 예가 있었다.
S고를 몇 년 전에 다니면서 학교 학생회장까지 지낸 학생이었다. 학교 내신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전교 1등인데, 모의고사를 보면 반에서 10등을 겨우 하곤 했다.
이 학생은 학교 중간, 기말고사를 본다 하면 1달 전부터 수능공부 팽개치고 학교 내신 대비에만 전적으로 매달리고, 다니던 학원도 안 다닌다. 그리고 이 학생은 S법대 수시모집을 지원했는데 탈락했다. 내신이 좋으니 수시전형으로 가보려고 작전을 그렇게 짰는데, 이게 실패로 끝나 버리고, 수능으로 가려니 갈수가 있는가. 수능형 모의고사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공부를 안 했으니.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라면 내신과 수능에 모두 공통적이고 적절한 시간 배분을 하는 학생일 터이다.
이제 고3 수험생은 곧 3월 첫 모의고사를 보게 된다. 긴 겨울방학의 터널을 통과하여 첫 시험대가 될 고3 첫 모의고사를 중간 목표대로 잡아 학습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