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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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박관우
한국기자협회 전 부회장


일간 유-무가지의 운세코너 운영
신문 마다 오늘의 운세(運勢) 코너가 있다. 한겨레신문 등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간지가 매일 ‘오늘의 운세’를 배달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배포되는 무가지(無價紙)도 예외는 아니다. 그 중에는 정치인과 스포츠 스타, 연예인의 사주관상을 풀이하는 코너를 별도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기사를 통한 운세시장 마케팅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유가지(有價紙)와 무가지를 막론하고 나름대로 정론지 또는 민족지 운운하면서, 운세 고정란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혹세우민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지적이겠지만,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흔히 말해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처럼 가볍게 보고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그 내막을 보면 간단치 않다.


무상급식 예산에 맞먹는 지하경제
이른바, 운세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자료는 아직까지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 과문(寡聞)인지는 모르겠으나, 운세시장 규모를 국가 차원에서 조사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도 없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국가 등 양(洋)의 동서를 포함해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점성술 공식 통계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다만, 민간의 시장조사기업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운세시장의 실태와 규모를 추정할 뿐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가 최근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95명을 대상으로 ‘운세 서비스 이용 행태와 비용, 태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사주나 궁합, 토정비결 등 운세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현금을 지불했다고 대답했는데 현실을 보면 현금거래가 대부분이다. 대략 운세시장 규모는 2조원에서 최고 4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카드결재나 세원(稅源)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에 엄청난 지하경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규모는 국내 영화산업 규모와 복권 시장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파악된다. 최고치인 4조원은 충청남도 1년 예산과 전국 중고교생 무상급식 예산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인터넷 이후 운세시장 폭발적 증가
최근 운세산업은 2000년도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급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15% 이상씩 성장률을 보였으며, 아직도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복채(卜債) 수입은 당연하고, 부적(符籍, talisman)과 각종 역학(易學) 상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행운 캐릭터를 비롯해 사주(四柱)에 따라 첫 미팅이나 시험 볼 때 소지하면 좋은 상징물, 그리고 발복 의상(發福 衣裳)과 색깔, 이사나 이동할 때 유리한 자동차 색상과 코스 등 상상 가능한 인생 전 단계의 모든 범위가 역술 시장이 되고 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그럴듯한 역술이론과 현실생활을 접목시킨 상품이 재화와 용역에 걸쳐 확대 생산되면서 일상생활 속으로의 침투력이 간단치 않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이 전 세대에 보편화되면서 철학관과 점집과 같은 재래시장은 쇠퇴하고 있다. 오프라인 운세업 보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한 온라인 시장의 신장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는 실제 조사결과도 있다.
또 다시 엠브레인 트렌드모티너 조사결과를 인용하면, 유료 운세서비스에서 인터넷 이용률이 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명 점집이나 특정 역술인 등 오프라인은 각각 41%에서 34%의 분포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운세시장이 대세를 장악하는 흐름이다. 인터넷의 점술(占術)사이트만도 10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네이버, 다음, 야후 등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사주와 토정비결, 연애예언과 같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분야를 비롯해 타로카드와 별자리 점성술 등이 제공되고 있다. 역술인과 인터넷 상으로 1대 1상담도 가능하다.


운세시장은 사회불안심리와 동반 성장
국내 운세업계 참여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역술인협회는 50만 명 이상의 역술인이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학관 등을 운영하는 역술인 30만 명, 무속인 15만 명, 그리고 초보 역술인 5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다 20~40대의 젊은 층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석사 학위자와 유학파 등 고학력자가 적지 않다. 서울시내 역술지형도 변화되고 있다. 서울 미아리나 이화여대 앞, 그리고 인사동과 같은 전통 점술구역은 녹슬고 있다. 그러나 강남 압구정동에 점술타운이 형성되는가 하면, 동대문 상가와 종로, 영등포 일대에도 사주 카페가 개설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젊은이가 모이고, 상권이 형성되는 곳이면 주술판(呪術版)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운세-주술 시장은 사회불안심리와 동반 장세를 형성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IMF 이후 최근 2차 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적 상황만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내셔널 사이언스 파운데이션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2008년 말부터 이어진 경기침체로 점성술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당 100달러 이상 받는 점성술사는 예약이 꽉 차고, 일부 유명 점성술사는 1분당 무려 20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문제는 경제 불안심리에 편승해 미국인의 40%가량이 점성술을 과학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 내용에 허수(虛數)를 고려한다 해도, 미국이 미신사회(迷信社會)로 가고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 어렵고 힘들수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어디든지 기대고 하소연하고픈 심리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해답은 매순간 정법 수행정진뿐
일상생활에 만연돼 있는 운세-주술-사주팔자 타령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부처님의 정법에 맞지 않고 비과학적이며 정신의 암시장이기 때문에 처방전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 정답은 오직 수행(修行)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삶이란 한 순간도 단절이 없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순간의 선택이 일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매순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행 정진하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간에 오직 염불(念佛)하고 참선하고, 하루에 최소 한 차례는 경전을 독송할 일이다. 천수경과 금강경을 한번 독송하는 데 불과 50분도 걸리지 않는다. 염불-독송-참선을 매일 반복하면 내면의 염력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생사(生死) 일대사(一大事)는 한눈에 다 못 봐도, 최소한 하루하루 매 순간은 깨침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