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여러 가지로 맹자의 첫머리 양혜왕장의 내용을 심도 있게 생각해보게 하는 시절이다. 보편적인 사랑과 보편적인 정의인 인의仁義를 외치는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孟子見梁惠王 맹자견양혜왕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들은 현자를 만나기를 좋아했다. ‘무엇이 필요 하십니까’ 하는 질문에 옆으로 비켜서서 나에게 내리쬐이는 햇볕을 가리지 말라고 말한 현자의 이야기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동안 잠깐 스쳐 들어온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주고 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빙그레 미소를 최근에 머금었다.
남자 주인공이 햇볕을 등지고 여자 주인공을 바라본다. 그전의 드라마 내용을 몰라서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속을 좀 상하게 하는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저리 비켜” 여자 주인공이 싸늘하게 말한다. 그 순간에 남자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 말, “안 돼, 눈부셔” 그렇게 티격태격 주고받다가 여자 주인공이 한마디 던졌다. “안 비켜도 눈부셔.”
태양이 저 허공에 떠올랐다가 저녁이면 잠을 자러 가는지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하는 일이 무료해져서인지는 알 수 없다.
저 태양은 사람도 비추고 땅도 비추고 물도 비추고 히말라야 꼭대기도 비추고 허름한 시골집의 담장도 비추고 빌딩숲 옥상도 비춘다.
현자는 왕도 만나고 동네 아저씨도 만나고 시장 골목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만나고 학생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나고 학부모도 만나고 장군도 만나고 졸병도 만난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만난다. 태양이 사심 없이 나비의 날개를 비추고 개미의 뒷다리를 비추어주는 것처럼 사람을 만난다. 양혜왕은 그런 현자인 맹자가 눈앞에 오자 이런 질문을 한다.
王曰 왕왈
叟不遠千里而來 수불원천리이래
亦將有以利悟國乎 역장유이리오국호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신 선생님께서
천리를 멀다하지 않으시고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이익을 주시는 것이 있겠습니까?
여기서 왕이 말하는 이익은 부국강병 같은 것을 말한다고 맹자집주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맹자가 부드러운 어조였는지 단호한 어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답을 다음과 같이 한다.
孟子對曰 맹자대왈
王何必曰利 왕하필왈리
亦有仁義而已矣 역유인의이이의
맹자가 대답하였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다만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
이 대목에 붙여져 있는 집주의 풀이를 읽어본다.
仁者 心之德 愛之理 인자 심지덕 애지리
義者 心之制 事之宜也 의자 심지제 사지의야
此二句乃一章之大指 차이구내일장지대지
인은 마음의 덕이니
보편적인 사랑을 베푸는 이치이고
의는 마음을 제어함이니
구체적인 일에서 마땅함을
따르는 것이다.
이 두 구절은 이 일장의 대지이다.
인은 보편적인 사랑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자비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이 불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자든 모든 이를 위해서라는 건 갓 입문한 불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의는 그 큰 사랑과 자비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발휘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맹자의 대답이 이어진다.
王曰 何以利吾國 왕왈 하이리오국
大夫曰何以利吾家 대부왈하이리오가
士庶人曰 何以利吾身 사서인왈 하이리오신
上下交征利而國危矣 상하교정리이국위의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될까 하시면
대부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제후가에
이익이 될까 할 것이고
아랫계급에 있는 사람과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일신상에
이익이 될까 하게 될 것이니
위아래에서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바람에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우리 몸의 건강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오른쪽 발목이 어떻게 하면 나만 건강해질까 생각하고, 왼쪽 어깨가 어떻게 하면 나만 튼튼해질까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내부 장기들이 골고루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좋아져야 하는데 간이 어떻게 하면 나만 좋아질까 생각하고, 쓸개가 어떻게 하면 다른 장기는 모르겠고 나만 좋아질 수 없을까 생각하면 그 사람의 건강은 불문가지이다. 뇌혈관이 제 손가락 발가락으로 흘러가는 혈관 말고 나만 피를 많이 받아야지 생각하는 순간 손발이 저릴 것은 너무도 뻔하다. 중풍을 논어에서는 ‘불인증’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집만 우리동네만 우리시만 우리도만 우리나라만 어떻게 잘 될 수 없을까 생각하도록 지구촌의 시스템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1억 명 중의 한 사람은 그런 생각을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게 바로 나는 아닌지 조용히 뒤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만승지국萬乘之國에서 군주를 해치는 사람은 천승의 제후가라고 부연설명을 하고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간다.
未有仁而遺其親者也 미유인이유기친자야
米有義而後其君者也 미유의이후기군자야
어질면서 부모를 버리는 사람은
있지 않으며
의로우면서 임금을 뒤로하는 사람은
있지 않습니다.
王亦曰仁義而已矣 왕역왈인의이이의
何必曰利 하필왈리
왕께서도 인의만 말씀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맹자집주의 풀이 내용을 마저 읽어보자
循天理則不求利而自無不利 순천리즉불구리이자무불리
殉人欲則求利未得而害已隨之 순인욕즉구리미득이해이수지
所謂毫釐之差千里之繆 소위호리지차천리지류
천리를 따르면 이익을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롭지 않음이 없고
인욕을 따르면 이익을 구해도 얻지 못하고
해로움이 따르게 된다.
이른바 터럭끝만한 차이가 천리만큼
어그러진다는 것이다
로케트 발사각도가 지구상에서 만분의 일미리만 어긋나도 저 우주허공에 목표점으로 잡은 행성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내 마음의 미세한 작용의 각도가 타인과 그 이전에 나 자신과 주변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도 초파일 즈음이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신다니 나에게도 뭐 좋은 일이 좀 없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굴리다말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