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도서출판 중도 편집실장
일산 여래사 불자이자 중견시인 고상원의 제6·7 쌍둥이 시집 『찌빠구리는 초승달 눈을 뜨고』가 출간됐다. 시인은 맑은 시어로 자연을 노래하여 시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불교의 신심을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사랑을 정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이 책 서문격인 ‘시집에 붙여’에서 “꽃에 시를 피우자 / 시에 꽃을 피우자 / 흐르는 물에 시를 띄우자 / 흐르는 별에 시를 띄우자 / 흐르는 시에 별을 띄우자 / 산에 시를 심자 / 시에 산을 심자 / 들에 시를 뿌리자 / 시에 들을 심자 / 시에 야생화 피우자”라고 노래하고 있다.
‘자연을 노래하는 자연나라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상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꽃과 나무, 산, 새, 계절’ 등을 시의 소재로 연결하여 자연에 대한 사랑과 불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담아내고 있다.
녹색시인 김재황 선생은 고상원 시인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실체가 없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그 현상의 하나하나가 그대로 실체라는 생각에서 그는 지옥조차 다시 인식하게 되었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그 울림은 세상을 흔들어 깨울만하다.”라고 평하고 있다.
시인의 오랜 지기인 명일 스님도 이 책의 책머리에서 고상원 시인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지 않아요.
바람도 가야할 길을 안다.
구절초 곱게 우러난 조그만 찻잔 속의 달조차도 안다.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고 法(길)을 안다.
시인은, 고상원 시인은
복수초처럼
노루귀처럼
노랑제비에게
또 처녀치마에게 묻는다.
모두 다 아는 길을 시인은 묻고 또 묻는다.
똥 싸고 뭉갠 놈에게도 묻고
얼굴 없고 입다문 사람들에게도 묻는다.
대머리 할아버지도 예외일 수 없다.
시인의 시작업은 보이면 보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 대로
시어詩語를 옷입히지 않은 채 세워둔다.
나목처럼 줄지어선 시어들은 시인의 내면에 옹기종기
모여 숲이 된다. 담백하고 때로는 능청스럽고
한가하면서도 비상한 詩의 탄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상원 시에서는 고향의 정원이 느껴진다.
꽃과 새들과 그리고 이웃들.
하늘과 들과 바람까지도.
타지의 낯선 풍경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이곳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오래된 인연들의 조합처럼.
막걸리 한 잔에 흥얼거림처럼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맛볼 수 있는 시흥일 것이다.
절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선사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모여들었다.
그 중,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고승은 누구신교?”
이에 선사가 벌떡 일어나 바지춤을 내리고 웃통을 벗었다.
알몸이 된 그를 보고 실성한 듯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사람.
눈을 찔끔 감아버린 사람. 어쩔 줄 몰라 장소를 떠나는 사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렇게 놀라고 실성하고 외면하면서 본질로부터 떠나왔던 사람들일 것이다.
반백을 넘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의 앳된 아들.
벌거숭이 아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 갈 길을 묻지 않고서도 내 갈 길을 가는
그런 아들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상원 시인의 시집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시인께서 가꾸어오신 詩의 숲이
편백나무 숲 같기도 하고 동백나무 숲 같기도 하고
동백나무 숲 같기도 합니다.
울림이 깊었습니다.”
