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자비의 종교 개념부터 가르쳐야

이학종
미디어 붓다 대표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종교라기보다는‘철학’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은 불교가‘이론 적’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길은 열려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소수 의 사람들만이 깨닫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운명의 굴레’속에서 체념하며 지내 는 모순이 있다. 즉, 불교는 교리는 가장 뛰어날지 몰라도 자비를 중심으로 하는 실행에 있 어선 가장 못한 종교다. 따라서 기독교는 삶의 실천을 강조하며 생활 면면에 영향을 주는 것 에서‘선교의 중심’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불교와 같은‘이론 종교’가되려한다 .
이것이 불교권의 선교의 걸림돌이다. ”
< 크리스천투데이 참조>  

이것은 지난 3월 15일‘목회자신학세미나’에서 장로교신학대학교 김영동 교수(선교학)의 발 제 내용 중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이 세미나는‘다원사회 속에서 타종교와 이단·사 이비 종파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주제로 매주 월요일 열리고 있다.

‘불교 이해와 선교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날 세미나에서 김영동 교수는 불교의 기원과 발달사 및 기본교리, 세계관 등을 설명하며 불교권 나라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선교해야 할지를 제시했다.

선교학을 전공한 교수답게 김영동 교수는 불교의 현실을 꿰뚫어보고 있다. 그의 예리한 지적 에 섬뜩함을 느낄 정도다. 불교는 철학이란 말을 들을 만큼 이론적이니 기독교가 이론으로 선교 를 하려한다면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은 놀랍다. 불교에 구원의 길은 열려 있으나 소수의 사람들 만이 깨닫고 대부분은 운명의 굴레 속에 체념하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은 마치 부끄러운 짓을 하 다 들킨 듯 옷깃을 여미게 한다. 불교는 교리는 가장 뛰어날지 몰라도 자비를 중심으로 한 실행 에있어서는가장못한종교라는지적에 이르면두손두발다들수밖에 없다. 한마디도 허투 루 들을 것이 없는 지적이요, 분석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며‘생활불교’를 생각해 보았다. 불교에 생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생활 속에 불교를 적용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일주문 을 벗어나면 불교가 사라진다는 속설도 있지만, 정말로 우리 불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할 불교를 제대로 배운 적이 있을까란 근원적인 회의가 먼저 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불교는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 지 못했다. 이른바‘관혼상제’로 표현되는 네 가지 가운데, 어느 것 하나 1700년 역사의 불교 가 지배하는 것이 없다. 이유는 절에서 불교를 가르치지 않았고, 절에 나가는 불자들도 불교를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교를 배우기보다는 불보살님께 복을 비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불교의 문자적 의미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더 풀어 말하자만 부처님이 되기 위해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가르침을 배워 마침내 부처님이 되고자 하는 것이 불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꽤 많 은 불자들은 불교를 잘 모른다. 불교는커녕 부처님이 어떤 삶을 살아가신 분인지도 잘 모른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부처님에 대한 불자들의 이해는 매우 단편적이다. 자신이 목숨 바쳐 귀의한 종교를 창시한 교주의 일생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모르는데, 어떻게 그들의 삶이 부 처님을 닮아갈 수 있겠는가. 불교의 생활화, 즉 생활불교의 시작은 부처님과 불교를 제대로 이 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불교의 두 축은 지혜와 자비다. 지혜가 없이 진정한 자비는 불가능하다.
자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혜는 완전한 지혜가 될 수 없다. 연기에 대한 이해, 불교적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이뤄진 이에게 자비는 강요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공부가 된 불자는 시키지 않아 도 자비행을 실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중무진의 법계에서 진정한 자리는 이타행임을 아 는 이에게 목 놓아 육바라밀과 사섭법을 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보살행을 하셨는지는 부처님의 전생담 <자 타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 2600여 년 전에 인도의 작은 왕국에서 태어나 출 가를 하고 고행 끝에 마침내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연기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써 부처가 되었다는 단편적 스토리의 이면에 그토록 많은 생에 걸친 보살행, 인욕행, 정진행이 있었음을 제대로 공부한 불자들에게는 보살행, 자비행의 중요성을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다.

부처님을 닮으려고,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부처가 되려고 부처님 품 안에 들어온 이들이, 교 주 석가모니 부처님이 부처에 이르는 과정이 수없이 많은 보살행의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무엇을 더 권할 것인가.

생활불교는 이런 기본적 바탕에서 검토해야 할 일이다. 생활불교는 곧 불교, 부처님의 가르침 을 우리들의 일상에서 적용하고 실천하는 보살행일진대, 우선 불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공부 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불교가 그동안 생활불교, 보살행의 중요성을 주창한 지가 어디 한 두 해의 일인가. 그런 데, 왜 생활불교가 잘 이뤄지지 않을까.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불교에 대한 이해, 지혜와 자비의 두 기본 축으로 이루어진 불교신행의 기본바탕을 소홀히 한 데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불교는 철학의 측면에서 봐도, 종교의 측면에서 봐도 최고의 종교 임에 틀림이 없다. 교리적으로 불교를 당할 종교는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쇼펜하우어는 교리로 기독교가 불교에 대하는 것은‘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고 했다지 않은가. 그러나 금과 옥조와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도 우리가 공부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해인사 장경각을 돌아보고 나오던 한 보살이 마침 그곳에 있던 법정 스님에게‘팔만대장경이 어디에 있느냐?’고묻길래,‘지금 본 것이 팔만대장경’이라고 알려주니까“아하 빨래판 같은 거 요?”라고 하더란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법정 스님이 그 일이 있은 후 운 허 스님을 모시고 역경에 몰두했다는 것은 절에 수십 년 다녀도 불교를 모르면, 아무리 엄청난 보석이 있더라도 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였을 것이다.

‘대장경을 빨래판 같은 것’으로 방치하는 한 생활불교는 연목구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생활불교의 실천은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