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상 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한의원 대표원장

지난해에 있었던 일이었다.
40대 초반의 남성이 고혈압을 치료하겠다며 내원했다. 치료를 받겠다고 내원한 환자의 태도로는 긍정적인 면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양약을 5년 이상 먹어도 낫지 않는 고혈압을 한방으로 어떻게 나을 수 있느냐며 조롱 섞인 질문을 하였다
믿지 않는 한방치료를 받으러 온 이유가 뭐냐는 필자의 물음에 잘 아는 사람이 여기서 한약 먹고 치료받아 혈압약을 끊은 지 1년도 넘었는데 아직까지 혈압이 정상이고 멀쩡하게 산다고 해서 진료나 한 번 받으러 왔다고 했다.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부터 치료원리 치료방법 그리고 생활습관까지 빠짐없이 설명하고 한의원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 한다면 나을 것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꼭 한의원에서 주문하는 대로 해야 나을 수 있다는 확약을 받은 후 치료하기 시작했다. 초반의 부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고 자기관리도 꾸준하게 잘 해 줘서 당초 3개월 치료기간을 예상하였으나 2개월 후에 치료를 종료했다.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생활습관도 거의 완벽하게 조절하고 있어서 더 이상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치 않아 자택관리만 권유하고 혈압에 문제가 생기면 내원하라고 고지했었다.
7개월이 지나고 내원해서 보약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진찰 결과 몸이 허한 상태가 아니므로 보약을 복용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귀가시켰다.
이후 매일 매일의 혈압 측정기록을 가지고 보름 간격으로 내원하는데 더 이상의 치료는 필요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
고혈압 환자를 보면 습관을 개선해서 약을 안 먹을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 습관을 고치치 않고 약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 습관도 고치지 않고 약도 먹지 않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있다.
상기한 환자의 경우는 습관을 개선해서 약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다.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나쁜 식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혈압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고혈압 치료법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목표를 높게 두고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는 시늉만 해서는 절대로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습관은 고치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는 사람에 속한다. 이는 두 번째 태도를 가진 사람인데, 고혈압이 무섭다는 얘기를 듣고 겁은 나지만 습관을 고치기 위해 감수해야 할 고생은 싫어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힘들이지 않고 혈압이 내려가는 수단을 택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습관을 개선하기보다 약물에 매달리는 이유는 습관을 고치기가 무척 어려운 데다 약을 먹으면 혈압이 내려가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약효에 현혹되어 자신의 몸에 어떤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 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 방법은 겉으로 드러나는 혈압이 내려갔다며 안심하고 있다가 혈관이 막혀 심각한 장애가 생기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으나 약을 끊으면 여전히 혈압이 높은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즉 혈압약을 복용하면 혈압이 내려가지만 끊으면 다시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약으로만 고혈압을 치료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습관도 고치지 않고 약도 먹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 몸에는 지혜가 있어서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짓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혈압을 올리는 결과도 실제로 내 몸을 관리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이 경우 혈압약을 먹지 않고 별 문제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으나 혈관이 터지는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혈압약을 써서 나중에 혈관이 막히는 병을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볼 수 있다. 몸이 스스로 혈압을 올리는 것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적지 않다.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습관을 개선해서 약을 안 먹을 수 있는 태도를 가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