이 시집에는 제 6시집 「친구야, 꽃 사냥 가자」 외 56편의 시와 제 7시집 「귀뚜라미가 밤마다 이치를 낭송하다」 외 56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 6시집 친구야, 꽃 사냥 가자
1부 산새야, 꽃이 핀 것처럼 울어라
3월 별곡 / 봄과 가을 / 그리운 통일 / 낮달 / 벚꽃 앞에서 / 꽃 / 산새야, 꽃이 핀 것처럼 울어라 / 새순이 명령 때리다 / 산삼 / 야생화 / 절벽에도 길이 있다 / 제비 / 친구야, 꽃 사냥 가자 / 콕 찌르다 / 폭포 / 하얀 진달래꽃
2부 산새는 봄을 읽다
5월은 가고 / 6월의 기도 / 도라지꽃 / 무心 / 면사포 쓴 백련 한 송이 / 방생 / 비를 맞다 / 산을 갖는다 56 / 蓮이 눈을 감고 / 제비는 溫故知新 주의자다 / 산새는 봄을 읽다 / 억새꽃 피는 날 / 하산 / 하염없이 눈 내리는 날에 / 향적봉에서
3부 귀뚜라미 환상곡
감국 / 귀뚜라미 환상곡 / 가을 / 금강소나무의 울음 / 무궁화 / 무당거미 / 석류 / 성묘 / 시월은 가고 / 추석 / 코스모스 / 지상의 파도소리 듣다 / 훈민정음 / 노루귀가 햇살을 부르다 / 고래등 타고 중남미 가다 3-이과수 폭포는 / 고래등 타고 중남미 가다 4-마추픽추 영혼이여
4부 나도 꽃일 때가 있다
나는 봄마다 미친다 / 나도 꽃일 때가 있다 / 떠나가신 법정스님께 드리는 글 / 봄은 왔는데 / 변산 바람꽃아 / 서울역 노숙자에게 / 얼레지 꽃 / 우이령고개 / 섬 / 인터넷 / 처녀치마꽃 / 청계천 잉어가족은 북상중이다 / 청명에 피어나는 꽃
제 7시집 귀뚜라미가 밤마다 이치를 낭송하다
1부 더덕이 해탈하다
고려산은 진달래 산이다 / 더덕이 해탈하다 / 고목나무 벚꽃놀이 / 산을 갖는다 61-덕유산 / 섬 舞衣여 춤을 추자 / 아카시아 꽃 내리는 날에 / 燕岩山 天藏寺에 올라 / 오월의 숲은 / 이천 십년 오월은 푸르다 / 이상하다 / 점점 멀어지다 / 미안하다 / 장미의 눈물 / 귀뚜라미가 밤마다 理致를 낭송하다 / 달맞이꽃
2부 그 겨울에
굴 / 그 겨울에 / 그 노숙자 / 낙엽 / 그 할머니 / 노을과 사랑 / 눈의 합창 듣다 / 단풍 속으로 / 단풍마다 空이 흐르다 / 서울역 / 시월은 처녀가 눈 흘리는 달이다 / 실눈 뜬 일요일 아침에 / 억새풀은 울지 않다 / 한강 / 호수
3부 봄은 어머니 꽃이다
고드름 / 노을 / 또 다른 나 / 보름달과 노을 / 봄은 어머니 꽃이다 / 사진 여행 / 삶의 파란 눈빛 / 설경은 순간이다 / 살아가는 길 / 욕망 / 龍山에서 龍門으로 / 새해 첫 비 내리는 날 / 한 송이 동백꽃 피는 밤에
4부 등 굽은 홍매화는 아무르표범이다
4월 / 4대문 안에서 통곡하다 / 꽃 / 노루귀 꽃 / 등 굽은 홍매화는 아무르표범이다 / 동작동 현충원 벚꽃 / 봄바람 10 / 봄바람 13 / 봄바람 15 / 산철쭉, 너처럼 / 오월 / 제비는 원효다 / 진달래 꽃
한편 고상원 시인은 1990년 한결 동인지 『바람의 뒷모습』과 2003년 시수레 동인지 『어둠이 씨를 뱉는다』로 등단했으며. 2007년 첫 번째 시집 『산을 갖는다』, 2008년 두 번째 시집 『창窓과 세 번째 시집 『자연나라』, 2011년 네 번째·다섯 번째 쌍둥이시집 『가을 울음』을 냈다.
시인은 또한 야생화를 가꾸고 야생화 트래킹을 즐긴다. 산에 도라지, 들국화, 벌개미취 금강초롱꽃 등을 심고 씨를 뿌린다. 자연을 가꾸기 위해 자연나라를 세웠고 친숙한 시어 속에서는 꽃바람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