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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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보존처리

김지상
화광전통문화연구소, 중국국가박물관수복연구원


베이징의 중심인 천안문 광장 동편에 위치한 중국국가박물관은 중국 역사의 산 증거이며,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이자 중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중국국가박물관의 역사를 보면 1921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4차례에 개명을 하였고, 중국국가박물관의 전신인 중국역사박물관에서 1921년 창설된 국립 역사박물관 준비위원회를 모태로 1926년에 베이징 역사박물관이 개관되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성립과 함께 국립 북경역사박물관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그 후로부터 지금의 천안문 동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중국역사박물관은 2003년 2월 중국혁명박물관과 합병하여 중국국가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2009년에 재개관을 목표로 건물의 남쪽에 지금 건물의 2배 넓이로 확장하여 세계 최대의 박물관을 목표로 공사에 한창인 것을 보면, 중국 최고의 박물관인 만큼 중국의 유물은 대부분이 북경의 중국국가박물관으로 모여들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중국에서는 문화재의 관리가 엄격한 편이다.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져 가면서 해외로 반출이 된 수 많은 문화재들도 사들이고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들도 비교적 유지와 보수를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요즘은 사찰의 벽화를 보러 가보면 법당 안에 조명들이 없다. 예전만 해도 환하게 조명을 밝히고 관람객들을 유치했는데 요즘은 아예 빛이 없다. 조그마한 랜턴을 하나준다. 그 걸로 보고 싶으면 보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다. 이는 환한 조명으로 인하여 벽화의 색채가 변하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그림은 철저히 보존처리와 수복을 하고 그 그림 또한 대부분을 모사품으로 대체를 해 놓는다. 이는 상당한 기술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훼손으로 인하여 보수와 수복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박물관이나 문화재급 유물도 이런 방식으로 보존처리가 돼서 수장고에 유물을 보관하고 모사나 복제품 또한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전시품으로 대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 유물들은 노천이나 조명 불빛 아래서는 장시간을 견뎌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한 번씩 전시를 하는 것은 좋으나 장기간 노출로 인하여 유물들이 손상 되는 것은 막아야만 할 것이다.

지금은 그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할지는 몰라도 이러한 수복의 기술과 모사의 기술적인 면들이 필요한 때가 오리라고 본다.
우리나라 불교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는 대체적 으로 허술한 편이다. 환경과 기후의 탓도 있지만 대부분이 유지를 하고 보수를 하는데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찰에 가보면 무방비하게 방치되어 있는 탑과 전각들은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있고 얼룩이 진 그림들이 성보 박물관에 그대로 있는데도 유지와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원인은 심각성을 인지 하면서도 그 방법적인 면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심각성을 생각도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수복처리실과 전통기법을 재현하는 곳에서 연구를 하고 일을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수복 연구원들로, 대부분이 20-30년이 넘도록 한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일을 해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가족 같은 분위기와 단합된 모습이 역력하다. 이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중국인들의 유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새삼 느끼며 부러워한 적도 있다. 박물관의 유물처리는 문화재급인 박물관의 유물을 대부분 보존 처리를 한다.

서화의 보존처리는 중국의 전통기법으로 이루어지며, 자세한 이야기는 논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보존처리와 수복의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일단은 재료가 풍부하고 자료의 발달이 잘 되어있으며,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를 해온 사람들과 넉넉한 시간이 있다는 것이 큰 자산일 것이다.
이에 반면에 우리나라의 보존처리는 대체적으로 시간에 너무 쫓긴다는 느낌이다.
급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존처리와 수복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보존처리-수복이라는 것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고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한번 처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사후 관리를 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이 같은 작업이 또 다시 반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국가박물관에서는 아주 작은 유물도 오랜 시간동안 보존처리를 하는 것을 보면, 가히 그 정성이 대단하다. 필자는 당나라 때 관을 덮는 그림을 보존처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북두칠성과 별자리, 해와 달이 있고 두 사람이 서로 엉켜있는 얇은 비단에 석채로 그린 그림인데 보존 상태는 상당히 좋지가 않았다.

우리나라 고분 벽화에도 이와 비슷한 그림이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주로 관위에 글씨를 쓰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비슷한 형식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비단은 군데군데가 삭아서 없어지고 물감은 아교기가 없어서 부서져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1300년 이나 지난 그림이니 아니 그럴 수가 있겠는가….

국가 박물관에는 이렇듯 10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을 지나온 서화(書畵)들이 많다. 1000년 전의 시간들과 만난다는 것은 두근거림과 설레임으로 다가오고는 한다.
그림의 고증을 거쳐서 기본 형태를 갖추고 삭아서 없어진 천도 만들어 붙이고 이런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서 기본 형태만 갖추는데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이 끝나면 표면처리를 거쳐서 채색도 하고 좀 더 구체적인 모습들을 잡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수복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보존처리와 수복은 미술을 전공하고 보존처리와 수복을 연구해온 사람들이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불교미술의 보존처리와 수복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불교를 알고 불교미술을 오랫동안 해오고 수복을 연구한 사람들이 보존처리와 수복을 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
불교의 정서를 모르고 선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그림의 형식과 내용을 모르고 보존처리와 수복을 한다면 화면에서 혹은 물체에서 느껴지는 정서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그 그림을, 혹은 물체를 조성했던 사람의 정서와 같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존처리와 수복은 과학 이라고도 얘기한다. 실질적으로 기계의 도움으로 그 물체를 분석하여 시간의 흐름까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명분아래 기계적인 도움만으로 불교 혹은 불교미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보존처리와 수복을 한다면 어떨까? 이에 더하여 미술에 문외한이 여기에 참여한다면 어떨까?
이는 무방비하게 혹은 마구잡이로 보존처리와 수복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보존처리와 수복이 우리에게는 아직은 낯선 말이지만 이제는 단순히 그리고 만드는 한계를 벗어나서 오랜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때가 왔다고본다. 이를 계속해서 방치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선조의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 보여 줄 수 있겠는가. 따라서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풀어 나가야 될 과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인재의 양성과 올바른 불교문화재의 보존처리와 수복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