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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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에서 하는 물고기의 호흡법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중용>의 한 구절을 읽어본다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도야자 불가수유리야
可離非道也 가리비도야
是故君子 시고군자
戒愼乎其所不睹 계신호기소부도
恐懼乎其所不聞 공구호기소불문
도라는 것은
짧은 찰나동안이라도 우리 몸에서
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니
떨어져도 되는 것이라면
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군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도 경계해서 삼가며
들리지 않는 것에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호흡하고 있는 한 찰나찰나에서 산소가 끊임없이 우리 신체세포에 공급되고 있다. 날숨을 쉴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사실은 그 순간에도 모공 등을 통해서 산소는 몸에 들어오고 있다.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나서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에도 모공은 죽을힘을 다해서 미세하게 호흡을 하고 있다. 코와 입으로 숨 쉬는 것이 중단되는 순간 내생이 된다면 우리 몸은 너무 위험하다. 기절해서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도 간신히 헐떡이긴 하지만 숨을 쉰다. 호흡을 들숨에서 잠깐 정지할 수도 있고 날숨을 쉰 다음에도 잠깐 쉴 수 있지만 <도>는 그 잠깐 사이도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해보면 들숨을 아랫배 깊숙이 들이마시고 지긋이 멈추고 있으면 호흡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코와 입이 멈추어진 것일 뿐 모공들의 몸 전체의 호흡에너지를 입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느라 무진 노력을 하고 있다. 화상을 입거나 상처가 나는 바람에 옹이가 생겨있는 곳의 모공들은 고생이 말이 아니다. 근육이나 인대 깊숙이까지 옹이가 박히면 답답함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증폭된다. 골수까지 가지가 뻗지 않았다 해도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을 옹이의 한 가지가 찌르고 있으면 자나 깨나 하루 종일 송곳이 몸에 박혀있는 느낌에 시달린다. 호흡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답답하거나 온갖 종류의 통증을 일으키지만 <도>는 잠시 떨어지는 순간 천지사이에 있는 생명의 의미가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곳과 의미가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곳과 들리지 않는 곳까지 초극미세하게 스며들어 있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공상태라고 부르는 곳에도 인류가 개발해 놓은 카메라로는 촬영할 수 없는 에너지가 분명 숨 쉬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오른쪽 날개뼈의 답답함으로 고생하다가 이제 그 답답함에서 아주 많이 벗어났다. 벗어나봐야 그토록 답답하게 했던 것이 무엇인지 조금 보인다. 딱딱한 옹이가 골수 깊은 속의 알갱이까지 찍어 누르고 있었다. 모공호흡도 있지만 나는 이 통증과 답답함을 통해서 골공骨孔호흡이 막히면 차라리 그 부분의 뼈를 드러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허리 쪽의 디스크나 통증도 더러 꾀병 취급을 받고 어깨 통증도 마찬가지로 이제 아프다는 얘기 좀 그만하라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정작 통증과 답답함을 견디고 있는 당사자는 참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다. 머릿속으로는 논문도 다 써지고 축구도 할 수 있고 산책도 할 수 있지만 몸을 움직이려 하면 꼭 농로에 빠져버린 벤츠 자동차의 바퀴처럼 공회전을 한다. 성깔이 남다른 사람은 공회전의 강도를 높이다가 타이어 자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한다. 자동차 공회전 소리가 그 옆에 있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지는 않는 것처럼 골수 깊숙이 통증세포가 박혀있는 사람의 짜증과 찡그림은 주변 사람들을 어지간히 괴롭히기도 한다.
마음속 깊이 참회하고 있다. 어깨뼈와 날개뼈 깊은 곳의 골수옹이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내지 않아도 좋을 화도 내고 험한 구업과 신업을 지었다.
莫見乎隱 막현호은
莫顯乎微 막현호미
是故君子 시고군자
愼其獨也 신기독야
깜깜한 곳에 있는 것보다
더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더 나타나는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군자는
혼자만 알고 있는 그곳에서
삼가는 것이다.


주자는 홀로 독자를 <다른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자기 홀로 알고 있는 곳>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어떤 사람이 혼자만 보겠다고 스마트폰에 어떤 화면을 뜨게 했다가 그 화면에 뜬 그림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졌다. 메르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 하는 바이러스인데 이 글을 쓰면서 그 바이러스가 어디 숨어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다.
是以君子    시이군자
旣常戒懼    기상계구
而於此 尤加謹焉    이어차 우가근언
所以遏人欲於將萌   소이알인욕어장맹
而不使其潛滋暗長於隱微之中 이불사기잠자암장어은미지중
以至離道之遠也 이지이도지원야
그러므로 군자는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여기에다가 삼감을 더하는 것이니
인욕人欲이 장차 싹트려고 하는 곳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은미한 가운데서 속으로 불어나고 은밀하게 자라서
도에서 떨어지는 것이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용구절을 주자가 풀이한 것이다.
산소호흡기 없이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물고기가 물에서 벗어나자마자 즉사하지는 않고 몸을 비틀거리면서 헐떡헐떡 숨을 쉬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 것처럼 되는 걸까. 아니면 산소보다 더 좋은 그 무엇이 혹시 있어서 폐가 더 시원해지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물고기가 물에 빠져죽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화는 아니고 우스개소리를 그럴듯하게 들은 이야기이다.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는 청년이 군대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청년이 물고기와 사랑에 빠졌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도저히 물고기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는 심정이 되었다. 곰곰 생각하던 청년은 손뼉을 크게 치고는 어항의 물고기에게 특수 훈련을 받게 한다. 요란한 제식훈련이나 장거리 마라톤 훈련이 아니다. 어항에서 잠시 물고기를 꺼내서 물 없는 곳에서 처음으로 5초를 견디게 했다. 다음에는 20초로 늘렸다.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괴로운 표정을 짓던 물고기가 물 밖에서 30분을 견디게 되었다. 입대 일자가 얼마 남지 않은 청년은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하여 물고기와 호흡을 맞추면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하루에 5분밖에 잠을 자지 않았단다. 입대 전날 드디어 물고기는 물속에 있지 않아도 너끈하게 견디는 호흡법을 터득했다. 문제는 군대에 입대한 후에 터졌다. 물고기를 잠시 혼자 있게 하고 청년이 화장실에 갔는데 분대장이 물고기가 물 밖에서 희죽 희죽 웃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잡아다가 군부대 근처에 있는 연못에 정성스레 놓아주었다. 앗. 그런데 그만 이 물고기가 조금 있다가 그만 죽어버렸다. 물 밖에서 호흡하는 법이 물고기 몸에 익어있었는데 정작 물속에 들어가자 물속에서 호흡하는 법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 물고기의 49재를 지냈는지 안 지냈는지까지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우리는 본래 호흡을 잃어버리고 중생의 호흡을 하고 있다. 중생의 호흡은 뼈마디를 틀어지는 방향으로 이끌지만 본래 호흡은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준다. 메르스 호흡법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한 사회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