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 보
    무자년 하안거 결제법어1
    무자년 하안거 결제법어2
    수행정진 1
    수행정진 2
    수행정진 3
    수행정진 4
    절문밖 풍경소리
    문화 트렌드
    취재현장에서 본 불교
    12연기의 여섯 번째 여정
    지상법문
    반야샘터
    불화의 세계
    건강한 생활
    입시광장

과월호보기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안 되면?

문상돈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대기 순환은 지구 표면의 온도가 높고 표면에서 위로 멀어질수록 점차 온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표면의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상승하는 반면 대기의 상층권은 항상 온도가 낮기 때문에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차가워진 공기는 지표면 쪽으로 하강하여 대기는 순환된다.
이러한 자연현상은 인체에 똑같이 반영된다.

한의학에서 인체는 소우주라 하여 자연과 인간의 생리와 병리현상이 같은 원리로 유지됨을 강조하였다. 즉 인간의 몸은 작은 우주와 같아서 배꼽을 중심으로 인체를 상하로 나누었을 때, 배꼽위쪽에 해당하는 상체는 낮은 온도로 유지되고 배꼽아래인 하체는 따뜻하게 유지될 때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한의학 용어로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고 한다. 화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수기는 위로 올라가는 수승화강의 상태를 유지할 때 몸이 편안하고 머리가 맑다.

그런데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많아지면 머리가 차고 다리가 따뜻한 생리현상에 변화가 생겨 오히려 머리가 뜨거워지고 다리가 차가워지는 병리현상이 나타난다.
화가 난다는 말을 흔히 “열 받는다” 또는 “뚜껑이 열린다”고 표현한다. 화가 나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위로 치밀어 오르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눈도 이글이글 타오른다. 머리가 끓는 주전자처럼 뜨거워지고, 급기야 주전자 뚜껑이 증기에 들썩이는 것처럼 머리 윗부분이 화끈거리는 상태로 치닫는다. 이러한 병리적인 현상을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한다.

수승화강은 건강을 지키는 핵심원리이다. 우리 몸의 장기들 중에서 수기의 근거지는 신장이고, 화기의 근거지는 심장이다. 신장의 수기는 몸의 뒤쪽 중앙선을 따라 생긴 독맥이라는 경락을 타고 위로 오르고, 심장의 화기는 몸의 앞쪽 중앙선인 임맥이라는 경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그런데 화가 나면 몸 앞쪽의 임맥이 막히면서 화기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치밀게 되기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입안이 마르며 어지럼증이 일어난다. 강한 화기에 신장의 수기가 마르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몸이 병들고, 정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속적인 화기에 뇌가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뇌는 열에 매우 민감하고 약한데, 화기가 뇌에 계속 머물면 손상이 일어나고, 이것이 정신의 이상증세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는 인체의 다른 어느 곳보다 수승화강 상태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 수승화강이 순조로우면 화가 쉽게 올라오지 못한다. 그런데 피곤하거나 생각이 복잡하면 수승화강의 흐름이 흔들리면서 뇌의 안정이 깨진다.

체표면의 온도를 적외선으로 감지하여 진단에 응용하는 장비인 적외선 체열진단기를 통하여 체열을 측정해보면, 상열하한 증상을 가진 경우 얼굴과 목 부분이 붉고 빨간 색깔을 띠고 하체는 어둡고 무거운 색깔을 나타내어 촬영 즉시 진단이 가능하다. 한약 약침 두뇌훈련 등의 치료 후 다시 촬영해보면 수승화강이 되어 확연히 개선됨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울화병, 갱년기 장애, 스트레스과다, 수험생 등은 적외선체열진단에 의해서 쉽게 진단된다.
몸과 마음의 평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화기의 통로인 임맥을 열어줘야 한다. 임맥을 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흔히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고 나면 임맥이 풀려 속이 좀 시원해진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열이 난다고 차가운 음료만 찾으면 안 된다. 화기가 위로 치밀어 뱃속이 차가워져 있는데 여기에 찬 것을 더하면 화를 더 부채질 하게 된다. 따뜻한 차로 아랫배를 데우면 장기가 안정되고, 차의 향기는 진정효과가 있어 머리와 가슴을 편안하게 한다.

산책, 조깅이나 단전호흡 등을 통하여 하체로 온기를 끌어내리고 맑은 기운을 머리로 올려주면 이 과정에서 임맥과 독맥이 자연스럽게 통하게 되므로 상열하한이 개선되어 수승화강이 이뤄진다. 상기한 방법에 자신에 맞은 처방이나 침치료를 병행하는 적극적인 관리가 된다면 치료기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